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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불교사상 - 삼성세계사상 11
원효 / 삼성출판사 / 1990년 9월
평점 :
절판
초판이 나온지 꽤 오래된 '삼성 세계의 사상 전집' 중 한 권이다. 실로 대단한 명저들을 망라하고 있는, 한때는 날렸던 시리즈지만 낡은 편집과 번역으로 인해 서서히 시장에서 사라져갔다. 그중 많은 수는 새로운 번역에 의해 대체되었지만 이 책(에 해당하는 논문들)은 그렇지 못한 듯하다.
내용을 알고 보면 놀랍다. 원효의 대표적 저술인 <대승기신론 소>와 <대승기신론 별기> 및 <금강삼매경론>, 의상의 <화엄일승법계도>와 그 제자들이 쓴 <화엄일승법계도 기총수록>, 지눌의 <권수정혜결사문>, <수심결>, <진심직설>이 모두 이 한 권에 수록되어있는 것이다. 일반인에게는 낯설지만 한국불교 1600년사를 대표하는 사상가들의 가장 대표적인 저술이 집약되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서산 휴정의 [선가귀감]은 한 권 분량의 저술이므로 여기서 빠질 수밖에 없었을 테고.)
아쉬운 것은 오히려 번역인데, 번역자는 바로 20세기 후반 한국의 대표적인 불교학자로 꼽히는 이기영이다. 오역도 심심찮게 눈에 띄는 듯하지만 그보다도 도무지 알아먹기 곤란한 구식 문체인 것이 거슬린다. 다만 다행인 것은 책 뒤편에 부록처럼 한문 원문이 함께 수록되어있다는 점이다.(90년판은 가로쓰기로 재편집되었으나 한문 원문만큼은 원래대로 세로쓰기인 것도 재미있다.)
위의 글들은 새롭게 번역된 것도 별로 없거니와 각각이 수십 페이지 분량의 '논문'이기 때문에 하나하나 따로 구하기도 마땅치가 않다. 이 책 역시 옛 번역인데다 절판까지 되고 말았다. 이 책을 참고한 새 번역본이 절실하다. 그야말로 한국불교 사상사의 정수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