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본 삼국지 2
나관중 지음 / 청년사 / 1990년 8월
평점 :
절판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삼국지를 읽고 싶어할 것이다. 처음 시도해보려는 이도 있고, 만화로만 봤다가 소설로 제대로 읽어보려는 이도 있고, '복습'인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럼 요즘의 판본들로는 어떤 것이 좋을까? 특히 이문열 평역본이 내키지 않는다면? 여러 해 전 나의 손에 들어온 것은 이 청년사 간 연변 판(전6권)이었다. 결과적으로 참 운이 좋았다.

우선 이것은 정본이다. 만화야 아예 다른 장르로 옮긴 것이니 별개겠지만, 삼국지 정도의 고전을 평역이니 축약이니 해서 이본으로 읽는 사람들을 나는 이해할 수 없다.(정본을 다 읽은 후에 이본을 찾는 경우는 제외하고.) [파우스트]를 복거일 평역본으로 읽고 싶겠는가? [불멸]을 이인화 축약본으로 읽고 싶은 마음이 나겠는가?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소제목 하나까지 멋대로 고치지 않은 엄연한 정본이다.(중국 고전들의 소제목은 언제나 길다란 문장으로 해당 단원을 요약해놓은 형태를 띄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소제목만 봐도 정역인지 멋대로인지 눈치챌 수 있다.)

또한 이것은 연변대학 '삼국연의 번역조'가 집단번역해낸 작품이다. 일어본으로부터의 중역이 물론 아닐 뿐더러 집단번역이라는 점에서 더욱 믿음이 간다. 흥미로운 것은 연변의 동포들이 번역한 것인 만큼 고풍스럽고도 토속적인 문체의 맛이 잘 살아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일제시대 소설들 정도를 생각하면 안되고, 그보다는 현대적이면서도 경박하게 반짝대지 않는 딱 적절한 수준이다.

아쉬운 것은 출간된 지가 좀 지나서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지만, 나는 아직도 이 판본 외에 다른 번역본을 새로 구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참고로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여타의 판본 중에서는 김구용 선생의 [정통완역본 삼국지연의](전7권, 솔 출판사)가 가장 충실한, 혹자의 말로는 남한에서 번역된 것으로는 유일하게 정역을 한 판본이라고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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