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말들이2
모두가 받았다는 초대장 끝내 도착하지 않은
저녁의 현관 우편함
현관 너머까지 불려온 낙엽들 그러모아
빈 우편함에 넣는다
그러면 되었다 그러면 되었다는
그런 말들
- 김경미, <고통을 견디는 순서>, 창비, 2008
속으로 읽었을 땐 한숨이 나왔고,
하이미스터메모리가 곡을 붙여 불렀을 때는 눈물이 고였고,
혼자 나직이 소리 내어 읽었을 땐 아래 입술을 깨물게 되었다.
괜찮다. 괜찮다. 여러 번 되뇌었다.
돌아보면 사랑은 언제나 과거형이다. 김경미 선생님은 사랑은 이기적인 인간의 수련의 과정이라고 했다.
고통을 달래는 순서란 없다. 다만 고통을 견디는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두서없는 말들, 맥락없는 말들을 늘어 놓으며 고통을 견딘다.
나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나는 여전히 가는 비에도 젖고, 잎사귀를 스치는 바람에도 흔들린다. 흐느낀다.
그는 내게 웃어 보였다. 나도 웃었다.
그리고 돌아와 되뇌인다. 괜찮다. 괜찮다. 견딘다.
아무 일도 아니다. 고통도 외로움도 하나다.
나는 여전히 견디고 버틴다.. 흔들리는 잎사귀와 비에 젖은 가지를 안으로 움켜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