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역사
보먼트 뉴홀 지음, 정진국 옮김 / 열화당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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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역사라는 게 그렇게 짧은 편이 아니다. 1839년에 사진술이라는 것의 발명이 공식적으로 공표되었으니 벌써 170년이다. 어쩌면 우리 살아있을 동안에 성대한 200주년 기념식을 구경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19세기의 사진사(史)는 일반인(아마추어 사진애호가들을 포함하여)에게 거의 베일에 쌓여있다시피 하다. 20세기 전반만 해도 스티글리츠도 나오고 브레송도 나오고 에드워드 웨스턴도 나오지만 글쎄... 19세기에도 유명한 사진가가 있었을까? 과연 일반인들이 사진이라는 걸 찍거나 찍힐 일이나 있었을까? 

여기에 그 해답이 빼곡이 들어있다. 원래 사진 100주년을 기념하여 1937년에 열렸던 전시회의 도록으로 준비되었던 원고를 보완하여 발행한 이 책은 현재 유통되고 있는 사진사 관련서적 중 19세기의 이야기를 가장 충실히 담고 있다. 이 부분이야말로 이 책이 가진 최대의 장점이자 최고의 약점이기도 하다. 본서는 1982년의 제5판을 번역한 것이며 저자는 충실히 개정증보를 해나갔다. 1970년대까지도 담기 위해 노력은 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역시 '첨부'의 수준을 넘지는 못하고 있으며, 어디까지나 이 책의 본몸은 19세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다. 

저자는 무척 유명한 인물이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 최초의 사진담당 큐레이터였으며, 당대의 유명한 사진가들과 개인적인 친분을 쌓고 지내기도 했다. 사진사 연구에서 그야말로 일획을 그은 인물이다. 이러한 저자가 필생의 역작으로 남긴 것이고 최초 출간 이후 무려 70여년이 지나도록 고전으로 인정받고 있으니만큼 그 수준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을 필요가 없다. 전문연구자가 아닌 이상, 20세기 중반까지의 사진사를 개괄하고자 한다면 이 책이 모범답안이다. 

사진술의 기술적 발전과정을 씨줄로 하고 사진가들의 예술적 활동궤적을 날줄로 하여 꼼꼼하게도 적어나갔다. 둘 사이의 균형과 연결이 무척 좋다. 하여 많이 알려져있지 않은 20세기 초반 이전의 사진술에 관심이 있는 학구파 장비병 환자^^에게도, 어디 가서 구경하기도 힘든 19세기의 사진들을 편안하게 일람하고자 하는 사진감상 애호가에게도 이 책은 필독서다.(도판이 매우 풍부하고 인쇄 품질도 좋다. 그리고 하나 더, 깜짝 놀랄 만큼 19세기 사진가들의 실력 또한 좋다.)

반면 20세기 중반 이후에 대해서는 말 그대로 개괄 이상이 못 된다. 분량으로만 봐도 19세기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도 20세기 전반기가 대부분이다. 한편으로는 역시 미국중심의 시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꾸준히 받아왔다. 사회사적 맥락과의 연결에도 그다지 능통하지 못하다. 이런 약점들은 유럽 쪽에서 나온 [세계사진사](공저, 까치글방)도 있고 초보자에게 알맞은 [영화보다 재미있는 사진 이야기](진동선, 푸른세상)도 있으니 보완이 될 것이다. 

사진의 역사를 처음 접하고자 하는 분, 특히 20세기 유명사진가들에 대해 궁금한 분이라면 위의 책들을, 반대로 좀 더 심화학습을 하고자 하는 분, 19세기에 대한 궁금증을 참을 수 없는 분이라면 이 책을 선택하면 될 것이다. 19세기만을 보다 전문적으로 다룬 [사진의 경쟁](박평종, 눈빛)도 참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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