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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 Collected Works of hahndaesoo; Silence, Poetry, Photos & Lyrics
한대수 지음 / 푸른미디어(푸른산) / 2002년 10월
평점 :
절판
한대수씨는 몇년 전에 뉴욕에서 일종의 인디 형식으로 두 권의 자그마한 사진시집을 제작했었다. 왼쪽 페이지에는 흑백사진, 오른쪽 페이지에는 사진과 연관성을 갖는 몇줄짜리의 짧은 시가 결합된 형식이었다. [Human Openings] 1, 2라는 제목을 가졌던 이 사진시집들이 이 책의 앞부분 200페이지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물론 이번에는 영어 원문에 번역이 더해진 점이 다르고--영한대역 형식으로 되어있음--판형도 훨씬 커졌다.)
결과물들은 사진가이기도 한 그의 또다른 재주를 감상하는 차원 이상이다. 사진과 시의 화학작용이 상당하다. 그의 글재주가 작사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비슷한 형식으로 출간되었던 브레히트의 사진시집 [전쟁교본]이 떠오르는데, 브레히트는 직접 찍은 사진이 아니라 신문과 잡지에서 스크랩한 것을 썼더랬다. 또한 [전쟁교본]이 뚜렷한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있었다면 이것은 사회문제, 삶, 사랑, 종교 등에 넓게 관여하고 있다.
나머지 분량 중 25페이지 가량은 시만으로 된 작품들, 그리고 또 30여페이지는 그동안 발표된 모든 가사들로 채워져있다. 시들 중에는 <나는 반 고흐와 이야기했다>가 인상깊다. 회자될 만한 한 편이 아닐까 한다. 싱어 송라이터이자 사진가이며 또한 시인인 한대수의 나머지 부분들이 비로소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