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인간 - 인류에 관한 102가지 수수께끼
마빈 해리스 지음, 김찬호 옮김 / 민음사 / 1995년 5월
평점 :
절판


문화인류학이 뭘하는 건지도 모르던 내가 이 책을 봤던 건 아마도 '여러 가지 풍속들에 대해 재미있는 해석을 제시한다'는 주변의 말 때문이었던 것 같다. 처음 한동안은 그렇게까지 흥미롭지 않다. '인류학'이라는 전문적인 자연과학 분야에 관련된, 혹은 고등학교 생물 시간에 나왔던 듯한 원시인 얘기들이 한동안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앞부분 100페이지 가량이 지나면서부터 진짜 재미가 시작된다. 이전까지 나 역시 그저 종교적-도덕적 계율의 문제, 관습의 문제, 즉 관념적인 것으로 생각해왔던 수많은 주제들에 대해 저자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낱낱이 답을 내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문화인류학이란 것이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 경제적 토대와 정치문화적 상부구조, 혹은 좀더 거창하게 물질과 정신의 양영역에 한발씩을 걸치고 균형을 잡아나가는 학문이라는 점을 자연스럽게 각인시킨다.

저자가 가지고 있는 개방적인 태도 또한 미덕으로 다가온다. 성적, 인종적 차별 등의 민감한 문제들에 대해 그는 늘 개방적이고 진보적인 편에 선다.(미국인이라서 그런지 좌익까지는 아니지만.) 세상을 보고 해석하는 새로운 시각, 새로운 방법론만도 반가운데 이렇듯 마음에 드는 정치적 태도까지 겸비되어서 책을 읽은 후 한동안 문화인류학을 새롭게 전공해볼까 고민하기까지 했던 기억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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