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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식민지적 근대 ㅣ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총서 39
이승일 지음 / 동북아역사재단 / 2009년 1월
평점 :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한 비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날카로운 이론적 비판과 명약관화한 역사적 증거없는 심정적이고 감정적인 비판은 상식을 얘기한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식상한 느낌까지 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한 비판은 의미가 없는가? 아니다. 왜냐하면 이 책의 저자 중 한 명인 정태헌이 지적하듯이 최근의 식민지 근대화론은 학문의 장에서 자신의 역사관을 주장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역사관과 동일한 현 정권 하에서 권력과 결탁하여 '좌편향'의 역사관에 길들여져 있는 무지한 국민들을 '계몽'시키기 위해 정치운동으로까지 그 장을 확장하였기 때문이다. 그 실천이 '뉴라이트 운동'이며 이들은 최근 들은 대안 교과서를 통해 그들의 주장을 전파하고자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책의 저자들은 비판의 날선 칼을 다시 식민지 근대화론과 그들의 이론적 입론인 경제성장론에 들이대고 있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식민지적 근대>>는 모두 7편의 논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3편은 식민지 관습과 법, 일제시기 이데올로기장치인 경성신사, 그리고 강제동원에 관한 개별논문이다. 나머지 4편은 식민지 근대화론의 이론적 토대인 경제성장론을 비판하는 글로 여기서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비판하는 4편의 글 중 총론격인 정태헌의 비판을 통해 그들의 비판지점을 살펴보도록 하자.
그 전에 대체적으로 이 4편의 글이 어떤 비판에 집중해 있으며 개략적인 비판의 내용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식민지 근대화론을 비판하고 있는 4편의 글은 식민지 근대화론의 총론격인 경제성장론에 대한 비판(문영주, 정태헌)과 각론격인 인력개발론, 생활수준향상론에 대한 비판(정병욱, 허영란)으로 나누어져 있다. 우선 식민지기 성장한 인력은 해방 이후 한국경제의 성장 동력이 되었다고 주장하는 인력개발론에 대한 비판으로 정병욱은 안병직과 에커트의 논의를 주로 비판하며 왜곡과 계급의식의 부재 및 단선적 역사관이라고 비판한다. 뿐만 아니라 역사학계의 비판인 단순히 식민지기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거나 해방 이후 '민중 기여론'을 주장하는 것 또한 단선론적 시각과 '자기개발'의 매커니즘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적절치 못한 비판이라고 주장한다. 결론적으로 인력개발론은 자본주의의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며 이에 대해 "도움이 안 되었다", "식민지기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로 비판하는 것도 그 범주에서 결코 벗어난 것은 아니라고 꼬집으며 인력개발론의 질문을 인간의 관점으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한국인의 삶의 역사에 자본주의는 어떠한 영향을 끼쳤으며 어떤 의미를 갖는가", "한국인이 자본주의와 맺는 관계의 특성은 무엇인가."
다음으로 일제시기 경제발전은 한국인들의 생활수준을 향상시켰다는 경제성장론의 주장에 대해 허영란은 '이미지'자체가 생활은 아니라며 "생활이야말로 경험의 토대"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생활수준향상론이 비교불가능한 조선후기와의 종적인 비교와 다른 나라와의 횡적인 비교를 통해 준거를 확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용하는 통계의 문제점도 지적하며 "생활수준이 가장 악화되고 후대 사람들에게 강렬한 식민지 경험을 각인시켰던 1940년대를 포함하지 않는다는 것" 역시 일제시기 생활수준 논의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린다고 비판한다. 결국 생활수준향상론은 "'제국주의 시혜론'의 맥락과 겹"치며 "식민권력 및 식민정책 중심의 관점을 견제하기 위해 '조선인의 자기개발'이라는 것을 하위 요소로 설정"하기도 한다고 비판한다. 한편 이에 대한 비판적 대응은 같은 논의(수탈과 개발)에서 제기되고 있어 좀더 생산적인 논쟁을 위해서는 식민지에 대한 "경험의 방식과 내용이 그만큼 혼성적"이었다는 것을 강조하며 "어떤 경제성장, 어떤 지배, 어떤 차별, 어떤 변화였는가"가 현안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총론격인 경제성장론에 대한 비판은 정태헌에 의해 그 역사상의 연원에 대한 비판으로 제기된다. 구체적으로 정태헌은 경제성장론이 근대주의 역사인식이며 식민사학과 친연성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나아가 경제성장론은 자본주의 만능론(시장만능론)을 주장하면서 식민지를 전혀 인식하지 않고 있으며 특히 자본에 대한 인식이라는 것도 너무나 자의적이라고 한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비판하는 것은 자본과 국가와의 관계를 자의적으로 선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경제성장론은 식민지상의 '근대문명론'을 주장하며 "국가없는 자본주의"를 강조하고 조선인 자본의 자발적인 성장을 주장한다는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 보면, '근대적 개인'론과 연관된 것인데 이 때 자본의 성장은 개인에 결부되어 있지 국가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정태헌이 지적하는 경제성장론의 더 큰 문제는 식민지기에는 국가와 자본의 관계를 별개 또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가 해방 이후 갑자기 자본의 성장을 국가와 긴밀하게 연결시킨다는 점이다. 곧 해방 이후 경제적 발전을 반북론을 근간으로 한 '대한민국 정통론'과 연결시킨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경제성장론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일제시기에는 '민족과 국가'를 괄호쳤고 해방 이후에는 '민'을 괄호침으로써 한국 근현대사를 왜곡시켰으며 이러한 과정은 "민주화가 제도화되고 경제력이 높아지자 이러한 상황에 '불법편승'한 경제성장론의 근대주의가 반북론에 의지하여 침략을 근대문명으로 각인시키려는 식민사학과 친연성을 갖는 본질"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렇다면 결국 자본의 문제며 근대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