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푸코를 읽어야할 이유가 있어 스크랩해둔다. 특히 그의 강의록 중 아래에서 강조하고 있는 '자유주의 3부작'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안전,영토,인구>, <생명정치의 탄생>은 반드시 읽어야할 저서다.  

 

[한겨레 2009.7.8]

미셸 푸코(1926~1984)가 돌아왔다. 최신 사조에 목마른 계간지들이 연이어 그의 사상을 재조명하고 있는 가운데, 대중들을 상대로 한 ‘푸코 강좌’도 성업 중이다. 대체 무엇 때문에, 유행에 민감한 한국의 지식시장은 25년전 에이즈로 사망한 이방의 철학자를 다시금 주목하는가.

개인의 인간형 자체를 바꾸는
신자유주의 시스템 통찰력에
‘생명권력’ 등 후기담론 새 빛

푸코에 관한 최근의 논의들은 계간 <문화과학>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다. 임동근 문화과학 편집위원과 서동진 계원디자인예술대 교수가 2008년 여름호와 2009년 봄호에 푸코의 ‘통치성’ 개념에 관한 분석글을 잇따라 실었다. 철학아카데미와 다중지성의 정원, 문화사회연구소 같은 강의·연구모임도 지난 겨울부터 푸코 세미나와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출판계는 또 어떤가. 김영사가 최근 지식인마을 총서로 푸코를 다룬 데 이어, 하반기에는 <푸코, 인간의 초상>(폴 벤느, 산책자), <자유의 의지, 자기계발의 의지>(서동진, 돌베개) 등의 연구서와 <미셸 푸코의 파르헤지아>(사계절), <안전, 영토, 인구> <생명정치의 탄생>(난장) 같은 푸코 강의록들이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말 그대로 ‘푸코의 재림’이다.

기실 한국에서 푸코의 전성기는 1990년대였다. 마르크스주의가 승하던 80년대 한국에서 푸코는 비주류요 이단자였다.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를 계기로 <감시와 처벌>(1989년), <성의 역사 1·2·3>(1990년) 같은 대표작들이 잇따라 번역되기는 했지만 90년대 후반 질 들뢰즈, 슬라보예 지젝 같은 재기발랄한 후학들이 무섭게 치고 들어오자, 그 역시 한때의 유행을 선도한 서구 사상가의 한 명으로 지식의 최전선에서 쓸쓸히 퇴역해야 했다.

반전은 2000년대 중반 ‘생명권력’ ‘생명정치’와 관련된 푸코의 후기 담론들이 뒤늦게 주목받으면서 찾아왔다. 여기엔 권력의 새로운 지배구조와 그에 대한 저항 가능성을 생명권력·생명정치 개념을 통해 해명한 네그리·하트의 <제국>과, 생명정치라는 틀에서 서양 정치구조를 해부한 조르조 아감벤의 <호모 사케르> 연작의 영향이 컸다. 

최근의 ‘푸코 르네상스’는 생명정치와 함께 후기 사상의 핵심을 이루는 ‘통치성’이란 주제와 관련된다. 푸코가 통치성이란 개념을 본격적으로 사용한 것은 1970년대말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했던 강의들이다. 여기서 푸코는 18세기를 전후해 유럽에서 등장한 새로운 권력관계(통치)의 특성을 지칭하기 위해 이 개념을 사용하는데, 그것의 핵심은 “행동방식 혹은 행실에 대한 통솔”이다.

통치는 법이나 규범을 통해 특정 행위를 ‘금지’하거나, 감시·처벌·훈육을 통해 개인의 신체를 ‘규율’하는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가장이 가족 구성원의 건강과 가계의 부를 관리하고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유사하게, 근대 국가의 통치는 생명을 가진 주민 전체(인구)에게 일정한 자유를 허용하면서 그들의 건강과 안전, 복지를 증진하기 위해 개인적·집단적 수준의 행동과 실천을 유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런 통치를 위한 기술적 수단이 ‘폴리스’로 불리는 행정관리 기구들이며, 여기에 수반되는 지식이 ‘경제적 인간’을 대상으로 삼는 정치경제학(고전경제학)이라는 게 푸코의 분석이다.

푸코가 말하는 이 새로운 통치성의 다른 이름이 ‘자유주의’다. 주목할 만한 점은 푸코가 1978~79년 강의록인 <생명정치의 탄생>에서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신자유주의’에 관해 언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푸코에게 신자유주의는 자유주의 통치성의 또다른 형태다. 자유주의가 ‘인구에 대한 통치방식’을 고안하고 실천했다면, 신자유주의는 개인의 ‘인간형 자체’를 변형하는 데 관심을 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푸코가 볼 때 신자유주의 통치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노동자는 신체 뿐 아니라 자신의 모든 행위를 ‘자본’으로 다루는 기업가의 위치를 부여받는다. 이른바 ‘호모 에코노미쿠스’의 탄생이다. 이런 푸코의 분석에서 도출되는 교훈은 무엇인가.

“푸코는 신자유주의를 좁은 의미의 이데올로기나, 특정한 역사적 시점부터 조성된 불가역적 현실로 간주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신자유주의는 신고전파 경제학이나 합리적 선택론 같은 학술 담론뿐 아니라, 일상의 자기계발 담론이나 노동자의 책임과 권한을 강화함으로써 생산적 주체를 형성하려는 경영담론까지 포괄하는, 사회를 통치하고 삶을 조직하는 방식이란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얘기다.”(서동진 교수)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계급성’ 넘어 ‘통치성’


‘생명권력’ ‘생명정치’ 담은 푸코 강의록 8권 출간
프랑스 라발 등 사회과학 전 분야로 확대·적용


“최근 사회과학 논문 제목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통치성’이란 단어”라는 말이 있을 만큼 푸코의 ‘통치성’ 개념은 서구 인문사회과학계의 열쇳말로 자리잡았다. 푸코는 1970년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에 취임한 뒤 1984년 사망할 때까지 이곳에서 강의했다. ‘푸코 르네상스’의 진원지는 그의 제자들이 푸코가 남긴 메모와 녹취 테이프를 편집해 1997년부터 출간하고 있는 강의록들이다.

14권으로 예정된 푸코의 강의록은 지금까지 8권이 출간됐는데,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이 ‘자유주의 3부작’으로 불리는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1975~76년 강의록), <안전, 영토, 인구>(1977~78년), <생명정치의 탄생>(1978~79년)이다. 여기서 푸코는 ‘생명권력’과 ‘통치성’이란 주제에 매진하면서,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신자유주의 시스템에 대한 예견적 통찰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말년의 푸코가 천착했던 통치성이란 주제에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니콜라스 로즈, 피터 밀러, 콜린 고든 등 영국의 사회과학자들이었다. 이들은 <푸코 효과>(1991년)라는 책에서 푸코의 통치성 이론을 처음 소개한 데 이어, 영국 사회과학 저널인 <경제와 사회>를 통해 통치성 이론을 경제·사회·정치·사회심리학·행정학·생명공학 등의 분야로 확대했다.

최근엔 프랑스 사회학자 크리스티안 라발의 작업이 돋보인다. 그는 푸코의 통치성 이론과 신자유주의 분석에서 영감을 얻어 신자유주의의 기원을 지성사적으로 분석한 <경제적 인간-신자유주의의 뿌리에 관하여>를 2007년 출간했고, 올해는 철학자 피에르 다르도와 함께 신자유주의 사회의 형성과 구조를 분석한 <새로운 세계이성-신자유주의 사회에 관한 시론>을 냈다.

라발은 신자유주의를 좁은 의미의 경제학 담론이나 이데올로기로 간주하는 통념을 비판한다. 신자유주의는 경제만이 아니라 사회·정치·행정·교육·문화 등 자본주의 사회의 전 분야를 총체적으로 조직하는 ‘새로운 합리성’이며, 인간을 경쟁을 통해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경제적 동물로 호명하는 ‘새로운 주체 형성의 원리’라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확산되던 ‘신자유주의 종언론’이 최근 세계경제의 완만한 회복세와 더불어 빠르게 위축되고 있는 현실은 ‘푸코 학파’의 신자유주의 분석에 담긴 의미가 녹록지 않음을 실감케 한다. 이세영 기자

도움말 서동진 계원디자인예술대 교수·진태원 고려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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