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유대인 여인 가자가 원색적인 방식으로 ‘우리는 모두 죽는다‘ 라고 한 말은 축제 날 드넓은 초원에서 춤에 도취되어 삶의 즐거움을 표현하는 외침이기도 하고, 그날그날을 살아갈 뿐 앞일을 미리 걱정하지않는다는 사고의 표현이기도 하다. 반대로 죽음을 두려워한다는 것은항상 대비하고 계획해야 된다는 생각이며, 세계를 합리적이고 의지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사고를 가리킨다. 이것이 바로 현대성modernite이다.
-> 전통이 아니라 현대에도 관통하는 성질, 아래의 추가적인 설명이 이를 잘 드러냄
죽음의 친숙성으로 말미암아 죽음의 이미지는 이렇게 서민들의 언어에서 매우 초보적이고 천진난만한 삶의 기호가 되어 있었다.
"위험을 각오하고 죽음을 사유하느니 차라리 생각지 않는 편이 죽음을 견뎌내기 쉽다" 라고 파스칼이 말했다. 그런데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오늘날 기술 문명이 채택하고 있는방법, 곧 죽음 자체를 거부하고 금기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까지 보아온 대로 전통적인 사회에서 취했던 태도이다. 그것은 죽음에 대한 거부가 아니었다. 죽음이 이미 우리 가까이에 있고 일상생활의 일부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의도적으로 몰입해서 사유하기가 불가능했을 뿐이었다. - P70
자연스럽고도 본능적으로 운명과 자연을 체념하고 받아들인다는태도, 즉 수천 년 동안이나 변함없이 지속되어온 죽음 앞에서의 태도...는 분묘를 비롯한 장의에 관련된 것들을 대하는 태도, 즉 무관심과 친숙함으로정의되는 죽은 자들 혹은 죽은 육신을 대하는 태도와 상응한다. 죽은자들에 대한 이러한 태도는 역사적으로 분명하게 한정되는 한 시기의특성이었다. 그것은 이전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시점인 기원후 5세기경에 나타났다가 18세기 말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결코 짧은 기간은 아니었지만 명확하게 한정되는 이 시기는 길들여진 죽음으로 정의되는 서구 정신사적 한 태도의 기나긴 연속성 내부에 그렇게 자리하고있다. - P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