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발견 - 식민지기 사회에 대한 이론과 상상 그리고 실천 1910~1925 연세근대한국학총서 92
김현주 지음 / 소명출판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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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발견>은 사회라는 개념이 한국에서 어떻게 발견되어 어떤 담론의 장을 거쳐 어떤 의미로, 그리고 어떤 의미변용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는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그간 개인이나 민족이라는 개념의 발견에 연구가 집중되었다면 공/사의 구분 불가능한 시대, 그리고 정치와 경제를 사회가 포괄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여기에서 그때 저기에서 발견된 사회의 탐색은 시의적절할 뿐만 아니라 늦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은 사회 개념이 발견되는 20세기 초, 그것도 1900년대부터 1920년대 초까지 담론의 장과 정치를 통해 살펴보고 있다. 그리고 사회의 발견을 담론의 정치를 통해 살펴보고 있는데 사회 개념의 주창자들인 일본유학생, 매일신보, 계몽적 무화주의자, 사회주의자 등의 담론 정치를 통해 시계열적으로 사회 개념의 변화의 양상을 살펴보고 있다. 단순화를 무릅쓰고 정리하면 사회는 정치적 독립이 요원한 식민지 조선에서 '비정치의 정치'로써 이를 성원/대표하기 위한 담론의 정치를 통해 1900년대는 일본 유학생이, 1910년대 초반은 매일신보(조선총독부)가, 1910년대 후반은 계몽적 문화주의자(이광수 등)이, 1920년대 초반 김윤식 사회장 사건을 통한 사회주의자들이 각각 사회 개념을 담론의 장에 소환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은 사회라는 개념이 담론의 정치를 통해 명확한 의미로 정착되어 간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경쟁, 갈등, 협상, 타협하는 가운데 심화 확대되면서 사회 개념의 분화를 촉진했다고 보고 있다. 정치에 관여할 수 없는 식민지에서 '비정치'로써의 정치를 사회 개념을 통해 발견하고 이를 정치, 경제, 문화와 구분지웠던 초기와 달리 사회 개념의 성원/대표권을 두고 다양한  개념으로 분화되는 과정은 식민지 시기 뿐만 아니라 해방 후까지 살펴 봄으로써 사회의 발견과 분화 과정을 어느 정도 확인해준다.


하지만 담론의 정치(문학과 문화)를 통해 사회 개념을 살펴보다 보니 개념의 분화는 확인할 수 있지만 담론화 할 수 없는 경험과 사건(정치와 경제)을 시야에 넣지 못함으로써 개념의 확장과 현대 통치성 개념에 대한 논의로까지 이어지지 못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물론 이 책에서도 사건에 대한 논의는 있다. 김윤식 사회장 사건으로부터 해방 이후 사회장에 대한 언급인데 이는 제한적이나마 실제 사건과 담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인해 주는 중요한 사례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사회는 사회라는 개념의 사용없이 정치, 경제, 문화, 지역, 젠더, 계급 등으로 확장되었으며, 그 확장이 보여주는 경험과 사건은 담론화되지 못한채 여전히 포착되지/하지 않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아가 이러한 장이 단순히 조선인들만의 담론장은 아니다. 매일신보의 사회개념 사용을 통해 식민권력의 규율화를 지적한 것은 분명 의미있는 일이지만 규율화와 자율화가 사회 개념을 둘러싸고 경합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규율화를 정치로 자율화를 사회로 보는 오류라고 할 수 있다. 규율과 자율이 사회라는 장에서 서로 동전의 양면임을 보여주는 것이고 따라서 사회에 개입하는 (식민)권력의 논의가 제외된 것은 식민지 시기와 이후 시기의 사회를 둘러싼 통치와 주체에 대한 분석이 미진할 수밖에 없는 한계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이른바 좁은 정치가 불가능한 식민지에서 넓은 정치로써의 사회는 조선인만의 것이 아니라 일본인들 또한 시야에 넣어야만 가능하지 않을까? 특히 지방자치와 유지는 또 다른 경험과 사건을 통해 확인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사족이지만 한 가지 더 드는 의문은 왜 개념사적인 방법론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가이다. 담론의 장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개념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념장 분석이라든지 개념의 시대적 변화라든지 사회 개념의 의미를 좀더 면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길이 있는데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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