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요 몰라요 그냥요 이야기 보물창고 17
이금이 지음, 최정인 그림 / 보물창고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아이들의 언어습관 중에는 '싫어요 몰라요 그냥요' 라고 어른들이 들었을 때는 다소 버릇없거나 제마음대로인 듯 들리는 경우가 있다.  전에는 나도 무심결에 듣고 그냥 웃어넘겼는데, 이 책을 읽고 보니 그런 언어습관인 요즘 아이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는 심각한 '3요병'이란다. 물론 아이들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그들의 눈높이에서 잘 관찰하신 <이금이 작가님>께서 붙이신 것이겠지만, 정말 그렇다 하고 무릎을 칠 수 밖에 없고, 한번 쯤은 생각해볼 문제인 것 같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왜 이런 언어습관을 쓰는 것일까?  그리고 무조건 야단만 친다고 이런 습관이 고쳐지는 것일까? 어쩌면 말하기 싫어서 제 멋대로 말해겠지. 라고 단정지어버리고 이런 아이들을 고약하고 버릇없다고 나무라기만 하기 쉬운데, 작가는 '3요병' 이라 불리는 이 병의 치료에 대해 독자들과 요즘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싫어요 몰라요 그냥요>는 이 책에 나오는 다섯 편의 단편동화 가운데 하나로, 엄마 원숭이가 아기 원숭이 몽몽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어디가 아픈지 물어보는 코끼리의사에게 엄마 원숭이는 아이가 요즘 유행하는 '3요병'에 걸렸다고 하소연한다.  아기원숭이를 진찰하는 코끼리 의사 앞에서도 아기 원숭이가 하는 말은 '싫어요 몰라요 그냥요'로 일관하는 것이다. 코끼리의사선생님의 처방은 바로 '매'를 때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처방을 내리고 집에 돌아온 코끼리 의사선생님 역시 학교에서 돌아온 사랑하는 아들 코끼리 밤부도 이 문제의 '3요병'에 걸린 것을 알게된다. 과연 코끼리 의사선생님은 아들에게도 똑같은 처방을 내렸을까? 

학교에서 방과후 아이들을 지도하며 이 책을 읽어주었다. 아이들은 어떤 처방을 내릴지 궁금해서 말이다. 그런데 거의 한결같이 나오는 이야기가 매로 때리라는 것이다. "그냥 막 패주세요." 그럼 정신을 차리겠죠?" 대부분 이렇게 말한다. 아이들도 어른한테 그렇게 말하면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이겠지.  그냥 한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그냥 무시하던지, 아니면 엄마도 똑같이 '싫어요 몰라요 그냥요' 하고 놀리라는 것이었다. 그럼 짜증나서 안 한다고...

사실 이 책을 읽은 후 나의 생각과 조금 비슷했다. 나도 아이에게 무조건 뭐라하기 보다는 같이 '싫어요 몰라요 그냥요' 하고 놀이하듯 따라하면 그 말에 심드렁해져서 자꾸안할 것 같기도 하다. 어찌보면 어른들이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거나 과민반응을 보이고, "그런 말하면 못 써!" " 때려줄거야!" 이렇게 반응할 때 아이들은 더욱 신이나서 그 말을 계속 할 것같다. 최소한 엄마의 관심을 끄는데는 성공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야기 중에 아기코끼리 밤부가 학교 점심시간에 콩자반을 억지로 먹은 사건에 주목을 할 필요가 있다. 밤부는 원래 콩자반을 싫어했단다. 그런데 선생님의 벌이 무서워서 억지로 다 먹었더니, 선생님께선 " 밤부는 콩자반을 좋아하는 모양이구나!" 하고 다정하게 말씀하시면서 콩자반을 뜸뿍 더 주셨다는 것 말이다. 정말 친절한 선생님이 아니라, 아이의 마음을 전혀 읽어주지 못한 교사인 것이다.  

부모들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들의 어떤 좋지못한 행동 뒤에는 반드시 어떤 원인이 있음을 주목해야할 것이다.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왜 좋아하고, 왜 싫어하는지? 그런 것에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가지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요즘 아이들 사이에 '3요병' 이 유행한다는 것은 그만큼 아이들의 마음을 몰라주는 어른들이 늘어나는 현상이라고 바꾸어 생각할 필요도 있다.  

'싫어요 몰라요 그냥요' 하는 아이의 말을 마음의 눈으로 읽어보자. 

<싫어요. 엄마는 나에겐 관심이 없잖아요. 엄마는 늘 바쁘기만 하잖아요. 제가 뭘 좋아하는지 도대체 알기나 한거예요. 그래서 전 엄마가 싫어요.

<몰라요. 엄마가 언제 제 말을 들어준 적 있어요. 엄마가 궁금한 건 오로지 학교갔다와서 학원에 잘 갔는지?  이번 시험에 성적을 얼마나 받았는지? 옆집아이보다 잘했는지? 뭐 이런것 뿐이잖아요. 만날 엄마가 공부공부 하니까 나도 정말 내가 뭘 잘 하는지, 뭐가 좋은지 몰라요. 모르겠단 말이에요.> 

<그냥요. 그냥 그런 마음이 들어요. 엄마는 늘 딴 일을 하시느라 바쁘시잖아요. 언니들 공부도 봐줘야하고, 학교에서 아이들 가르치기도 해야하고, 인터넷에서 동화서평도 써야하잖아요. 내가 무슨 말을 하면 엄마가 끝까지 들어주지 않으니까 저도 그냥 엄마랑 말하기 싫어요. 그냥 그래요. 왜 그러는지 나도 진짜 모르겠단 말이에요>  

마음의 눈으로 읽었더니 우리 아이도 내게 이런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싫어요 몰라요 그냥요' 하는 아이들의 말에 이런 말이 숨어있는었다니...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오늘부터라도 우리들의 말에 귀 기울여주는 멋진 엄마 되어야하지 않을까?   

우리 아이(3학년)는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 중에서 '싫어요 몰라요 그냥요' 뿐 아니라 뉴스에 나오는 기절하는 양을 흉내내는 '기절하는 양'이나 누리가 엄마생일 선물을 마련하기위해 꾸꾸라는 돼지저금통에 돈을 모으는 이야기인  '누리는 꾸꾸 엄마' 도 재밌지만 '열려라 맘대로 층!' 이 제일 재밌단다. 내가 생각할 때는 그 동화가 왜 재밌는지 잘 모르겠지만 엘리베이터를 가지고 장난치고 싶은 아이들 심리나 '맘대로 가게'가 엘리베이터랑 연결되는 것, 무엇이든 마음대로 사고 싶은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알아주어서 그런 것 같다. 아이와 함께 동화를 보면서 역시 아이의 마음은 어른들이랑 다를 때가 많구나 싶었다.  

그런면에서 보면, 이금이 작가님은 <이 시대의 진솔한 이야기꾼>이라는 별명을 가졌다는데, 나는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가장 잘 알아주는 작가>라는 새로운 별명을 하나 붙여드리고 싶다. 

사실 아이들은 무엇이든 마음대로 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무엇이든 마음대로 하면 이 세상은 너무 무질서해지기에 그런 아이들을 잘 이끌어주고 바른 길로 가게 하기위해 가정과 학교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부모나 교사들의 태도는 늘 아이들의 눈높이와 아이들의 시각에서 그들의 마음을 알아주기 위해 끝없이 노력해야함을 다시금 책을 통해 깨닫게 된다. 

'싫어요 몰라요 그냥요' 하는 3요병이 정말 심각하다면...  그 말의 이면에 숨어있는 아이들의 마음을 잘 헤아릴 수 있는 부모나 교사가 된다면  우리 아이들도 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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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3 1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3 1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04 15: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같은하늘 2010-04-01 0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구입해서 아이와 함께 읽어야 겠어요.

잎싹 2010-04-02 23:23   좋아요 0 | URL
전 이금이 작가님사인본 하나 받아서 두 권이네요.
가까이 있음 한 권 드리고 싶네요.
택배는 게을러서 못보내겠고요.ㅎㅎ
꼭 구입해서 보시어요.
재밌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