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 헌터 City Hunter 1 - 완전판
츠카사 호조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은 농담이다. 색조도 곱게 바랜 추억을 더듬어 어릴 적의 명작만화를 다시 들추었더니 이건 그야말로 유치찬연의 수준이더라는 경우도 다반사임을 감안할 때, 투니버스의 애니판으로 다시 봐도 여전히 낄낄댈 수 있을 만큼 본작은 썩 양호한 수준이다. 여러 가지 면에서 [루팡 3세]를 떠올려도 큰 실례가 안될 만한 '잘 만들어진 상품'이다.(예술성은 다른 우물에서 찾으시도록.)

해적판으로 처음 소개될 당시의 인기는 그야말로 폭발적인 것이었다. 거짓말 안보태고, 신권이 나오면 적어도 3명은 기다려야 간신히 차례가 돌아오곤 했다. 그냥 기다리기가 지루한 덕에 '이삭줍기'로 읽혀진 만화도 꽤 될 것이다. 방의표(당시 해적판의 주인공 이름)는 마흥식과 함께 남학생들의 장래희망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그런 열광적 호응은 당시까지 성적 농담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만화나 영화를 대하기가 그만큼 어려웠던 형편의 반증이었을 것이다. 요즘이야 히히덕거릴 만한 것들이 원산지를 막론하고 넘쳐나지만 그때의 텍스트 세상은 콘텍스트만큼이나 양극 아니면 음극이었다.([소나기]거나 '세운상가'거나.)

그런 엄숙한 이분법에 가위눌려 살던 남학교 앞 만화방에 운석처럼 떨어진 방의표가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켰을지는 능히 짐작할 수 있는 일 아닌가. 이런 비비꼬인 추억 탓에 요즘도 이 만화의 표지를 흘낏거리는 나의 표정은 회상과 신물이 묘하게 배합된 그 어떤 것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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