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경]이라는 경전 자체야 말할 것도 없이 소중하고 귀한 가르침이다. 석가모니의 육성에 가장 가깝다는 본 초기불교 금언집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서는 과문한 이가 함부로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다. 문제는 번역과 해설이다. 이미 수십 가지 판본이 나와있는 갖가지 [법구경] 중 특히 추천하지 못할 것이 김달진에 의한 본 한역본이다.우선 대단히 옛날인 1962년도의 번역이다. 이후 소폭 개정을 했다 하더라도 아예 새로 작업을 한 것이 아닌 한 낡고 고리타분한 문체는 어쩌지 못한다. 더구나 나의 판단으로는 상당히 자의적이기까지 하다. 과거 김달진 번역본이 유명했던 것은 순전히 당시엔 마땅한 다른 번역본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둘째, 결정적으로 이 판본은 한역본으로부터의 중역이다. 팔리어 원전으로부터의 직역본이 이미 여럿 시중에 출간되어있는 상황에서 굳이 중역본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 특히 경전, 학술서, 시집 등의 경우에는 어지간하면 중역본을 피하는 것이 좋음은 불문가지일 것이다.셋째, 해설의 문제이다. 김달진은 구절구절마다 번역문 뒤에 자신의 해석을 달아놓았는데, 이 내용들이 심히 보기가 불편하다. 시종 감탄과 질타와 탄식으로 뒤범벅되어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일부에서는 원문과 아무런 상관이 없어보이는 성차별주의적 발언들까지 서슴지 않는다. 60년대의 불교계는 그래도 됐는지 모르나 오늘날에 와서는 턱에도 닿지 않는 노릇이다.넷째, 여타의 번역본 중 일부는 각각의 금언과 관련된 이야기--석가모니가 금언을 설하게 된 배경--를 함께 실음으로써 이해를 돕고 있다. 이것이 실제로 적지 않은 도움이 되는데 김달진 번역본에서는 이것이 전혀 없다. 배경지식이 없음으로 해서 왕왕 해석의 맥락이 상당히 달라지기까지 한다.어찌된 일인지 시중에 김달진 번역본 [법구경]이 여러 가지 판본으로 나와있는데, 위와 같은 문제점들을 당연히 동일하게 안고 있다. 웬만하면 직역에 배경해설도 달린 다른 번역본을 선택하시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