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희생 - 개인의 희생 없는 국가와 사회는 존재하는가?
다카하시 데쓰야 지음, 이목 옮김 / 책과함께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어떤 절대 미사어구를 사용하더라도 국가는 '피와 희생'을 기반으로 탄생하며 이를 기반으로 권력을 유지 확대한다. 다카하시 데츠야의 줄기찬 주장은 바로 이것이다.

희생 없는 국가와 사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카하시는 우선 가장 문제시 되는 일본의 야스쿠니와 야스쿠니를 둘러싼 참배의 논리를 살펴보면서 그 논리로부터 '숭고한 희생'의 논리를 끌어낸다. 그 '숭고한 희생'의 논리는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의 일본이 있고 지금의 일본인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와 사회를 위해 희생한 자들에 대한 참배는 일본과 일본인으로써는 간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하는 논리 그것이 '숭고한 희생' 논리이다.  

이는 가토 노리히코의 <<패전후론>>과도 연결된다. 2000천 만명의 아시아 희생자를 애도해야 한다. 하지만 그 전에 지금-여기 우리가 있게 한 200만명의 일본인 전사자를 먼저 애도해야하는 논리도 '숭고한 희생' 논리이다. 이와 같은 일본의 '숭고한 희생' 논리는 단순히 야스쿠니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아니 모든 희생 논리는 언제나 국가와 사회의 탄생과 존재이유로 직결되며 이는 필요불가분한 것이라고까지 강변한다.  

따라서 비전투원에 대한 반인륜적 학살인 원폭투하, 홀로코스트, 그리고 광주민중항쟁까지 동일한 '숭고한 희생'의 논리로 연결되고 있음을 다카하시는 강조한다. 더 근원적인 국민 또는 민족의 탄생과 관련하여서 르낭의 논의를 살펴보며 희생이 기본전제가 되고 있음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기독교와 불교의 희생 논리 또한 이와 연결됨을 강조한다.  

결국 모든 국가와 사회는 희생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국가 또는 사회는 희생을 상시 유지시킬 수 있는 제도와 기구를 만들어 왔고 만들고 있다. 바로 군대, 즉 상비군의 편재이다. 그리고 그 희생을 '숭고한 희생'으로 재현하며 각종 기억, 기념, 추념, 헌창 사업을 통해 이를 확대 재생산한다.   

이렇게 되면 군대를 보유하는 이상 국가는 희생을 피할 수 없다. 군대는 국가에게 항상/이미 '희생' 그 자체이다. 그 어떤 희생을 매개로 하는 모든 국가와 사회의 헌창사업 또는 기념사업도 동일한 '숭고한 희생' 논리에 기반하고 있음을 또 다시 강조할 필요도 없다.  

이와 같은 희생 없는 국가 또는 희생 없는 사회를 다카하시는 데리다의 논의를 끌어와 '절대적 희생의 구조'라고 규정한다. 누군가(타자)의 부름을 받으면 누군가(타자)를 희생할 수밖에 없는 절대 희생의 메커니즘. 90%의 희생을 막기 위해 10%의 희생은 용인할 수밖에 없는 현실. 그것이 어떤 정의에 기반한 법적, 정치적, 윤리적 결정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러면 인간은 '절대적 희생'이라는 구조 속에서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결정해야만 하며, 희생 없는 외부는 존재하지 않는가?  

다카하시는 "모든 희생의 폐기는 불가능하지만, 이 불가능한 것을 향한 욕망 없이는 책임 있는 결정이란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모든 희생의 폐기란 특이한 타자들의 부름에 보편적으로 응답하는 일 바로 그것"이라고 강조한다. 더불어 "우리는 절대적 희생이라는 구조 속에서 그러나 모든 희생의 폐기를 끊임없이 욕망하면서 동시에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끝으로 루쉰의 <<광인일기>>의 한 대목을 묘사하며 루쉰처럼 '드문' 바람, 곧 희망에 대한 물음을 토해내고 있다.

사람을 잡아먹은 적이 없는 아이들이, 혹시 아직 있을까?
아이들을 구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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