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지방화하기 - 포스트식민 사상과 역사적 차이 프리즘 총서 15
디페시 차크라바르티 지음, 김택현.안준범 옮김 / 그린비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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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발턴 연구자인 디페시 차크라바르티의 <<유럽을 지방화하기>>는 공간적 위계에 대한 문제제기와 대안이라기 보다 시간의 위계('아직 아님', '지금', '존재하게 될')가 공간적 위계로까지 확장되도록 추동한 보편적이고 총체적인 역사와 역사주의에 대한 문제제기이며 그 대안을 보여주는 책이다. 즉, 근대와 이성이 어떻게 시간과 공간을 위계서열적으로 구성하고 유럽을 중심화하고 비유럽을 주변화하여 차별하는지를 보편적이고 총체적인 역사(역사1)와 역사주의에 대한 비판을 통해 보여준다. 이와 같은 비판의 핵심적인 근거는 인도의 구체적인 서발턴 역사(과거)이다. 차크라바르티는 '아직 아님'의 인도, '시대착오'적인 인도의 근대성을 식민지 근대성으로 보면서 그 근대성은 서구 보편적이고 총체적인 역사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역사주의의 선형적 발전도상에도 존재하지 않는 공적인 가정과 주부(사적이어야할), 사적인 우다(공적이어야할), 자연적 형제애(계약을 통해야할) 등을 통해 유럽 중심의 보편적이고 총체적인 역사1과 역사주의적 발전도상에 포함되지 않는 서발턴 역사인 역사2를 드러내줌으로써 문제제기하고 있는 대표적인 포스트식민 역사 및 이론서이다.


특히 역사주의가 지니고 있는 단선적인 역사발전과정은 이미 많은 비판과 문제에 봉착해 있다. 차크라바르티의 미덕은 그 보편적이고 총체적인 역사과정을 문제제기하여 역사1로 명명할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역사를 이론화하고 있다. 이를 그는 역사2라고 명명한다. 역사2는 역사1에 포함되지 않으며 될 수 없는 역사, 즉 서발턴 역사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이 책은 역사1의 보편성과 총체성의 폭력을 비판하며 보편적이지 못하고 총체화할 수 없는 역사2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며 유럽 중심의 역사를 지방화하고자 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역사1은 언제나 역사2에 의해 불안정화될 수 밖에 없는 역사이기 때문에 보편적이지도 총체적이지도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역사1과 역사2를 차크라바르티는 어떻게 이론화하는지는 유럽 중심의 보편사/총체사 그리고 그 역사주의를 문제제기하는데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그는 맑스의 자본에서 역사1과 역사2의 구체적 모습을 찾아온다. 즉, 자본에 의해 정립되는 역사들(역사1)과 자본의 생애에 속하지 않는 역사들(역사2)을 '생산 노동'과 '비생산 노동'을 통해 말이다. 맑스의 자본을 다시 읽으며 자본의 확대재생산에 필요한 노동으로 '생산 노동'만을 강조하는 것에 반대하며 '비생산 노동' 또한 필요한 것으로 읽는다. 왜냐하면 '비생산 노동'은 자본의 외재적 속성이 아닌 내재적 속성이기 때문이다. 이 '비생산 노동'에 의해 자본의 역사적 차이(발전의 역사적 차이)는 외재적인 것이 아니라 구성적이며 자본의 역사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어도 어쨌든 강력한 역사2들에 의해 구성적이면서도 불균등하게 변경되는 역사1를 낳는다. 결국 자본의 자기 실현을 중단시키고 지연시키는 것은 항상 역사1을 변경시키고 그럼으로써 우리가 역사적 차이를 주장하는데 근거 노릇을 하는 다채로운 역사2들이라고 차크라바르티는 주장한다(2장).


이를 토대로 차크라바르티는 서발턴 역사의 실천을 역사2의 가시화라고 주장한다. 즉, '자본'과 '통치성'이 '현실노동'을 '추상노동'으로 변역해서 동일화할 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복속시키고 문명화시켜 차이를 없애지만 그 번역 속에는 이질성과 통약불가능성이 '흔적'으로 남아 있기 마련인데, 그 '흔적'을 가시화하는 것이다. 곧 서발턴 연구는 '자본'과 '통치성' 속에서 역사가 복수성들이 경합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면, 근대성이 많은 이에게 선사하는 선물인 역사가 이 '틈'에 의해 구성적으로 표시되리라는 것을 보여 줄 글쓰기의 윤리와 정치를 발전시키는 일이다. 서발턴 역사의 실천이 지향하려는 것은 코드로서의 역사(역사1)를 한계까지 끌고 가 이 역사에서 작동하지 않는 것(역사2)을 가시화하는 것이다(3장).


그런데 문제는 이 역사2는 가시화되어 소수자의 역사로 항상 역사화된다. 처음의 저항에서 이후의 포섭으로 말이다. 그러나 서발턴 과거는 역사화와 비역사화를 드러내는 과거라고 차크라바르티는 주장한다. 소수자의 과거가 역사화되는 것은 보편성과 총체성의 논리에 포함되는 죽은 과거라면 서발턴의 과거는 보편성과 총체성으로 귀결되지 않는 탈구화시키는 산 과거이며 따라서 죽은 과거만큼 산 과거는 서발턴의 존재기반이다. 따라서 역사가는 역사화와 비역사화의 두 가지 태도를 지녀야 하며 역사화 능력에 기초가 되는 것도 역사화되지 않는 능력임을 인식해애 한다고 강조한다. 역사화하지 못한 것들만이 아니라 역사화할 수 없는 것들의 존재를 인식할 때 역사는 존재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그 역사를 2부에서 인도의 예를 통해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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