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은 영감을 준다. 거짓말을 하는 법을 모르니까. 걔들은 자연의 힘이다. 텔레비전은 5분만 봐도 메스껍다. 하지만 고양이는 몇 시간 동안이나 바라볼 수 있다. 은총과 영광밖에 보이지 않는다. 본연 그대로의 훌륭한 생명. -찰스 부코스키, <고양이에 대하여>


물감 님과 겨울호랑이 님의 고양이 페이퍼에 이어 써봅니다. 고양이와 함께 하는 알라딘 분들은 내 고양이 자랑! 한 번 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나는 10년 전만 하더라도 고양이를 무서워하던 사람이다. 스노우캣 홈페이지는 재미나게 들락거리면서 보면서도 고양이 사진은 무서워서 잘 보지 못했던 사람. 반려동물은 늘 집에 있었는데(모두 개였다), 고양이는 키워본 적 없고 지금은 아름답게만 느껴지는 그 눈빛이 무서워서(에드거 앨런 포 <검은 고양이> 영향도 있음... -_-) 내가 이렇게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첫째 (20136월 입양 /생일 20135월 추정)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어언 8년 전 첫째 냥이 때부터였다. 20136월에 입양한 첫째는 올해 벌써 여덟 살 꽃중년(장년?)이다. 이 녀석은 내 동생이 한 초등학교 앞 굴 같은 틈새에서 발견했는데, 일주일 가까이 지켜봐도 어미도 보이지 않고 초딩들에게 지속적인 괴롭힘&애정을 동시에 받고 있는 걸 보다 못해 구조했다. 임보하면서 입양할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그 꽃미모에도 불구하고 입양할 사람이 선뜻 나타나지 않았다. 고민 끝에 내가 덜컥 집으로 데리고 왔다.... 아니 고민은 아니고 애인이 고양이 한 번 키워보고 싶다는 말을 흘렸는데 그걸 듣고 걍 데리고 옴.....; 그렇게 집사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보시다시피 스트리트 출신답지(?) 않은 꽃미모+꽃자태로 사람들을 현혹시킴. 내 친구들 모두가 이 녀석 보면 침을 질질 흘린다. 너무 예쁘다고. 길냥이 맞냐고 다들 물을 정도. 아마도 집을 나왔거나 유기된 품종묘(아메숏)의 피가 흐르고 있는 게 아닐까 추측 중. 도도하고 클래식 음악과 혼자 있는 걸 즐긴다. 애정 표현도 조금 무뚝뚝한 편이어서 한번 쓱 핥아주고 간다. 그런데 요즘 중년에 들어서더니 식탐이 많아지셔서 미모가 많이 상하셨다.

 



알라딘에서 환영받을 만한 사진으로 골라봤습니다... 책과 고양이의 조합! 



내 고양이지만 이쁘긴 이쁘네.... ㅋ



2013년 입양했을 당시....꺄.......... 넘나 이쁘당



점점 자라 청소년냥이 시절 첫째.



그리고 지금 이분은 이렇게 중장년의 길로..... 후덕하신 외모를 자랑하며....




본냥이 모델인줄 아시는 분.... 모델 ㅋㅋㅋ




둘째(201310월 입양/ 생일 201310월 추정)

둘째는 정말 운명이었다. 애인하고 201310월 중순 무렵 산책을 나섰다가 길가에서 녀석을 발견했다. 멀리서 보고는 왠 쥐새끼인가 싶었다. 녀석은 한 할머니를 따라가면서 소리소리 지르며 울고 있었고, 할머니는 애처롭지만 당신 하나 챙기기도 버거우신지 이 녀석을 선뜻 못 데려가고 발만 동동 구르면서 "아이고 누가 얘 좀 데려가요." 하시더라. 녀석 상태가 너무 안 좋아보여서 그냥 안고 왔다. 몸에서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진동. 병원에 데리고 가보니 범백(파보바이러스) 판정을 받았다. 이 바이러스는 아깽이들에겐 치명적이어서 거의 죽는다고 봐야 하는데 녀석이 그런 상태였던 것이다. 파보 바이러스 때문에 어미한테 버려진 것이 아닐까 싶다. 길에서 구조해온 걸 안 수의사가 뭐라 치료를 권하지 못하고 있었는데(심지어 살아난다는 가망도 별로 없어서) 애인이 치료해달라고 선뜻 말했고(난 그때 회사가 망한 상태로 백수가 된 처지라 그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의사도 기뻐서 치료에 돌입. 3일을 입원해서 바이러스와 싸운 끝에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녀석 살아난 날, 우리도 엄청 기뻤지만 그 병원도 거의 축제분위기였다. 그 이후 엄청난 식탐을 보이면서 무럭무럭 자라나 이제는 첫째랑 기 싸움 벌일 정도로 커버렸다. 착하고 다정한 순둥이.

 

건강하던 녀석에게 올해 2월에 한 번 더 시련이 닥쳐왔다. 장염과 췌장염이 동시에 오면서 3일 입원했다. 치료가 잘 되었다고 해서 마음을 놓고 집으로 데려왔는데 이게 웬일, 애가 숨을 잘 못 쉬는 게 아닌가, 놀라서 다시 병원으로 데리고 가니 폐에 물이 찼다고 한다. 각종 검사를 해보니 HCM(고양이 심장병)이란다. 청천벽력이었다. 다시 입원.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산소방까지 들어갔다. 오늘 당장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고 그날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정말 펑펑 울었다. 녀석 때문에 회사 끝나고 병원 들렀다가 집에 오던 그 일주일 내내 매일 울었다. 그때 가장 무서웠던 건 녀석이 우리 옆이 아닌 병원에서 죽을까봐. , 아무튼 또 기적적으로 살아나서 퇴원했는데, 심장병약 처방까지 받았지만 이 약은 한 번 먹으면 죽을 때까지 계속 먹어야 해서 선뜻 먹일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무래도 병원에서 과잉처치를 한 게 아닐까, 심장 크기가 그래서 일시적으로 커진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지울 길 없었다. 그래서 일주일간 약을 먹이지 않고, 다시 검사를 받으러 갔는데 심장크기가 조금 줄어든 게 아닌가? (하지만 계속 병원에서는 과잉처치로 그랬을 수 있단 말은 절대 하지 않음). 그 이후 한 달 뒤에 또 심장초음파 받았을 때는 심장 크기가 더 줄어서 거의 정상치였다. 9월에 정기 검진 받으러 병원에 가야하는데, 이번에는 다른 병원 데리고 가 볼 생각이다. 아무튼 이 녀석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고양이다. ㅠㅠ

 



처음 데리고 왔을 땐 요만했습니다... 



항상 나의 독서를 방해하던 녀석. 저 책은 하루키 에세이, 문학동네에서 나온 그 작은 책으로 기억.




그런데 이젠 책상이 작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둘째의 매력 포인트. ㅋㅋㅋㅋㅋㅋㅋㅋ 



너 책 보다가 조는 나 따라하는 거냥?




카리스마 터지는 사진 한 장 소개합니다.


 

또또 책 읽다가 조는 나 따라한다.... ㅋㅋㅋㅋ



이분 근데 와인을 넘나 좋아하심.... 와인 따는 소리만 들리면 자다가도 나오심. 와인과 더불어 치즈, 빵 좋아하셔서 아무래도 전생에 루이14세 아니었냐고 물었다......... 아니란다. ㅋㅋㅋㅋ 암튼 녀석 땜에 와인을 못 마신다. 




알라딘 모델해도 되겠쥬? ㅋㅋㅋㅋㅋㅋ





그토록 쓰기 싫다는 모자를 한번 씌워봤습니다.... 저 뒤에 커튼 난리난 거 보소...




너는 내 고양이야~ 내 고양이야~~ 아니 곰돌인가?




셋째 (20156월 입양/ 생일 20156월 추정)

그렇게 첫째랑 둘째 고양이로 내 인생의 고양이는 끝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2년 뒤 이 녀석이 들어온 것이다. 우리 집 건너편 빌라 옥상에서 며칠 내내 울고 있던 걸 발견해서 구조했다. 어미가 있을지 몰라 계속 지켜봤는데 없더라. 음식을 가져다 줄 때 살펴보니 눈곱도 많고 똥꼬 그루밍이 전혀 안된 상태(어미가 돌보는 녀석들은 똥꼬가 깨끗하다)라 버림받은 녀석이구나 싶었다. 사실 나는 이 녀석 구조&키우는 건 반대했다. 어떤 생명을 돌보는 건 두 마리로 족하다고. 그런데 비가 억수로 내리던 그날 새벽 애인이 달려나가서 구조해왔다. 그때부터 장마가 시작되는데 얘가 도저히 눈에 밟힌 모양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임시보호하면서 입양할 사람을 찾아보자고 했는데....입양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영 못미더웠고, 그러는 사이 내가 그만 녀석한테 정들어서 우리집 막차를 타게 된 녀석이다. 그리고 그 사이 둘째가 녀석을 엄청 사랑하게 되어서 둘을 떼어놓을 수가 없게 되었다. 막내는 사람을 무척 좋아한다. 놀이보다 사람이 만져주는 걸 더 좋아해서 계속 쓰담쓰담 해주면 그릉대면서 침을 뚝뚝 흘린다.

 



처음 데리고 왔을 때. 크기. ㅋㅋㅋ 저 작은 틈에 들어갈 정도



저렇게 쪼끄만 녀석이 어느덧.....




형아들 스크래쳐 탐방... 냄새 킁킁



이렇게 큽니다.



아고 예쁘다.



횽아들에 비해 어려보이죠?



꽃보는 척.... 아니고 꽃 망가뜨리려고 ㅋㅋㅋㅋ



주특기는 높은 곳에 올라가기....



녀석이 저 자릴 엄청 좋아해서 이사 온 후 한동안 저 상자를 버리지 못했다.





데헷-



나 이뽀???? 아니.....-_-;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애련하다.



이 녀석의 주특기는 저렇게 다리 뻗기-




첫째하고 셋째가 이렇게 크기 차이가 날 때도 있었고



둘째하고 이렇게 차이 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들 뚱냥돼냥... ㅋㅋㅋ




둘째랑 셋째는 이렇게 사이가 좋습니다




대체 왜 같이 들어가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1냥...




겨울이면 이분들을 위해 코다츠를 만들어드려야 함...




가끔은 제가 상자에 들어가서 놀아주기도 합니다.... 지금 상자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은 나... ㅋㅋㅋ




뭐라고 거기 집사가 들어가 있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둘이 뭐하는 걸까요? ㅋㅋㅋ 지금 내가 들고 있는 마른 오징어에 초집중 중.... 두 녀석이 오징어 귀신이라, 집에서 맥주 마실 때 오징어 안주를 먹을 수가 없다.... 




어느날 퇴근 했을 때............ -_-;;; 누군지 범인 유추가능하지만.... 참는다.




여행이라도 가려고 하면 귀신 같이 알고 막아선다....



여행 가려고 하니까 또 막아선 분들... 녀석들 만난 이후로 3박 4일 이상 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 가장 멀리 떠난 곳이 베트남... ㅠㅠ. 이럴 때도 누군가 돌봐줄 사람을 찜해놓고 가야 한다. 




보기 드물게 셋이 모인 사진.... 왜 모였을까요? 그것은 바로 전기장판을 켰거등!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진 중 하나.... 허나, 보기와 달리 사실은... 서로 저 알라딘 상자 들어가겠다고 싸우다가 대치하는 중이라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희들 때문에 멀리 여행 못가지만.... 내 고양이들, 세상에서 나를 가장 행복하게 웃게 만드는 녀석들. 어느덧 여덟 살, 일곱 살(10월이면 곧 여덟), 여섯 살이다. 더 늙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고 계속 이대로만 있으면 좋겠다. 이 녀석들이 내 곁에서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생각만으로도 폭풍 눈물 난다...;

 

, 세 녀석 모두 수컷입니다요. 예쁜 애들, 수컷으로만 골라왔냐고 질문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저 녀석들이 저를 간택한 거랍니다. 그리고 길냥이들은 보통 근친교배를 하지 않으려고 어미가 새끼를 낳으면 수컷 녀석부터 내친다고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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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1-08-31 07: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키우는 강아지와 고양이들은 주인과 많이 닮아 있던데...이렇게 고상하고 예쁜 고양이들이라면?? 흠....^^
책장속에 늠름한 첫째 사진은 압도적입니다.
애인분도 인성이 훌륭하신가 보다~~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신 걸 보니~~생각했습니다.
원래 동물을 좀 무서워하는 편이라 생각도 못했다가 최근 키우고 싶단 생각으로 바뀌어 가고 있던차...알라디너님들 이런 사진 보면 키우시느라 고단한 점도 있으시겠지만,이쁘고 사랑스런 모습들이 먼저 눈에 띄어 절로 눈이 가늘어 지면서 맘이 동하네요^^

잠자냥 2021-08-31 09:24   좋아요 2 | URL
저희 고양이들이 낯선 사람을 많이 싫어하는데(고양이들이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사람 좋아하는 애들은 또 좋아하더라고요), 그건 틀림없이 집사들 닮은 것 같긴 해요.
제 애인은 저보다는 인성이 확실히 훌륭합니다. 전 까칠하기도 하고 욱하기도 잘하고 짜증도 많은데 그런 면이 없거든요. 엄밀히 말하면 둘째랑 셋째는 그 사람이 살린 거나 마찬가지고요. 근데 둘째는 그것도 모르고 절 더 좋아한다는 게 함정. ㅎㅎㅎㅎ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삶 분명 고단한 점이 있습니다(특히 장기간 여행 포기 ㅋㅋㅋㅋ).하지만 이쁘고 사랑스럽고 무엇보다 삶의 엄청난 위로가 된다는 점은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분들이 다 공감하리라 생각합니다.

공쟝쟝 2021-08-31 20: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또 보러왔어요. 둘째의 발 뒤꿈치가 잊혀지지 않아서요....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8-31 21:35   좋아요 2 | URL
저장을 허하노라.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08-31 23:34   좋아요 2 | URL
ㅠㅡㅠ 아아 감사합니다… 종종 그의 숨막히는 뒤태를 보여쥬옵소서…!

유부만두 2021-09-06 2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믓찐 글은 언제 쓰신거죠? !!!

잠자냥 2021-09-07 07:0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한때 우리집 고양이 자랑! 페이퍼가 잠시 돌았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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