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야할 책들이 산재하다. 지금-여기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함께 살펴야할 것이 일본과 중국의 지금-여기다. 그런 의미에서 동아시아 3국의 근대를 살펴볼 수 있는 '근대의 갈림길 동아시아'는 반갑다. 일단 한겨레의 서평만을 스크랩해둔다.
[한겨레 2009.3.25]
“일본 성공적 근대화엔 조선·중국 영향도 컸다”
‘근대의 갈림길 동아시아’ 출간
“일, 강화도조약등으로 발전”
조선·청나라 ‘실패론’ 틀 벗어
‘근대이행기 동아시아 3국의 운명을 결정지은 요인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는 오랜 기간 이 지역 역사학자와 사회학자들을 사로잡아온 핵심 주제였다. ‘중화체제’라는 견고한 지역질서 아래 오랜 기간 공존해온 세 나라가 불과 60여년 새 제국과 반식민지, 식민지로 운명이 엇갈린 경우는 세계사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기 힘들었던 까닭이다.
최근 발간된 창비의 ‘기획강좌-근대의 갈림길 동아시아’ 시리즈(전 4권)는 일본·중국·한국을 각각 성공·반실패·실패로 규정한 전통적 이행론을 비판하면서, ‘동아시아사’라는 거시 구도 안에서 근대를 향한 세 나라의 발자취를 되짚어 비교한다. 미야자와 히로시 성균관대 교수, 박훈 국민대 교수와 <동아시아 근대이행의 세 갈래>(제4권)를 함께 쓴 백영서 연세대 교수는 “기존 연구는 대부분 일본의 성공에만 지나치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결국 일본의 성공 요인이 한국·중국에는 없었기 때문에 근대화에 실패했다는 논리로 귀결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백 교수가 강조하는 것은 일본의 성공적 근대화에 미친 조선과 중국의 구실이다. 특히 1876년 조선과 일본이 맺은 강화도 조약이 일본을 세계체제의 반주변부로 끌어올린 결정적 계기였다는 게 백 교수의 분석인데, 이로써 일본은 조선 쌀과 금을 수탈할 수 있게 되면서 본격적인 산업발전의 기반을 마련했다.
한반도와 주변에서 벌어진 청일·러일전쟁의 영향도 컸다. 전쟁을 거치며 조공 질서로 유지된 중화체제가 결정적으로 붕괴하고 일본은 독점자본이 주도하는 명실상부한 제국주의 국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백 교수는 “두 전쟁 모두 조선의 지배권 문제가 핵심이었다”면서 “청일전쟁 이후 러시아와 일본의 대립 틈새에서 조선은 자주독립 노선을 내세우면서 중립화 정책을 추진했으나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면서 보호국으로 전락했다”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러일전쟁 당시 조선 지식인들이 보인 반응이다. 백 교수는 “윤치호 등 일부 지식인들은 러일전쟁을 한국 지배의 쟁탈전이자 인종전쟁으로 봤다”며 “이 때문에 한국의 국권을 강탈하려는 일본을 증오하면서도 황인종의 명예를 지킨 일본을 존경하는 모순적 태도를 나타냈다”고 소개했다.
대한제국 정부의 중립화 정책에 대해서는 “세력균형론과 주변 국제관계에 대한 나름의 판단에 기반해 국익을 실현하려는 전략이었던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비밀 황실외교를 통해 특정국가와 일회적으로 추진한 점은 결정적 한계”라고 지적했다.
한국이 경험한 내재적 근대화의 좌절과 대안적 가능성을 성찰한 1권 <근대와 식민의 서곡>은 김동노 연세대 교수가, 중국편인 2권 <문명제국에서 국민국가로>는 강진아 경북대 교수, 일본이 거둔 제국주의 경쟁의 승리와 그 이면에 드리운 억압과 팽창의 그늘을 파헤친 3권 <천황제 근대국가의 탄생>은 함동주 이화여대 교수가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