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모터사이클 카르페디엠 10
벤 마이켈슨 지음, 박정화 옮김 / 양철북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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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로 모험에 나서는 것은 꽤 낭만적이다. 그 모험에 나를 지켜주는 훌륭한 개가 한마리 있으면 그럴싸하겠다. 야영지에서 불을 피우고 먹을 거리를 준비하고, 동굴에서 잠을 자며, 어린 사슴이나 곰을 만나 친구가 될 수 있으면 더 멋지겠다. 여기까지는 어린 시절 나의 상상.. 

  이 책의 주인공인 조쉬는 결코 그런 낭만적인 모험을 계획한 것이 아니다. 아버지와 곰 사냥에 나섰다가 아버지가 어미 곰을 쏘게 되고 조쉬는 새끼 곰을 집으로 데려온다. 어업수렵관리부에서 새끼 곰을 데려가 실험용으로 쓰이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자 소년은 새끼 곰을 살리기 위해 깊은 밤 몰래 곰을 데리고 도망친다. 죽은 형의 산악오토바이를 타고... 여기에 집에서 키우는 개 머드플랩까지 따라온다. 그리고 험한 산 속에서 소년의 생존, 아니 곰의 생존을 위한 소년의 사투와 소년을 찾기 위한 가족, 보안관, 구조대의 추적이 시작된다. 

 따뜻하고 순수한 마음을 가졌지만 의외로 배짱 두둑한 소년의 모험담이자 동물 보호의 메시지, 죽은 형에 대한 죄책감과 무력감으로 알콜중독이 된 아버지, 아버지의 폭력, 소년과 우정을 교류하는 은둔형 지식인 등 다양한 이야기가 녹아 있다. 물론 소년이 '곰사냥 금지'를 요구하며 집을 나가는 것은 일종의 농성이지만 그렇다고 동물 보호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아니다. 소년의 요구는 세상을 향해 열려있는 아이의 순수한 마음과 이타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읽힌다. 동물 보호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소설이었다면 재미가 반감되었을테지. 

 최근 벤 마이켈슨 소설을 여러 권 읽고 든 생각은 중학생 수준에 적절하고 또 꽤 교훈적이라는 점이다. 그 교훈성이 좀 두드러지는 것 같아 걸리긴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은 결말이 다소 허리우드 아동 영화의 느낌이 풍기긴 하지만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소년의 도주와 어른들의 추적이 교차되는 속도감있는 구성도 책을 쉽게 놓지 못하게 한다. 모험을 꿈꾸는 아이들에게 권함. '구덩이'보다 구성이 평이하고 내용도 쉽다. 중1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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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릿 베어 카르페디엠 7
벤 마이켈슨 지음, 정미영 옮김 / 양철북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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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비행으로 소년원을 오가던 주인공은폭력사건으로 감옥에 가는 대신 '원형평결심사'라는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소년은 외딴 섬에서 1년 동안 홀로 살아가며 내면을 바라보고 스스로를 변화시켜야 한다. 그러나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 소년은 여전히 분노를 안은 채 섬에 도착하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에 화가 나고 울화가 치민다. 소년은 보호감찰관이 돌아가자 숙소인 오두막을 불태우고 헤엄을 쳐서 도망가려고 한다.. 

 스스로 분노를 이기지 못해 일상의 모든 사물에 공격성을 표출하는, 하지만 세상을 향한 분노만큼이나 내면의 상처가 큰 아이가 죽음의 고비를 넘기며 자연 속에서 그 내면을 다스리는 방법을 깨닫는 이야기이다. 분노와 고통을 넘어서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어떤 자세가 필요한지 소년의 성장 과정을 통해 알려준다. 

 자신의 고통을 타인에게 전가시키기 위해 타인에게 폭력을 행사하며 쾌감을 느끼지만 사실 그 폭력만큼 더 큰 고통이 내면에 쌓이게 된다. 분노하고 힘을 표출하는 이면에는 가장 나약한 자아가 자리하고 있다. 약한 자아는 쌓이는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정서적으로 황폐하고 만신창이가 된다. 아이가 가지는 극단적인 공격성과 그 아이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분노가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인디언식 치유방법은 징계와 처벌 중심의 청소년 지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국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은 진심이 없으면 어떤 방법도 소용이 없다는... 콜의 변화를 위해 가비와 에드윈이 보이는 끝없는 신뢰와 지지를 눈여겨 볼 만 하다.

그리고 치밀어 오르는 화를 감당하지 못하고 격하게 표출하는 아이에게. (중2~3수준)

"이 삭정이의 오른쪽 끝은 네 행복이란다, 왼쪽 끝은 네 분노고."  

에드윈은 콜에게 그 삭정이를 주며 말했다. 

"왼쪽 끝을 분질러 네 분노를 날려 버리렴."  

삭정이를 거머쥔 콜이 부들부들 떨면서 한쪽 끝을 뚝 분질렀다. 

에드윈은 고개를 내저었다. 

"왼쪽 끝을 분질렀는데 아직도 남아 있구나. 어서, 거기를 다시 분질러라." 

코링 삭정이를 또 분질렀지만 에드윈은 여전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게 분지르라고 말하는데 왜 자꾸 끄트머리를 남겨두는 거냐?" 

콜이 투덜댔다. 

"바보같은 짓이에요. 아무리 분질러도 왼쪽 끝은 언제나 남아 있게 마련이란 말이에요." 

에드윈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사람들은 분노를 없앤답시고 삭정이를 분지르느라 일생을 허비한단다. 그렇지만 분노가 늘 그대로 남아 있는 걸 보고는, 자기들의 노력이 말짱 수포로 돌아갔다고 좌절하지." 

..... 

"하늘, 이 삭정이, 소시지, 인생, 이 모든 게 다 똑같은 거란다. 네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그대로 이루어지는 거야. 사람들은 저마다 마음속에 분노를 담고 있단다. 하지만 동시에 행복도 담고 있지. 분노에 초점을 맞추는 사람은 늘 화를 내게 마련이야. 행복에 초점을 맞추는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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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에서 나와 씨네큐브로 가는 길에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나도 모르게 '아, 정말 예쁘다.'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예쁜 눈썹달 옆에 반짝이는 별 하나.

진희가 가진 DSLR로 찍어보려했는데 광화문 가로등이 너무 밝아서인지 사진기술이 부족해서인지 제대로 찍히지 않았다.

그림같은 초저녁 하늘을 마음에만 담아두었다.

집에 돌아와 인터넷으로 뉴스를 검색하다 본 기사에 내가 본 그 장면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서울 하늘에 나란히 뜬 초승달과 금성'이라는 이름으로..

그 순간 그 하늘을 올려다 보며 감탄한 사람들이 참 많았구나.

서로 다른 공간에 존재하는 사람들이 같은 시점에 같은 시공간에 집중한다는 건 참 신비로운 일이다. 왠지 모를 따스함도 느껴지고..

함께 꾸는 꿈, 연대가 그저 밤하늘의 감상적인 장면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길.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한걸음에 그 공감과 연대가 이뤄지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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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깅이 - 청소년을 위한 <지상에 숟가락 하나> 담쟁이 문고
현기영 지음, 박재동 그림 / 실천문학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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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상의 숟가락 하나' - 책을 펼치면 활자에 갖혀있던 제주의 자연이 서서히 눈 앞에 살아난다. 거친 바위, 용연, 초원, 돌담, 나무에 인간의 삶이 담겨있지 않은 것이 없다. 한 생명이 나타나는 소설의 시작처럼 작가는 제주의 자연이 품은 생명력을 한 인간의 성장의 동력으로 그려냈다.  

  '똥깅이' 표지에 쓰인 '청소년을 위한 지상에 숟가락 하나'를 보며 책장에 꽂혀있던 '지상에 숟가락 하나'를 다시 꺼내들었다. 책 마지막 속지에 적어 놓은 짧은 감상이 눈에 띄었다. '똥깅이'의 첫장을 넘기며 궁금했던 것도 그것이었다. 서사성과 서정성이 버무려진, 제주의 자연이 살아있는 듯 느껴지던 그 묘사를 어떻게 청소년용으로 바꿔놓았을까?  

 결론으로 말하자면 그 아름다운 묘사와 이미지들은 그 느낌 그대로 살아있다는 것이다. 참 이상하다. 분명 '지상에 숟가락 하나'보다 가벼운 것 같은데 그 뜨뜻하고 애잔한 느낌은 그대로다. 아마 그것은 이야기의 한 부분을 잘라낸다고 변하는 게 아니라 작가의 필력이 그대로 담기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4.3 항쟁의 학살과 관련된 부분이나 똥깅이와 그 친구들이 성에 눈뜨는 부분은 일부 생략되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4.3항쟁 부분은 아이들이 감당하기 어려워 생략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상에 숟가락 하나'에 비해 가볍고 밝은 느낌이다. 4.3항쟁은 간략한 각주로만 사건에 대해 알려주고 있을 뿐이다. 4.3 관련 내용이 빠진 것은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역사적인 사건은 이야기를 통한 전달력이 훨씬 더 강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4.3항쟁은 이 소설을 통해 아이들이 궁금증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해야 할 듯 하다.

  판형도 한 손에 쏙 들어오고 편집도 아이들이 보기 편하게 시원시원하다. 특히 박재동 화백의 익살맞으면서도 정다운 삽화는 소설의 내용을 유쾌하게 뒷받침하면서도 어른들의 애잔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이 소설에 주목하게 되는 부분은 청소년 소설이지만 서사의 범위가 깊고 풍부하다는 점이다. 4.3 항쟁부터 전후의 혼란기 속에서 겪는 한 인간의 삶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책을 통한 간접체험이라는 교과서적인 이유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책을 읽으며 그 시대의 시공간에 충분히 빠져들게 된다. 또한 60여년을 거슬러 시작되는 이야기지만 요즘 아이들이 느끼는 성장기의 외로움, 모험심, 두려움, 방황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람들 시선 의식하며 괜히 고독한 척 하는 게 어디 그 시대의 유행이던가. 그러니 시공간에 대한 호기심과 성장기의 공감대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다고 해 두자. 물론 성인 독자를 대상으로 출간된 뒤 청소년 소설로 다시 출간되어 그렇다고 하지만 그래도 청소년 독자에게 다가가는 시도로는 좋지 않을까. 어쨌든 요즘 청소년 소설이 지나치게 현재의 상황에만 한정이 되어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는 보편성을 담고 있지 못하다는 걱정을 씻어줄만한 소설이다.  

 또한 가장 고통스러운 시기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그 고통을 거쳐온 제주의 자연을 참으로 섬세하고 유려하게 펼쳐낸 작가의 필체는 '똥깅이'에도 여전히 살아있다. 제주의 자연 속에서 아픔을 고스란히 체험하고 그 체험을 내면화하며 성장한 '똥깅이'가 전혀 어둡고 음울해 보이지 않는 이유도 아마 제주의 자연에 애정을 듬뿍 담아 그려낸 작가의 필체에 있지 않을까.  

 제주 자연 속에 영원히 살아 꿈틀대는 한 인간의 유년의 기억이 다시 눈 앞에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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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of Column] 용산 참사 뒤에는 무엇이? 삼성의 돈벌이!
 
 
 

2009년 1월 19일과 20일은 삼성의 나날이다. 민주주의라는 이 멀쩡한 사회를 실제 지배하는 게 누구인지, 그리고 그 지배 아래에서 우리의 삶이 어떠한지를 숨김없이 보여준 이틀이다.

일주일 전쯤, 어느 술자리에서 누군가가 ‘고위관료’라는 출처를 달며 강만수가 물러나고 윤증현이 등용될 것이라 전했고, 나는 별 생각없이 또 다른 술자리에 그 소식을 옮겼다. 아마도 정보 보고를 위해서인 듯 대기업의 후배 하나가 “윤증현이 맞냐?”고 되물었고, 나는 그렇다고 답했다.

내가 ‘윤증현’이라 생각한 것은 그리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명박 정권으로서는 윤증현을 최선의 카드로 여길 것이기 때문이었다. 지난 국회에서의 충돌이 경제실적을 보이지 못한 이명박 정권의 초조함에서 비롯되었고, 재벌투자를 끌어내기 위해 금산분리를 완화하겠다는 나름의 계산에 의한 것이었음은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다.

19일 정부 개각, 19일 삼성 사장단 인사

윤증현은 노무현 정권 당시 대표적인 금산분리 완화론자였을 뿐더러 삼성에버랜드, 삼성생명을 위해 물불 안 가리는 충성을 과시했었다. 청와대가 개각을 발표한 19일 삼성은 구조조정본부 재무 출신자들과 삼성생명, 삼성카드 등의 파이낸셜 담당자들을 승진시키는 사상최대의 사장단 인사를 실시했다. 삼성은 21일 사장단협의회를 열어 투자조정위원회 구성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19일, 노회찬 전 의원은 피고로, 이학수 삼성 고문은 증인으로 재판정에 섰다. 검찰은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을 구형했다. 범죄를 모의한 삼성 재벌 일가와 도청한 안기부 직원은 아무 처벌도 받지 않았지만, 범죄를 폭로한 노회찬에게는 징역형이 구형됐다.

2005년 노회찬 폭로 한 달 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삼성경제연구소 이언오 전무를 국가정보원 최고정보책임자(CIO)로 임명해 삼성이 도청당할 위험을 원천봉쇄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아예 처음부터 김앤장의 삼성 담당 변호사를 국내 총책인 국가정보원 차장에 앉혔다.

이제 마무리 수순이다. 담당 판사는 촛불시위자들에게 실형을 선고한 강경 판결로 유명해진 사람이고, 서울시장 선거를 준비한다는 노회찬은 피선거권을 박탈당한 위기에 처하게 됐다.

폭력시위와 강경진압


   
  ▲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 불길에 휩싸인 용산 철거민 농성 건물, 노회찬 진보신당 공동대표, 용산4구역 개발조감도

용산 4구역은 삼성 땅이다. 삼성 땅에서 사람들이 죽었다. 삼성은 용역깡패 전문회사고, 대한민국 경찰은 언제나 용역깡패들의 앞잡이였고,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는 촛불 강경진압의 빛나는 위훈으로 영전한 인물인데, 참사 아닌 다른 무엇을 기대했단 말인가?

결국 책임은 폭력시위자들과 강경진압자들에게 돌아가고, 삼성은 영원할 것이다. 들끓을 여론도, 사람의 생명도 돈보다 길거나 귀하지 않다. 태안 앞바다에 기름을 쏟아 부었어도 삼성은 무사하다.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으니까.

용산 4구역 116,591평이 평당 3,800만 원에 분양된다면 그 총액은 4조 4천억 원에 이르고, 그 중 삼성물산 지분은 40%다.

 

2009년 01월 20일 (화) 16:35:37 이재영 기획위원 criticme@redia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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