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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과 식민지의 주변인 - 재조일본인의 역사적 전개 ㅣ 동국대학교 일본학연구소 연구총서
이형식 지음 / 보고사 / 2013년 12월
평점 :
식민지 조선에서 식민자로 자리매김했던 조선에 거주한 일본인(재조일본인)에 관한 연구는 한국의 식민성/통치성 연구에 분명히 중요한 주제이다. 아니 보다 더 많은 영역(식민권력과 식민정책, 식민지 자본주의, 식민지 도시와 농산어촌, 식민지 지방)으로 확장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에 대한 최근의 다양한 관심은 정당하다. 그리고 이를 종합적으로 보여주고자 시도한 이 책은 나름의 중요성을 지닐 뿐만 아니라 분명히 재조일본인을 통한 식민지 조선과 나아가 일본제국주의에 대한 연구를 확장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여기서는 이 책 전체에 대한 개인적 생각은 일단 뒤로 미루기로 한다. 개별 논자 간의 차이도 명백할 뿐만 아니라 책 제목처럼 재조일본인을 제국과 식민지의 주변인으로 보지 않는 견해도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책은 그간의 재조일본인 연구를 종합하고자 한 첫 시도이기에 불완전할 수 밖에 없다. 이 책 이외에 특별히 언급할 연구로는 <재한일본인 거류민단 연구>, <<일제시기 조선상업회의소 연구>>, <<조선을 떠나며>> 등이 있다. 더불어 이 책에 소개된 몇 편의 글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이고 싶다.
지금까지의 재조일본인 연구를 정리하며 이를 비판하는 한편, 향후 연구의 확장을 바라는 이형식의 글은 그간의 연구를 정리한 것으로 개인적인 차이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기존 연구를 평의하게 잘 분류하여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향후 연구의 확대를 위해 지적한 해외연구의 동향과 다양한 학문분과의 연구동향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나, 재조일본인사를 전전과 전후와의 관련 속에서 파악하는 작업의 필요성을 지적한 것이나, 새로운 사료의 발굴이나, 농촌부에 거주하는 재조일본인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지적한 것은 지극히 타당하고 정당하다고 생각된다. 향후의 연구에 자양분이 될 소중한 지적이다.
다만 기존 재조일본인사의 한계를 지적한 부분에서는 재조일본인사의 연구 확대를 위한 과제를 지적한 취지와는 달리 연구사적 의미가 폄훼되고 있다. 물론 재조일본인의 식민지 조선에서의 활동에 대해 '과대 평가'는 삼가야 한다. 자신의 연구가 일본 정계와 관료 정치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민간의 정치력이 과장되는 것에 문제제기하는 것은 당연한 지적이다. 그렇다고 식민지 지역정치의 이해가 재조일본인 연구의 중요한 측면이라고 강조하면서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하지 않고 중앙 정치만을 토대로 재조일본인들의 활동을 '과소 평가'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된다. 평가 이전에 연구의 축적이 우선이다. 더군다나 기존 연구가 과대 평가하고 있다는 주장의 논거는 겨우 이승엽의 연구(20년대 전반의 좁은 의미의 정치활동)에 기대고 있어 이미 연구되어 제기된 다양한 연구 성과를 무리하게 경시하고 폄훼하는 것은 아닌지 적잖이 우려도 된다. 이승엽의 연구는 재조일본인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한 가지 사실에 불과하다. 이런 태도는 아마도 두 갈래의 흐름 속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우선 정치사를 좁은 의미의 관료 정치사 정도로 한정하기 때문은 아닌가 한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는 근대 정치이기도 한 식민 정치는 물론 지역 정치(자치)에 대해서도 논의의 폭을 확장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자본주의의 '정치경제학'이라는 개념과 그 비판은 물론, '정치'와 '경제'가 '사회'에 포괄되는 근대 이후 정치 상황(공사의 구분 불가능상태)을 생각할 때 정치를 너무도 제한하여 관료 또는 그들에 의한 정책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문이 들 뿐이다. 다른 한편, 재조일본인은 제국의 틀만이 아니라 식민지의 틀(그리고 그 속에서도 중앙과 지방의 구분)에서도 보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제국사의 영향 아래 일본 정치사 연구와 맥을 같이 하여 재조일본인을 파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더불어 더 큰 문제는 역사를 다양한 관점과 과정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이고 획일적인 관점과 결과로 보고자 하는 평가 태도에 있다고 생각된다. 역사는 하나의 이야기로 귀결될 수 없다. 다양한 이야기의 발굴만이 사실을 강화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평가보다는 연구가 더욱더 필요한 때다.
이동훈의 <재조일본인 사회의 자치와 한국병합>은 일본인사회의 '자치'를 둘러싼 식민지 권력과의 갈등 및 타협의 과정을 검토한 것으로 일본인사회와 식민지권력(식민지권력이라기 보다 조선총독부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어느 부분에서는 일본인사회 또한 식민지권력을 기능)과의 관계를 동일한 것으로 보지 않고 그 갈등과 타협과정을 자치단체의 변화를 통해 살펴보고 있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정치와 경제를 구분한다든지 자치단체의 흐름을 행정적 변화에 맞춰 분석함으로써 실제 자치단체로써 강력한 힘을 드러냈던 상업회의소와 부협의회를 놓치고 있다는 점에서 제한적이라고 생각된다. 기존 연구(<<근대도시와 지방정치>>)에 따르면 일본인사회의 자치단체는 병합전 거류민단에서 병합 후 1910~1920년대까지 상업회의소, 1930년대 이후 부회가 중심적인 기관이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학교조합만을 가지고 일본인사회와 식민지권력과의 타협을 주장하는 것은 일면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우치다 준의 <식민지기 조선에서의 동화정책과 재조일본인>은 1920년대 민족운동대책에서 재조일본인이 행한 동화주의적 역할을 동민회의 설립배경과 운영을 통해 밝힌 글이다. 1920년대 초중반 재조일본인의 활동을 문화정치 하의 동화주의적 역할론으로 파악하는 점에서 그녀의 박사논문과 이후 저서(<<제국의 브로커들>>)에 잇닿아 있다. 즉, 재조일본인을 식민권력의 하수인 또는 브로커라고 보는 그녀의 입론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런 측면도 있지만 오히려 그 틀을 넘어서고 있음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재조일본인의 동민회 설립배경과 운영을 결과가 아니라 과정으로부터 파악해야한다. 또한 조선총독부와의 관계 속에서 동민회의 설립이 이루어지지만 재조일본인 사회의 자생적 동력도 파악하지 않으면 안된다. 어쩌면 1924년 단계에서 재조일본인들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조선인과의 연대는 반드시 필요했다. 그 이전부터 지속적인 도쿄상경운동 가운데 일본 정부는 조선인들의 이해가 포함되지 않고 있다고 재조일본인들의 주장을 비판하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동민회와 함께 좀더 적극적으로 정치활동으로 전화하는 다른 단체의 조직도 그와 같은 과정 속에서 이해해야지만 그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동화를 위해 설립된 동민회 내의 일본인과 조선인의 분열을 내지연장주의와 자치주의로 구분하는 것은 단견이다. 내지연장주의와 자치주의는 일본인이면서 조선에 거주하는 재조일본인에게는 양가적인 의미에서 대립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제국의회 참가와 조선의회 설치라는 제도의 대립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승엽의 <문화정치 초기 권력의 동학과 재조일본인 사회>는 문화정치을 둘러싼 조선총독부와 재조일본인 사회, 그리고 조선인 사회의 역동성의 한 단면을 살펴보고자 한 글이다. 그간의 연구가 조선총독부와 조선인사회의 관계를 통해 문화정치의 모습과 본질을 드러냈다면 여기에 재조일본인사회를 포함한 것은 의미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3.1운동에 대한 책임론(조선총독부는 재조일본인, 재조일본인은 조선총독부)을 강조하다보니 갈등만을 부각하다고 갑자기 동일한 정책방향이 설정되는 모순으로 귀결("재조일본인 사회가 제기한 주요한 요구를 한결같이 거부함과 동시에, 역으로 재조일본인 사회의 현상을 강하게 비판한 것이었으나, 정책목표나 방향 그 자체에 있어서는 거의 일치하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되고 이후 재조일본인 정치운동의 새로운 전기가 출현한 것처럼 기술하는 것은 그간의 활동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고 눈감는 문제가 있다. 그의 글이 재조일본인의 정치활동이 3년의 공백을 깨고 1924년 전선공직자대회로 다시 표출되었다고 기술하는 것은 1916년 일본인 중심의 조선 상업회의소와 연합회의 설립 이후 집요하게 전개된 재조일본인들의 산업개발전략과 정치활동(<<일제시기 조선 상업회의소 연구>>)을 의도적으로 무시한 결과이며 이 정치활동의 결과 경제만이 아니라 정치제도의 변화를 주장하는 활동으로 전환된 측면을 간과하는 오류(무시?)를 범하고 있다.
기유정의 <식민지 조선의 일본인과 지역 의식의 정치효과>는 재조일본인 사회가 조선이란 지역의 식민자 세력으로서 지역적 정치의식을 본국의 그것과 차별화된 방식으로 드러내고 있어, 식민정책 결정에 재조일본인 사회의 지역적인 조건이 준 효과를 분석한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즉, 이 글은 기존의 연구(<<일제시기 조선 상업회의소 연구>>)에서 다루지 못한 조선총독부의 입장을 좀더 상세히 파악하여 분석하는 한편 경제로부터 정치적 담론을 읽고 이를 조선을 보는 시선과 인식으로 파악한 점에서 유의미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치적 담론으로 포착하지 않아도 경제적 이해관계와 활동은 이미 정치적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