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성 시문학시인선 14
알렌 긴스버그 / 시문학사 / 1990년 8월
평점 :
품절


보통 '긴즈버그'라고 표기하는 이름을 '긴스버그'라고 표기한 통에(책 자체에 그렇게 표기되어있다), 그리고 'Howl'이라는 번역하기 막막한 제목 탓에('아우성'이라는 번역은 마음에 들지만) 이 책은 잘 검색되지도 않고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이 바로 그 책이다. 50년대 비트닉스 문학의 양대 기념비 중 하나라고 일컬어지는 앨런 긴즈버그의 [Howl]이다.(나머지 하나인 잭 캐루악의 [On the Road]는 번역되지 않았다. 아마 앞으로도 번역되지 않을 것 같다. 거의 번역 불가능 판정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 책은 [Howl과 기타 시(詩)]라는 제목을 가진 긴즈버그의 첫 시집을 그대로 번역해낸 것은 아니고 그의 시선집이다. 위의 시집에서 표제작을 비롯한 8편, 후속작인 [긴즈버그 선집]과 [하얀 수의]에서 각각 21편과 15편이 선별 수록되어있다. 그 유명한 표제작(13페이지 분량)은 듣던 대로 현란하고 난해하지만 나머지들은 그렇게까지는 되지 않고 문지 계열의 80-90년대 한국시들과 많이 닮아있다고 느껴지는 정도다.

번역에는 불만이 적지 않다. 이 시들을 번역한 것은 몇 명의 재미교포 시인들인데, 원문을 잘 살렸는지는 둘째치고 한국어 표현 자체가 낡고 어색한 것이 곳곳에 보일 뿐 아니라 오자는 또 왜 그렇게 많은지, 번역자들이 미국에 너무 오래 살아서 한국어가 서툴어진 것인지 출판사 직원들의 성의가 부족했던 것인지 분간이 어렵다. 그래도 김명희에 의한 [긴즈버그 선집] 중 21편 번역은 괜찮은데 나머지 대다수를 번역한 최연홍의 것들은 문제가 있다.(외국에 너무 오래 산 사람의 번역 역시 믿을 것이 못 된다는 교훈은 얻을 수 있겠다.)

비트닉스 작가들의 작품은 이 시집 외에는 거의 아무 것도 번역되지 않고 있다. 유독 노먼 메일러라는 작가의 책만이 여러 가지 나와있지만 그것은 비트닉스 문학으로서가 아니라 저널리즘적 현실참여 문학으로서이다.(작가가 두 번에 걸쳐 퓰리쳐상을 받았다는 점이 한몫을 했을 것이다.) 번역을 접어주고 이것이라도 먼저 보든지, 아니면 애초부터 원서를 구해보는 편이 나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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