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세계 7대 자연 경관에 선정되었다고 여기 저기서 축하하는 사이 그 이면에서 자행되고 있는 자연과 인간의 파괴는 까마득하게 잊었지고 있다. 화려한 환상 속에 살도록 부추기는 매체의 노예가 되어, 관광객 유치로 이어지는 자본의 노예가 되어 말이다. 환상을 넘어 실재의 모습은 세계 7대 자연 경관이라는 거창한 표어와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을 항공카메라로 잡는 그 프레임 너머에 존재한다. 구럼비(강정마을 앞 바위)의 파괴가 그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너무 먼 곳의 일이기 때문에 관심 또한 그 거리만큼 멀어져 있다. 그리고 그것을 남의 일이라고 기꺼이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의 '강정'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우리 앞에 나타날지 아무도 모른다. 부안처럼 용산처럼 또 다른 무엇처럼 그렇게 또 그렇게 말이다. 사건은 이렇게 갑자기 그리고 우연히 우리 앞에 나타난다. 그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사건의 촉발에 즉각 반응하는 신체를 가지기 위해서는 안팎의 경계를 허물고 일상의 정치에 귀기울이고 그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안팎의 경계에 설정하고 밖이라고 안심하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그 경계를 허물 수 있을까? 너무 늦게 반응하면 그만큼 고통은 크고 아픈데도 말이다.

<잼 다큐 강정>은 안과 밖의 소통을 위해 100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8명의 감독이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어쩌면 다급한 목소리임에 틀림없다. 물론 다큐이지만 기획된 프레임은 사실을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 속에서도 또 다른 환상(고통스럽고 안타까운 환상)을 보여준다. 하지만 자본에 포섭된 화려한 환상을 가로지르는 것은 이와 같은 또 다른 환상을 통해 가능할지도 모른다. 이를 '환상의 부정성'이라고 하면 어떨까? 환상의 부정을 통해 결국 그 환상조차 넘어서야하는 것을 의미하는 그런 부정을 말이다. 어쨌든 이 다큐는 자본에 포섭된 매체의 화려한 환상 너머 실재를 또 다른 환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그 환상에 사로잡혀 함께 안타까워하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환상 너머 실재를 우리가 직접 발견하고 꿋꿋히 확인해야할 것이다. 

어떻게든 경험하자. 실재(환상)를...그리고 그 너머를... 

그리고 변화하는 나의 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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