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아시아 도시 - 공간과 도시 형태의 3차원 허구들 심산출판사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로컬리티 번역총서 8
진이 김 왓슨 지음, 태혜숙 옮김 / 심산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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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 김 왓슨의 <<새로운 아시아 도시>>는 이른바 아시아의 호랑이, 한때 세계적 주목을 받았던 NICs국가의 도시들(싱가포르, 서울, 타이베이)에 관한 책이다. 이미 알고 있다시피 이 새로운 아시아의 도시들은 눈부신 경제 성장과 발전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 때문에 한국에서는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 논쟁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현재 논쟁은 답보상태라고 생각된다). 물론 그녀의 주장은 식민지 근대화론에 서있지 않다. 식민의 경험이 포스트식민의 경험으로 연결되었지만 이는 '전지구적 자본주의'(식민, 반식민, 신식민, 포스트식민 모두)의 구조 속에서 아시아의 호랑이들은 근대화라는 '발전 민족주의' 형태로 전개된 것으로 본다. 이 때문에 그 반대편의 이른바 민중, 계급, 젠더 등의 소외가 공간 변화와 함께 폭력적으로 진행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진이 김 왓슨의 논의가 새로운 것은 아시아의 호랑이 국가, 특히 싱가포르, 서울, 타인완의 경제 성장과 발전의 비밀을 식민 및 포스트식민 공간의 변화와 문학 텍스트의 비교 검토를 통해 포스트식민 도시들의 근대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문학 텍스트를 통해 공간을 검토하는 작업은 그다지 새로운 방법론은 아니다. 하지만 진이 김 왓슨은 역으로 공간 변화가 어떻게 문학 텍스트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고 해석해냄으로써 기존 작업과 차별화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녀가 공간 변화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세상을 연결하면서도 차별화하는 공유된 역사적 과정들을 이해할 수 있는 방식들 중 하나가 지구화하는 자본하에 국가에 의해 내부적으로 생산되는 공간의 차별화를 추적하는 것'(28~29)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그 공간 변화를 문학 텍스트로 읽는 것은 르페브르의 공간 이론에서 기인한다. 르페브르는 <<공간의 생산>>에서 공간의 생산을 크게 세 가지의 상호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파악한다. 그 첫 번째가 공간적 실천(실재)이며, 두 번째가 공간의 재현들(상징), 그리고 세 번째가 재현적 공간(상상)이다. 여기서 진이 김 왓슨은 이른바 권력을 중심으로 하는 기획가들의 추상적이고 관료적인 공간으로써의 공간의 재현들과 '공간과 연루된 이미지들과 상징들을 통해 직접 살아지는 것을 묘사하는 이들과 일부 예술가들의 공간'인 재현적 공간을 중심으로 새로운 아시아 도시를 파악한다. 따라서 이 책은 식민도시에서 포스트식민도시로, 그리고 산업화된 경관들이라는 시계열적 구성을 토대로 그 시기 식민권력, 포스트식민권력의 공간 재현 양상과 그에 대한 재현된 공간으로써의 문학 텍스트를 비교 검토함으로써 포스트식민도시들의 근대성의 특성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의 미덕인 공간 변화를 문학 텍스트와 비교하는 작업은 르페브르의 공간 이론을 가져오면서도 세 공간의 변증법적인 관계를 설정하는 르페브르와 달리 두 공간의 관계로만 분석하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녀가 문학연구에 기반을 두고 있어서 그렇겠지만 개인적인 입장에서 르페브로의 공간 이론에 가장 중요한 공간의 실천(역사)이 빠져 있음으로써 추상적인 관료적 공간과 재현적 공간의 경합, 또는 결합만을 보고 실재의 더 다종다양한 도시의 의미를 추적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이 든다. 르페브르의 공간적 실천은 공간의 재현과 재현된 공간에 상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이를 파악하지 않으면 공간의 재현과 재현된 공간을 단지 추상적인 담론 상태로밖에 파악할 수 없다. 담론 밖의 상상은 재현된 공간만으로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한편, 제목과 같이 아시아 호랑이 국가들의 현재적 의미에서인지 모르지만 식민 도시에 대한 분석보다는 포스트식민 도시에 대한 분석에 치중하고 있다(3부 중 2부가 포스트식민시기).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식민 도시에 더 흥미가 있는데 세 도시의 식민지 경험을 분석하며 제시하는 1부의 경우, 물론 포스트식민 도시와도 연결되지만 해석상의 오류가 있는 것 같다. 카스텔스의 도시 이론에 도움을 받아 식민 도시의 형태를 두 가지 형태로 분류하며 '무엇보다 행적인 기능을 특징으로 갖는' 식민 유형의 정착지인 행정도시와 산업 중심지 혹은 고국과 직접 연결되는 '통로, 수문 도시'인 무역도시로 구분하고 있다. 그리고 서울과 타이베이를 행정도시로, 싱가포르와 홍콩을 무역도시로 구분한다. 그런데 이런 분류는 포스트식민과 연결하여 도시와 국가를 혼용하고 있다. 즉 싱가포르나 홍콩은 도시이면서 국가이기에 새로운 아시아 도시로 파악할 수 있지만 서울과 타이베이는 남한과 타이완으로 확대 상징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파악하고 있다. 이럴 경우 스스로도 밝히듯이 남한의 부산과 인천, 타이완의 가오슝 등은 무역도시에 속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분석이 포함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책은 이에 대한 부분을 삭제함으로써 남한과 타이완을 상징하는 도시로 서울과 타이베이에 국한하며 둘 다 행정도시로 파악한다. 이는 상징불가능한 부분에 대한 삭제가 전제된 것으로, 그렇다면 그녀의 주장은 포스트식민으로 곧장 연속적으로 연결하기 어렵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세 도시를 비교분석하는 것보다 한 국가의 다양한 식민 도시들을 비교분석하는 것이 더 의미있을 것이다. 그런데 진이 김 왓슨은 그런 한계를 넘어 세 도시를 통해 세 나라를 비교하는 것은 스피박의 <<서로 다른 아시아>>의 개념을 받아들여 아시아의 복수성까지 염두에 두고 사용한다는 것이다. 즉, 새로운 아시아 도시는 아시아의 복수성과 함께 도시의 복수성까지 염두에 둔 용어라는 것이다. 앞으로의 연구를 촉구하는 측면은 한계를 무릅쓰고 일반화하고 있는 것은 이 점에 기인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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