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기억에 대한 차가운 기억화(공유기억)가 추모와 미화를 통해 어떻게 변질 왜곡되는지 아래 거창 등의 예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래서 역사는 권력자의 대리인들에게 내맡겨서는 안되며 우리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며 발굴하고 문제제기해야하는 것은 아닌가?! 그리고 그에 기초하여 새롭게 구성해야만 하는 것은 아닌가?! 그 구성은 종결이 아니라 끝없는 진행으로 말이다. 아래 <기억과 전쟁>에 대한 연합뉴스의 리뷰와 출판사 리뷰를 같이 올려둔다.  


연합뉴스 | 2009-07-10 16:57:03


비교역사문화연구소 '기억과 전쟁'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1951년 2월 경남 거창군 신원면에 소재한 청연마을과 탄랑골, 그리고 박산골의 세 마을에서 한국군 11사단 9연대는 빨치산의 보급원을 차단한다는 명목으로 이곳 주민 719명을 학살했다. 이른바 거창 민간인학살사건이다.

유족들은 사건 직후부터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을 위해 노력했고 탈냉전과 민주화라는 변화와 더불어 반세기가 지난 2004년 거창사건추모공원이 준공됐다.

김백영 광운대 교수와 김민환 박사는 최근 출간된 '기억과 전쟁'(휴머니스트 펴냄)에 실린 '학살과 내전, 공간적 재현과 담론적 재현의 간극 : 거창사건추모공원의 공간 분석'이란 논문에서 거창사건을 비롯한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사건의 진실을 둘러싸고 여전히 계속되는 정치적 갈등과 이념적 혼란을 조명했다.

논문 저자들은 거창사건추모공원이 "'빨갱이' 혐의를 벗고 '양민'이 되고자 발버둥쳐온 유족들과 여전히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해야 하는 한국 정부 양자가 진실을 덮어둔 채 정치적으로 타협한 산물"이라고 규정한다.

이들은 먼저 추모공원의 명칭 문제를 지적했다.
유족들은 '거창양민학살사건'이란 이름을 내걸고 50년 동안 싸워왔지만, 국가는 남한군이나 미군에 의해 죽은 민간인을 결코 '양민'으로 인정할 수 없었기 때문에 '거창양민학살사건'이 아닌 '거창사건'이라 명명했다고 풀이했다.

국가는 '양민학살'이라는 위험한 담론을 거세한 채, '사건'과 '일부 군인'이라는 용어를 써서 의미를 축소해 국가폭력의 진실을 은폐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전북 남원군, 순창군, 경남 산청군, 함양군, 전남 함평군 등지에서도 거창과 같은 민간인 학살사건이 발생했으며 추모공간이 역사적 의미를 담기 위해서는 다른 지역 민간인 희생자들의 위패도 함께 봉안해야 한다고 거창지역 시민단체들이 유족회에 제안했지만, 유족들이 거부했다고 말한다.

유족들은 희생자 719명을 5만평이나 되는 광대한 추모공간에 안장해 다른 지역의 '불순한' 희생자들에 대해서는 침묵한다는 조건으로 국가와 타협했다는 것이다.

이 책은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가 2005년부터 3년간 각종 학술대회 등을 통해 진행한 '20세기 전쟁기념의 비교문화사' 연구 프로젝트의 결과를 단행본으로 정리한 것이다.

1ㆍ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등 전쟁의 경험이 어떻게 국가와 지배층에 의해 통제되고 재규정돼 지배권력의 강화에 기여하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규명했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 각국의 역사학 저술과 역사적 정치 담론이 이뤄지는 언론매체, 역사교과서 등을 소재로 삼아 공적인 전쟁 담론에 대한 포괄적이고 세분화된 분석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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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러티브 기억과 트라우마의 기억
― 이 책의 특징 1

19세기 이래의 근대 국민국가에서 전쟁기념은 국민을 분열에서 통합으로 이끄는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수행해왔다. 공적인 전쟁 담론은 희생을 미화하고 민족적 자긍심을 드높이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총력전을 겪은 20세기에도 이러한 행태가 유지되었는지의 여부는 다양한 공적 담론의 영역과 매체들을 두루 살피지 않고는 쉽게 결론지을 수 없다.
《기억과 전쟁: 미화와 추모 사이에서》는 역사학 저술과 역사적 정치담론이 행해지는 언론매체, 그리고 역사교과서 등을 소재로 삼아, 공적인 전쟁담론에 대한 포괄적이고도 세분화된 분석을 시작한다. 여기서 핵심적인 사안은 20세기 특유의 총력전이 낳은 ‘트라우마(trauma)’을 치유하고 이를 새로운 정체성 형성의 전기(轉機)로 삼기 위해 어떠한 공적인 ‘내러티브(narrative)’가 창출되었으며 그것이 국민들에게 실제로 어떠한 효과를 끼쳤는가 하는 점이다.
《기억과 전쟁: 미화와 추모 사이에서》에서는 이러한 다양한 내러티브들의 구성과 성격, 효과에 대한 체계적이고도 다각적인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세기에도 전쟁기념이 여전히 특정한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목적을 위해 도구화되었는지, 아니면 보다 성찰적인 의식을 보여주고 있는지 그리고 공적인 전쟁기념의 성격과 방식이 국가별, 지역별로 어떤 차이를 갖고 있었는지를 규명하고 있다.
《기억과 전쟁: 미화와 추모 사이에서》는 20세기 전쟁기념의 문화적 매체를 점검하고 있다. 현대의 전쟁기념문화에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문화적 매체가 나타나는 점에 주목한다. 섬세한 문화적 매체를 동원함으로써, 합리적 설명이 불가능해 보이는 체험의 의미를 어떻게든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문화적 매체를 통한 전쟁기념은 어떠한 고유의 특징들을 보여주고 있는지, 여기에서는 과연 희생의 의미에 대해 반문하고 깊은 애도와 성찰을 유도하는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하는지, 아니면 여전히 희생을 미화하고 도구화하는 구태를 보여주고 있는지를 밝히고 있다.
《기억과 전쟁: 미화와 추모 사이에서》는 20세기 전쟁기념 문화 전체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대안적 기념 문화를 찾고 있다. 이데올로기화된 모습이 완연한 사례와 기념 문화의 새로운 양상을 보여주는 사례들을 대비시켜 고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총괄적인 이론 틀을 만들려고 한다.
기억 이론은 종래의 ‘역사’가 자민족중심주의, 엘리트주의, 역사의 연속성에 대한 공연한 믿음을 지녀왔던 점을 문제 삼으며 등장했다. 기억 이론은 그간 도외시되었던 타자에 대한 관심을 일깨워주었다. 즉, 민족적 타자, 사회적 타자 또한 시간적 타자를 인정하지 않고는 일방적이고 폐쇄적인 자기 정체성에 이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깨닫게 해준 것이다. 20세기 전쟁기념 문화의 연구는 제국과 식민지, 중심과 주변부, 사회적 주류와 비주류 간의 차별성과 상호관계에 주목하는 시각이 요청된다.

사회ㆍ문화적 맥락으로서의 기억 연구
― 이 책의 특징 2

《기억과 전쟁: 미화와 추모 사이에서》는 무엇보다 공동체적 기억, 즉 ‘기념(commemoration)’에 대한 국내 연구자들의 연구라는 점에서 독창성을 지닌다. 근래 국내 학계에서는 ‘기억’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집단기억’, ‘대항기억’, ‘기억전쟁’ 등과 같은 용어가 웅변적으로 나타내주듯이, 기억의 문제는 본래적인 철학, 심리학의 영역을 뛰어넘어 사회적, 정치적 차원에서 새로이 점검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연구경향은 과거의 문제에 보다 다각도로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아직 사회·문화현상을 분석하기 위한 엄밀한 방법론으로서의 기억이론은 부재하다. 기억의 이론이 더욱 사회·문화과학적인 차원으로 진전되기 위해서는 ‘기념’이라는 개념이 도입되어야 한다.
이 개념은 한 사회 또는 특정한 사회집단이 자신의 과거를 관리하는 형식을 부각시킨다. 한 공동체는 자신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 자신의 기원, 생존과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특정 인물이나 특정한 역사적 사건을 지속적으로 ‘기념’해야 할 필요성을 가진다. 따라서 기념이란 한 공동체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배타적 행위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종류의 상징적 행위들, 즉 역사(이야기)서술, 종교적 의례, 축제, 예술적 형상화 작업, 그 외에 국경일 제정과 같은 각종 법적, 정치적 조치들이 두루 포함되며 이를 통해 배타적인 ‘집단기억(collective memory)’이 만들어진다. 기념행위는 개개인의 일상에 직접 호소하기보다는 일정한 사회공간 내에서 나름의 공적인 위상을 갖는다.
이와 같은 ‘기념’ 개념은 사회적 차원에서의 기억이 어떠한 필요에 따라, 어떠한 형식으로 이루어지는지에 관해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해준다. 이론적으로 불명확한 ‘기억’에 대한 언급만으로는 이러한 문제에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없다. 기념이라는 틀을 통해 《기억과 전쟁: 미화와 추모 사이에서》는 기억을 행하는 주체와 그 주체가 과거를 재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매체, 그리고 그 재현 결과의 수용자층을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고 이를 지역별, 사안별로 비교 분석하고 있다.
본래 기억에 대한 근래의 논의는 그 자체가 현대 사회가 낳은 정체성 위기의 산물이다. 그 이전까지 기억이란 주로 개개인들의 고유한 체험과 관련된 것으로 여겨져 왔다. 따라서 기억은 민족이나 국가, 계급 등의 집단적 주체와 관련된 역사와는 일견 무관한 것으로 다루어져왔다. 그러나 역사가 본연의 역할을 못하게 되자 기억이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역사는 본래 집단적 주체의 과거를 현재의 우리와 유기적으로 결합시킴으로써 우리 존재의 준거와 지향성을 밝혀주는 역할을 수행했으나 이른바 ‘세계화’의 물결에 의해 기존의 민족주의 및 여타의 정치, 사회적 이데올로기들이 크게 약화됨으로써 점차 퇴조의 양상을 보이게 되었다. 흔히 ‘탈역사(posthistoire)’라고도 표현되는 이러한 상황에 직면하여 그간 역사라는 공적인 영역에서 억압되고 무시되어 왔던 사적인 기억들이 주목받게 되었다.
기억은 과거와 관계맺는 종래의 ‘역사적’ 방식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가능하게 한다. 기억은 과거와 우리의 관계가 편향적이고 분산적이며, 일시적이고 우연적임을 깨닫게 해준다. 따라서 우리는 기억 논의를 통해 과거에 대한 기억이 반드시 역사의 이름으로 일원화될 필요는 없으며 그 밖의 다양한 구성 방식을 취하면서 다양한 정체성의 형성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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