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시소 동화 보물창고 19
안도 미키에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이영림 그림 / 보물창고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가 '안도 미키에'님이 쓰신 사춘기 동화 '하늘의 시소' ......

사춘기, 5학년......

주인공 미오가 우리 집 둘째와 같은 5학년이라 더욱 공감이 가는 책이었다. 큰 딸이 힘들게  사춘기를 통과하고 나니 , 또 다시 찾아온 둘째 딸의 사춘기 앞에 엄마로서 어떻게 해주어야할까 많이 고민할 즈음에 만난 책이라 반가움이 앞섰다.

단편이라고 하지만 나에게는 마치 장편을 읽는 듯한 자연스러움이 느껴졌고, 책을 읽는 동안 나도 모르게 '미오'가 되어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마치 미오가 생각에 따라 작은 곤충도 되고, 벌레도 되는 것처럼......

미오의 눈으로 본 세상에서 엄마는 히나코만 예쁘하고 편애한다. 겉모습만으로 판단하려는 엄마, 미오의 좋은 점을 찾기보담 조그만 잘못을 보면 어느새 잔소리쟁이, 설교쟁이로 변해버리는 엄마,이런 엄마의 모습에 넌더리를 내고, 부끄러워하기조차 한다. 그래서 '한방울의 바다'에서 미오는 자기를 좋아하는 사치에의 방법을 따라 '눈감고 가는 길'을 따라 집으로 간다. 이것은 미오와 사치에만 아는 비밀의 길 이름이었다. 미오에게 있어 사치에의 존재는 미오가 가장 좋아하는 '바다'같은 존재이고 사치에언니가 미오에게 선물해준 한 방울의 바다가 없었다면 아마 미오는 엄마가 보기 싫고 그냥 뛰쳐나오고만 싶은 집에서 견디기가 무척 힘들었으리라......  

미오의 눈에 비친 세상은 "온 세상이 한 통속이 되어 자기를 괴롭히고 있었다. 까닭은 알 수 없지만 운명의 여신이 미오를 저주해서 어중이떠중이들을 시켜 자기를 골탕먹이는 것" 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괜히 감정의 파도가 일기도 하고, 산만하고 복잡하고, 뭔가 뒤죽박죽인 것 같기도 하다가 돌발적인 마음이 들기도 하는 그런 흔히 말하는 질풍노도의 시기에 선 미오의 모습을 보며 바로 그 맘 때 쯤의 나의 모습이 떠올라 미오에게, 아니 내 딸에게 한걸음 다가선 마음이었다고나 할까?

부모에게 반항하고 싶고, 세상에 반항하고 싶은 미오이지만 여전히 개구장이 어린이인 미오의 모습은 '도시마귀'에서 볼 수 있다. 이웃할머니를 골려주려고 초인종을 누르고 도망치던 모습에서 말이다. 하지만 미오는 그 할머니의 화분을 깨뜨린 죄책감에 괴로워하기도 하고, 정직하게 사과할 줄도 아는 착한아이이기도 했다. 이웃의 불쌍한 꼬마인 '쇼'와 '준이치'를 따뜻하게 돌봐줄 줄 아는 심성을 가진 아이이기도 했다. 비록 동생 히나코의 질투를 받았지만 동생과 따뜻하게 화해할 줄도 아는 소녀였다.  

부잣집 친구만 골라서 사귀지도 않았음은 사노를 좋아하는 모습에서 볼 수 있다. "우리도 똑같아. 겉모습이나 사는 집 따위, 하찮은 것으로 사람을 판단하려고 해." 하고 겸손히 자신을 돌아볼 줄도 아는 아이였으며, 장애인 오빠를 끝까지 따라가 떨어뜨리고 간 우산을 챙겨주기도 하는 아이, 바다에서 잡혀온 '털게'를 바다로 돌려보내주고 싶은 마음을 가진  천사같은 아이이기도 했다.

이렇듯 아픔을 통해 스스로 깨달아가는 미오의 사춘기 성장통을 지켜보면서 지금 사춘기라는 긴 터널의 앞에 선 내 작은 딸의 아픔이나 상처를 내 멋대로 벗기려고 하기보다

" 상처를 입은 사람에게는 그 상처를 감싸서 낫게 해주는 뭔가가 반드시 나타나거든. 그러니까 딱지는 벗기면 안 돼." 라고 미오가 깨달은 것처럼 스스로 아파하는 모습과 상처를 포근히 감싸줄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겠다고 조용히 기도해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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