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된 구성 

생산 패러다임의 네트워크 모델로의 전환은 국민 국가의 전통적 경계를 넘어 초국적 기업의 권력을 증대시킴. 이러한 새로운 관계는 자본가와 국가 간의 오랜 권력 투쟁의 측면에서 인식되어야 하는데, 즉 국가는 자본의 집합적 이해 속에서 개별 자본가들의 이해를 증대․조절하는 신중함을 요구받고, 자본가는 국가가 자신들의 집합적 이해를 위해 행동하고 있는 동안에도 국가 권력에 맞서 싸울 것임. 이러한 갈등은 실제 사회적 총자본의 관점에서는 행복하고 효력 있는 변증법임.

거인들이 지구를 지배할 때
국가와 자본 간의 변증법은 자본주의 발전의 서로 다른 국면에서 서로 다른 모습을 보임. 18세기와 19세기의 유럽의 개별 자본가들은 유럽 국민 국가들 안에서는 큰 갈등 없이 식민지를 지배하였고, 식민지 영토들에서는 실제로 주권을 가지고 있었음.
19세기와 20세기 초 유럽과 미국에서 국가의 경계를 넘어 확장하는 특정한 산업들 및 일단의 산업들을 지배하는 준독점체들은 자본가들 사이의 경쟁침식에 의한 자본주의 번영에 직접적 위협을 가하는 한편 국가의 관리 능력도 훼손시킴. 따라서 산업에 대한 국가 규제의 확장과 기업에 대한 자신의 지배[명령]의 확립이라는 일련의 투쟁이 발생함. 또한 식민지 영토들에서도 행정 기관들과 사법권 아래에서 식민지의 경제적, 사회적 활동을 효율적으로 회수[포획]하여 사회적 총자본의 이해를 보장함.
오늘날은 거대 초국적 기업이 국민 국가의 사법권과 권위를 효율적으로 넘어선 것을 보고 ‘국가는 패배했고 기업들이 이제 지구를 지배한다!’라고 파악할 수 있음. 그러나 국가 없이 사회적 자본은 자신의 집합적 이해를 계획하고 실현시킬 수 없음. 초국적 기업과 생산 및 유통의 전지구적 네트워크가 국민 국가의 역능을 침식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국가 기능과 헌법적 요소는 효율적으로 다른 수준들 및 차원들로 대체되어 옴.
먼저 정치적 관계의 위기로 국민 주권이라는 개념이 효율성을 잃어 가고 있는 만큼 정치적인 것(정부와 정치, 정치적 매개 메커니즘)의 자율성도 효율성을 잃어 가고 있음. 모든 자율적 정치 국면의 쇠퇴는 혁명의 장소인 모든 독립 공간의 쇠퇴를 나타내는 전조가 되어, 전통적인 대항 권력과 근대 주권 일반에 대항하는 저항이라는 것이 점점 더 불가능해져 다시 한 번 새로운 저항형태를 발명해야 함. 또한 민주 국가의 기능은 전통적인 정치 및 저항 국면의 쇠퇴를 보완하는 측면으로 변형. 일련의 독립 기구들(전통적인 독립 기구들 외에 은행, 국제적 계획 기관들 등)이 정당성을 권력의 초국적 수준에서 찾음.
그러나 국민 국가의 입헌적 메커니즘과 통제가 쇠퇴해 왔고, 국민 국가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초국적 기업이 자유롭게 경쟁하고 스스로를 관리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음. 따라서 어떻게 권력이 초국가적 수준으로 이루어지는가를 탐색해야 함

전지구적 구성의 피라미드
전지구적 권력의 모습을 그 권력의 다양한 기구들과 조직들 속에서 분석할 때, 각각 몇 가지 수준을 지닌, 점점 더 넓어지는 세 층으로 이루어진 피라미드 구조를 인식할 수 있음.
피라미드의 좁은 정점에는 전지구적 무력 사용의 헤게모니를 장악한 최강 권력인 미국이 위치. 그 정점의 두 번째 수준으로, 전지구적 통화 수단을 통제하며 국제 거래의 조절능력을 가진 일련의 조직체들(G7, 파리와 런던클럽, 다보스 등)이 존재. 다음 세 번째 수준으로, 문화권력과 생체 정치권력을 전개하는 군사적, 재정적 수준에서 헤게모니를 발휘하는 다소 동일한 능력의 이질적인 단체들이 위치.
다음 두 번째 층에는 세계 시장을 통해 확장해온 초국적인 자본주의 기업들의 네트워크들(자본 흐름, 기술 흐름, 인구 흐름의 네트워크들 등)이 구축되어 있음. 또한 초국적 기업들의 힘에 종속되는 수준에서 국민 국가들의 일반적 틀도 존재. 이 국민 국가들은 전지구적 권력으로부터 부의 흐름을 포획하여 전지구적 권력에 부의 흐름을 분배하며, 가능한 많은 주민들을 훈육시킴.
마지막 세 번째 층에는 전지국적 권력의 배치에서 인민의 이해를 대표하는 집단들로 구성. 대중[다중]은 전지구적 권력의 구조들 속에 직접적으로 편입될 수 없고, 대의제를 통한 국민 국가로, 매체로, 종교 조직으로, 그리고 전지구적 시민사회에서 가장 새롭고 가장 중요한 세력인 비정부기구(NGO)로 걸려져 제국의 토대가 됨.

폴리비우스와 제국적 통치
폴리비우스가 분석한 로마제국의 세 가지 “좋은” 권력 형태(황제, 원로 회의, 그리고 인민적 의회의 이름들로 구현된 군주제, 귀족제, 민주주의)는 오늘날 직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제국과 사회․정치 세력과 매우 다르다 할지라도, 형식적으로 양립 가능한 관계임. 그러나 폴리비우스의 해석의 계보학에 서있지만 마키아벨리와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통해 이어진 해석에서는 폴리비우스의 고전적인 삼자 모델을 삼기능적인 헌법 구축 모델로 변형시킴.
어떤 점에서는 당초의 폴리비우스의 고대적인 제국 구성 모델이 근대 자유주의적 전통이 변형시킨 모델보다 오히려 우리의 현실에 더 가까운 것 같음. 왜냐하면 우리가 경험한 제국의 (형태상) 구성은 실제로 전통이 내세우는 “좋은” 정부[통치] 형태들보다는 “나쁜” 정부[통치] 형태들의 전개와 공존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기 때문임.

잡종적 구성
오늘날 등장하고 있는 제국(사법적 형식화의 틀, 입헌적인 보증 메커니즘, 그리고 균형 도식)은 근대적 지형에서 탈근대적 지형으로 넘어가는 이행 속에서 두 가지 주요 축을 따라 변형됨.
변형의 첫 번째 축은 혼합된 구성(독립 기구들이나 기능들의 혼합이라는 고대적이면서 근대적인 모델)에서 현 상황에서의 통치[정부] 기능의 잡종적 구성(탈근대적 군주제와 귀족제, 그리고 민주주의적 기능들 자체의 잡종화)으로의 이행.
구성 이론의 대체와 구성 자체가 지닌 새로운 특성 둘 다를 드러내는 구성적 변형의 두 번째 축은, 현 국면에서 명령은 사회의 시간적 차원(주체성 차원)에 대해서 더욱더 커다란 정도로 실행되어야만 한다는 사실에서 드러남. 이러한 변형의 핵심은 시간적 차원에서 대중과 관련한 민주주의적 계기에 존재. 이곳이 가장 중요한 질적 도약, 즉 통치의 훈육적 패러다임에서 통제적 패러다임으로의 도약을 인식해야만 하는 곳. 규칙[지배]은 생산적이고 협동하는 주체성들의 운동에 대해 직접 실행되고, 제도들은 이러한 운동의 리듬에 따라 지속적으로 형성되고 재규정되며, 권력의 지형학은 더 이상 공간적인 관계와 일차적으로 관계하지 않고, 주체성들의 시간적 전위[대체] 속에 각인됨, 즉 제국의 잡종적 통제 기능은 무-장소(잡종적 공간)에서 실행됨.
이러한 제국적 무-장소(잡종적 공간)에서 구성 과정을 항상 규정하는, 사회적인 것으로부터 정치적인 것 및 사법적인 것으로의 움직임이 형태를 취하기 시작하며, 입헌과정에서 형식적인 인정을 요구하는 사회 세력과 정치 세력 간의 호혜적인 관계가 등장하기 시작하며, 다양한 기능들은 자신들을 구성하고 자신들의 구성 과정의 단편들을 포획하려는 주체성들이 지닌 힘을 가늠함.

구성을 둘러싼 투쟁
제국의 구성을 둘러싼 투쟁은 모호하고 변화하는 영역에서 전개되어야 함. 이러한 투쟁을 규정할 세 가지 핵심 변수, 즉 공통적인 것과 특이한 것 사이의 영역에서 작동하는 변수, 명령의 공리계와 주체의 자기 동일시 사이에서 작동하는 변수, 권력에 의한 주체성 생산과 주체 자신의 자율적 저항 사이에서 작동하는 변수임.
이러한 변수에 따라 각각의 주체성은 일반적인 통제 네트워크 속에서 지배받는 주체가 되어야 하면서도, 동시에 또한 네트워크 안에서 독립적인 생산 및 소비의 대행자[담지자]이어야만 함. 여기서 정치적 주체는 덧없고 수동적이지만, 생산하고 소비하는 대행자는 현존하며 능동적임을 알고 있고, 새로운 혼합된 구성의 형성은 기존 행위자들 간의 근본적인 불균형을 가져오고, 따라서 생산하고 소비하는 주체를 정치적 메커니즘으로부터 해방시키는 새로운 사회적 원동력이 되게 한다는 것을 의미. 여기가 바로 제1의 투쟁 장소가 등장하는 것처럼 보이는 곳임. 주체성의 생산 및 조절의 영역에서 그리고 정치적 주체와 경제적 주체 간의 분리 속에서, 우리는 모든 구성 책략과 세력 균형을 재개할 수 있는 실제적인 투쟁의 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임.

구성의 스펙터클
그러나 이러한 열린 투쟁의 장도 스펙터클이라고 하는 공적담론과 여론을 생산하고 조절하는, 통합하고 확산적인 이미지 및 관념 장치에 의해 사라짐. 스펙터클은 모든 집합적인 사회성[사교] 형태를 파괴하며 동시에 새로운 대량 사회성, 행동과 사고의 새로운 획일성을 부여하여 구성을 둘러싼 전통적 투쟁 형태들을 상상할 수 없게 함. 스펙터클은 여론과 정치 행동에 대한 매체 조작을 통하여 마치 매체, 군대, 정부, 초국적 기업, 전지구적 금융 제도 등이 단일한 권력에 의해 의식적이고 분명하게 지도받는 것처럼 기능하며, 또한 구시대의 무기인 공포(구시대와 차이는 공포를 소통시키는 미신의 형태와 메커니즘)를 통하여 일차적으로 사회를 통제하며 공포와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는 욕망과 쾌락의 형태를 창조함.
탈근대적․잡종적 구성과 공적인 것 및 정치에 대한 매체 조작을 결합하는 공포의 스펙터클은 제국적 구성을 둘러싼 투쟁에서 그 근거를 빼앗음. 그러나 낡은 투쟁 장소들과 투쟁 형태들이 쇠퇴해감에 따라 새롭고 더욱 강력한 투쟁 장소들과 투쟁 형태들이 나타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