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꽃을 저녁에 줍다
노신 지음, 이욱연 옮김 / 창 / 1991년 3월
평점 :
절판


루쉰을 처음 읽은 것이 대학 2학년때쯤, 그러니까 십몇년 전이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한국사회는 지금보다 많이 한심해서 젊은이들은 무척 답답해했었다.(그때보다 현저히 나아진 지금 시대의 젊은이들도 못지 않게 답답해하는 것을 보고 곤혹스러워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런 심정에서 읽는 루쉰은 각별한 것이었다. 매 페이지마다가 내 가슴에 비수처럼 와 꽂혔고 정신이 번쩍 들도록 뒤통수를 후려쳤다. 20세기 초의 중국에 대한 그의 꾸짖음들이 마치 나와 우리 사회에 대한 것처럼 느껴졌다.

이제 다시 루쉰을 읽는다면 어떨지 모르겠다. 그때만큼 절절하고 날카로울까. 혹은 지금의 젊은이들은 루쉰을 읽고 그 당시의 나만큼 자극을 받을 수 있을까. 정신이 살아있는 글들은 제대로 조명받지도 못하고, 뻔한 속물적 유행과 기교와 얄팍한 감수성만이 모든 것인양 난무하는 지금의 한국 지성계에서 루쉰의 대쪽 선비정신은 어떤 값어치를 지닐 수 있을까. 지금 내가 진정 바라야 할 것은 루쉰의 복권일까, 이 시대의 새로운 루쉰의 등장일까. 아직도 그의 앞에서 추궁당하고 있는 듯한 느낌인 내가 처음 읽었던 그의 저술이 바로 이 산문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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