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번의 데이트 세계일주 - 이프 여성경험총서 6
제니퍼 콕스 지음, 권희정.류숙렬 옮김 / 이프(if)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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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본 건 교보문고에서였던가. 평소처럼 여행 서적 코너를 서성이다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땐 그저 좋은 남자 잡는 것이 최고의 성공이고 가치인양 강조하는 책이 왜 여행서적에 꽂혀있을까 의아해했었고, 아마 그런 처세술에 그렇고 그런 여행기를 섞은 책이겠거니했다.

한 달 정도 후에 동네 서점에서 이 책을 다시 봤다. 첫 장에서 이 책의 저자가 'stand by your man'을 들으며 옛 남자친구에게 저주를 퍼붓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그때 나 역시 누군가로 인한 심한 자기비하와 자괴감에 빠져있었을 때라 더욱 그랬을 것이다.

너무나 수동적이고 자신감없는 내 삶에 그녀의 '소울메이트 찾기 대장정'은 뭔가 해답을 줄 것 같았다. 그녀의 당당함, 자신감, 모험심이 부러웠다. 남성이 선택해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여성 스스로가 계획하곡 준비하여 소울메이트를 찾아나선다는 여행은 몹시 매력적이고 흥미로웠다. 그동안 나는 얼마나 수동적이고 참한 여성상을 교육에서 가정에서 강요받고 살았던가. 첫 눈에 소울메이트를 알아볼 수 있다는 그녀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지만, 자기 긍정과 자기 신뢰가 충분한 다음 그것을 딛고 도약해야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다는 그녀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이다.

꼭 사랑을 위해서 뿐만은 아니다.  삶을 지탱해주는 가치를 알게 해 주는 책이다. 여성으로서 자기 긍정과 자기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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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 발칙한 글쟁이의 의외로 훈훈한 여행기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권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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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발칙하다.

모든 매체에서 아름답고 낭만적인 이미지로 그려내는 유럽을 이토록 풍자적으로 그려내다니.

그동안 파리를 떠올리며 베르사이유의 우아한 정원과 고풍스런 건물, 예술적 감성 풍부한 여유로운 파리지엥을 떠올렸다면 이 책을 읽은 후부터는 빵집에서 죽은 비버를 내어 놓는 마담을 생각하게 될 것 같다.

하지만 초반을 낄낄거리며 읽었던 반면 뒤로 갈수로 내용이 그가 묵은 호텔에 관한 평, 기차표를 사기 위한 고충, 까페나 식당의 서비스와 종업원에 대한 평, 그곳에서의 농담으로 채워져 조금 지겨워지려 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사적인 여행기도 충분히 쓸 수 있다는 그의 발칙한 상상력과 발칙한 문체에는 손 들었다. 그의 다른 여행기를 읽고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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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롬과 쌀람, 장벽에 가로막힌 평화 - 유재현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기행
유재현 지음 / 창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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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O, 텔아비브, 레바논, 베이루트,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난민...

신문에서, 뉴스에서 종종 듣곤 하던 단어들이었지만 그곳의 실상이 어떤지는 정작 알지 못했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그곳에서 생존의 위협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곳의 문제만도 넘쳐나는데 그들의 삶은 너무나 멀게만 느껴졌다.

그저 미국의 패권주의를 등에 업고 중동 질서를 개편하려는 이스라엘의 위선이 평화를 어지럽히는 정도로만 판단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알게 된 팔레스타인의 실상은 처참하다 못해 이국인인 나에게도 분노가 치밀어 오르게 했다. 아마 그 이유는 이들에게 가해지는 미국의 폭력과 야만성이 우리 땅의 그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미쳤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지역의 장벽에 가로막힌 진실과 정의'라고 해야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 프랑스의 식민지배로 유린당한 그 땅은 이제 미국- 유엔- 이스라엘의 시온주의에 의해 철저히 수탈당하고 학살당하고 있다.

그 내부에 파타와 하마스로 대립되는 팔레스타인 분열 역시 그들을 지배하기 위해 강대국들이 내세운 '자치'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인간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저항할 수 밖에 없다는 난민촌의 그들, 그 곳에도 평화가 올까. 아니, 진실이 정의가 승리할 수 있을까. 미국의 봉쇄 정책과 패권주의는 중동의 문제 만은 아니다. 미국 중심으로 세계 질서를 재편하려는 구도에서 어떤 땅도 안전하지도 평화롭지도 않다. 정의와 진실은 사라지고 오직 힘의 논리로 지배되는 세계.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그들의 삶이 더이상 '남'의 것이 아니라 '내'것이 될 수 있음에 두려움과 함께 분노를 느끼게 된다.

이 책의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 역시 단순히 평화는 아니다. 진실과 정의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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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정도상 지음 / 창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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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상님의 '찔레꽃'을 출간된 날 선물받았다.  80년대생인 나에게 '정도상'은 그렇게 낯익은 작가는 아니다.

단편'찔레꽃'을 창작과비평에서 읽었을 때는 은미(충심)이 겪어 온 삶의 궤적을 마치 퍼즐을 맞추듯 끼우며 읽어야 했고, 단편에 담기엔 너무 폭넓은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연작소설집으로 나온 '찔레꽃'을 읽으며 그가 소설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알 수 있었다.  한 여성의 삶이 너무나 아프게 무겁게 다가왔다.

우리가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혹은 이념이라는 잣대로 지나치게 까다롭게 바라보는 북녘의 문제를 그는 참 덤덤하게 그려내었다.

그곳에는 우리와 똑같은 삶은 사는 사람이 있었다. 깔끔하고 모범적인 남자와 강하지만 뒷모습이 슬픈 남자 사이에서 사랑을 고민하는 여학생이 있고, 부모님 몰래 여행을 가고 싶어하는 선남선녀가 있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부모님을 돕고 싶어하는 딸의 순수한 마음이 있고, 졸업 이후의 진로를 고민하는 여느 청춘들과 다를 바 없는 삶이 있었다.
다만 그런 인간적인 감정과 보편적인 삶조차 용납하지 않는 모순이 그녀의, 그의 삶을 처참하게 파괴하고 있는 것이었다.

소설은 북한의 인권을 운운하며 감상적인 눈물을 쏟아내게 하지 않으며, 이념과 체제를 문제삼으며 정치적인 선동을 하지도 않는다. 그저 똑같은 인간의 삶이 왜 파괴되어야 하는지,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결코 우리의 삶과 무관하지 않음을,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지경에 내몰린 삶을 너무나 아프게 절실하게 알려줄 뿐이다.

  북콘서트에서 정도상 선생님은 '겨울, 압록강'에서 언청이 엄마와 늙은 아버지, 어린 딸이 버스에 타서 서로를 보듬고 이별하는 부분을 낭송하셨다. 그 부분은 나 역시 뜨거운 것이 목에 걸려 쉽게 넘기지 못하고 몇 번을 읽었던 부분이다.

'낡은 옷과 거친 음식을 먹으며 어린 딸을 위해 육신을 고단하게 하면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세상의 저 숱한 아비 가운데 하나인 남자가 버스에서 내렸다.' 그곳에도 우리와 똑같은 삶이 있다.  

정도상 선생님은 2페이지 가량의 꽤 긴 부분을 낭독하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이 부분이 어쩌면 이 소설에서 제가 말하고 싶은 주제라고 할 수 있는데요. 소설을 통해서 온전한 삶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인권을 운운하지만 진정한 인권은 돈이나 식량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이들에게 온전한 가정을 돌려주는 것라고 생각합니다."

아, 지금의 북한 문제에 관한 말들 중에서 이토록 명료하게 마음에 와닿았던 말이 없다. 나중에 알았지만 문인으로서 그는 40여차례 북을 다녀왔다고 했다. 그의 소설에 담긴 치열한 고민이 그저 나온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80년대 학번에게 '정도상'은 '백무산, 박노해'같은 시인처럼 당시 대학생들이 반드시 거쳐가야하는 작가라고 했는데 북콘서트에서 그가 하는 말에는 8,90년대를 지나온 뒤에도 무뎌지지 않은, 시대를 바라보는 통찰력이 살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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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제단 - 개정판
심윤경 지음 / 문이당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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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제도와 인간 본연의 감정, 욕구의 갈등인가.

그저 단순한 이분법적인 사고로 이해하기에 심윤경의 소설은 너무나 섬세하고 살아 움직인다.

갈등은 어느시대에나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이 피로하고 지루한 나의 정신을 얽어매 끌어들이는 건 소설 전반에 흐르는 긴장감 때문일 것이다.

상룡이 그토록 집착하고 회귀하고 싶었던 것은 '모성'이 아니었을까. 어떤 시 공간이든 변하지 않는 가치는 인간 존재에 대한 긍정이다.

시대를 넘나들며 소설을 전개해가는 치밀한 구성력과 문장력은 흡입력이 있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 에 이어 발표된 소설들의 세계가 폭이 점점 넓어지고 있음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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