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14 - 5부 2권
박경리 / 솔출판사 / 199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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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든 떠난다는 것은 새로움이다. 자기 자신으로부터 또 다른 하나의 자신이 마치 번데기에서 빠져나온 것처럼, 폐쇄된 자기 자신으로부터 문을 열고 나서는, 그것은 신선한 해방감이다. 그러나 새로움이란 낯설음이며 여행은 빈 들판에 홀로 남은 겨울새같이 외로운 것, 어쩌면 새로움은 또 하나의 자기 폐쇄를 의미하는 것인지 모른다. 마주치는 사물과 자신은 전혀 무관한 타인으로서 철저한 또 하나의 소외는 아닐는지.

제국주의 일본의 동물적 탐욕은 그 얼마나 많은 조선 백성들의 운명을 바꾸어왔는가. 두메산골, 골짝골짝마다 핏줄같이 시내 흐르는 곳에서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유민이 되어 떠도는 이 그 얼마인가. 

여기저기 뿔뿔이 흩어지게 된 사람들은 해방 이후 다 어떻게 되었을까. 타국 산천을 떠돌다 어느곳엔가 정착해 그곳에 뿌리를 내렸을까 아니면 여전히 떠돌고 있을까. 죽어서 또는 살아서도 결국 고향 땅을 밟지 못하고 스러져간 사람들은 얼마나 많을까.

 

12권은 조금 지루했는데, 13권부터 본격적으로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3대, 4대에 걸친 대하드라마가 어떻게 막을 내리게 될지 정말 궁금하다. <태백산맥>과는 다른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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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3 - 5부 1권
박경리 / 솔출판사 / 199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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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수가 간도 땅에서 죽었다. 부자의 연이 끊어질듯 말듯 어긋나기만 했던 아들 영광과의 재회를 앞두고 허망하게 죽었다.

일본 경찰에 끌려가 매를 맞다 죽은 것도 아니고, 친일파에게 습격을 당해 죽은 것도 아니고, 호열자(콜레라)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백정 송관수에게는 어울리는 죽음일지 모르나 형평운동에 앞장서고 친일, 부역자 처단에 앞장섰던 송관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너무나도 허망한 죽음이다.

 

십여년 만에 다시 만난 유인실과 오가다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이들의 최후는 결국 비극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달빛 아래, 수평선이 아득한 바다, 오가다는 자신의 앞날을 수평선이 아득한 바다같이 느껴졌다.

"네, 그래요. 전쟁이 끝나고 인실씨를 만날 수 있다면, 두 사람이 살아남았다면 그 사람과 내 아들을 끌고 나는 북국으로 갈 겁니다. 빙하를 건너서요."

믿을 수 없는 꿈을 꾸듯 말하고서 오가다는 소리내어 웃었다.

애초 믿을 수 없는 꿈이었듯 결코 이뤄질 수 없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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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와 빈곤 - 땅은 누구의 것인가 e시대의 절대사상 24
헨리 조지 지음, 김윤상 외 옮김 / 살림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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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조지가 살았던 19세기 중후반의 미국은 산업화와 서부 개척의 시대였다. 전신, 통신회사 그리고 철도회사가 성장하고, 땅에 대한 투기 현상이 극심해진 시기이기도 했다. 헨지 조지는 신문사의 뉴욕 특파원으로 근무하면서 극도의 사치와 비참한 빈곤이 공존하는 뉴욕의 현실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물질적으로 점점 풍요로워지는데 빈곤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농민과 대화를 나누던 중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이때 부의 증가와 빈곤의 증가가 함께 나타나는 이유가 머릿속에 영감처럼 번쩍였다. 인구가 늘어나면 토지 가치가 오르고, 토지가 필요한 사람은 돈을 더 내야 한다. 아는 이 이치를 깊이 생각했고, 그 생각은 그 뒤로 나에게서 떠나지 않았다. (31쪽)

그리고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진보와 빈곤>을 썼다. 그의 핵심 주장은 지주에게 보상하지 않고 지대세를 부과해 지대를 공유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주장은 토지에 대한 권리는 모든 사람에게 속한 것이라는 사실을 전제로 했다. 토지에 대한 권리가 모든 사람에게 속한다는 것은 개인에 따라서 사실로, 또는 견해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 같다.

 

헨리조지의 사상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쑨원, 톨스토이, 아인슈타인, 헬렌 켈러 등이 그의 영향을 받았거나 그로부터 영감을 얻었다. 심지어 사회주의에도.

 

헨리조지는 또한 19세기 후반 침체되었던 유럽의 사회주의 운동을 부활하는 데 큰 영향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헨리조지 사상은 경제활동의 자유와 자본의 사유를 기반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회주의와 본질적으로 융화될 수 없었다. 헨리조지가 살아 있을 때에는 전 세계에서 헨리 조지의 영향력이 칼 마르크스보다 더 컸다고 한다.

빈곤을 정당화하는 이론 중 하나가 임금기근설인데, 임금기근설은 '임금은 자본에서 나온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다양한 노동 형태 모두에서 임금은 자본이 아니라 임금이 그 대가로 지불되는 노동의 생산물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임금기근설의 전제는 오류이다. 임금기근설 자체도 오류이다. 비록 임금협상 때마다 자본이 주장하는 임금기근설이 여전히 먹히고 있는 실정이지만.

 

 

헨리조지는 지대조세제가 그 해결책이라고 얘기하는데 지대조세제의 내용은 이렇다.

대안은 사유 토지의 매수도 환수도 아니다. 매수는 정의롭지 못한 방법이고, 환수는 지나친 방법이다. 현재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그대로 토지를 가지게 한다. 각자 보유하는 토지를 지금처럼 자기 땅이라고 불러도 좋다. 토지를 사고파는 것도 허용하고 유증과 상속도 할 수 있도록 한다. 속만 얻으면 껍질은 지주에게 주어도 좋다. 그런데 이미 우리는 지대의 일부를 조세로 걷고 있다. 그러므로 단지 조세 방법만 약간 바꾸어 지대 전체를 조세로 징수하고 다른 조세를 면제하는 지대조세제를 실시하면 된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전근대 사회부터 지금까지 모든 농민들의 염원인 '경자유전'의 원칙이 실현되지 않을까. 토지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토지를 소유하는 사회.

 

헨리조지는 지대조세제가 최선의 해결책이라는 근거와 그것이 가져올 긍정적 변화에 대해 다섯가지 정도 제시했는데,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희망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부에 대한 욕심이 사라져 각종 사회범죄가 없어질 거라는 예측은 지나친 것 같다. 그렇지만 빈곤이 자연스럽고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의 의지에 의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는 지적은 적확한 것 같다.

문명의 차이는 개인의 차이에서가 아니라 사회조직의 차이에서 생긴다는 점, 진보는 언제나 어울림에 의해 촉발되었다가 언제나 불평등이 심해지면서 뒷걸음질한다는 점, 지금도 현대 문명 속에 과거의 모든 문명을 파괴했던 원인이 드러나기 시작한다는 점, 정치적 민주주의만으로는 무정부 상태와 전제정치로 빠지게 된다는 점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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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1 - 4부 2권
박경리 / 솔출판사 / 199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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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이 출옥했고, 관수와 연학, 길상은 군자금 마련을 위해 김두만과 이도영의 집을 습격했다.

 

저자가 인실과 오가다, 조찬하의 입을 통해 자신이 시국에 대해 얘기하고 싶은 것들을 발언하게 하는 부분들이 많은데, 어려운 얘기들이 많아서 읽기가 좀 힘들었다. 박경리 선생의 자료 수집력, 분석력, 통찰력 같은 것들이 기적처럼 느껴져 감탄하며 읽었다.

 

11권의 주인공은 명희, 그리고 관수였다. 관수의 최후가 예상되어 마음이 뭉클했다.

 

관수가 이 지점까지 온 것은 우연도 작심에서도 아니다. 동학당으로 죽음을 당한 장돌뱅이였던 아비, 김훈장을 따라 산에 들어간 사이 행방을 모르게 된 어미, 그리고 은신처에서 만나 부부로 맺어진 백정의 딸인 아내, 그 응어리가 여기까지 오게 했으며 또 앞으로 가야 할 길에는 아들 영광의 한이 짙게 서릴 것이다. 네 사람 중에 가장 많은 설움과 고통을 넘어온 송관수, 해서 그는 누구보다 치열하다. 딸을 남겨두고 아들의 행방은 모른 채 떠나야 할 자신, 그는 마음속으로 오열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강수는 너무나 잘 안다.

별안간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내린다. 다홍치마 유록저고리를 입은 딸 영선의 얼굴이 떠올랐던 것이다. 간다온다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칠흑 같은 밤길을 걷고 있는 자기 자신이 괘씸하기 짝이 없다.

'애비 노릇도 제대로 못한 주제에 서운하기는 와 이리 서운하노.'

관수는 걷다 말고 강변 둑에 주질러앉는다. 담배를 꺼내어 붙여 문다. 빨갛게 타는 담뱃불, 담뱃불이 빨갛다는 것을 처음 발견이라도 한 듯 눈앞에 담뱃개비를 세우며 쳐다본다. 바람이 불 때는 불꽃이 튄다. 한 모금 가슴 깊이 빨아당겨 연기를 뿜는다.

글이지만 왠지 그림을 보고 있는 것 같다. 관수의 눈물, 처진 어깨, 담배를 쥔 투박한 손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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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 보급판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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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추천작 1 : 코스모스(칼 세이건)

 

cosmos의 정의를 찾아봤다.

네이버 : 그리스어. 질서와 조화를 지니고 있는 우주 또는 세계.

본 책 : 코스모스는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으며 미래에도 있을 그 모든 것. chaos에 대응되는 개념.

 

기원전 3세기 알렉산드리아에 살던 에라토스테네스는 막대기, 눈, 발, 머리, 실험정신만으로 지구 둘레를 측정했다. 그리고 같은 시간, 떨어져 있는 두 물체의 그림자 길이가 다르다는 것을 통해서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태양빛의 각도가 같은데 동일한 물체의 그림자가 길이가 달라지는 이유를 지구 표현이 곡면이라는 사실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훗날 콜럼버스는 에라토스테네스가 예견한 지구의 크기가 너무 커서 계산을 조작한 뒤 항해에 나섰다. 중간에 아메리카 대륙이 없었다면 그는 선원들에게 사기꾼이라는 이유로 맞아 죽었을지도 모른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대한 설명이 큰 감동이자 아쉬움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옮겨적어 본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세계의 모든 지식을 체계적으로 수집하여 집대성하려던 곳이었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활동한 학자들 중에는 에라토스테네스 이외에도, 별자리의 지도를 작성하고 별의 밝기를 추정한 히파르코스가 있었고, 기하학을 명쾌하게 체계화하고 어려운 수학 문제로 끙끙거리던 임금에게 "기하학에는 왕도가 없습니다."라는 말을 건넨 유명한 유클리드가 있었다. 기하학에 유클리드가 있었다면, 한편 언어학에서는 트라키아의 디오니시우스가 있어 말의 품사를 정의하고 언어학의 체계를 확립했다. 생리학자였던 헤로필로스는 지능이 심장이 아니라 두뇌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확실히 증명했고, 알렉산드리아의 헤론은 톱니바퀴 열차와 증기기관을 발명하고 로봇에 관한 최최의 책 <오토마타>을 저술했다. 페르가의 아폴로니우스는 타원, 포물선, 쌍곡선이 원추곡선임을 밝힌 수학자였다. 현재 우리가 잘 알고 있다시피 행성, 혜성, 별들의 궤도는 원추곡선으로 기술된다. 아르키메데스는 레오나르도다빈치가 등장하기 이전의 사람들 중에서 가장 천재적인 공학자였다. 천문학자이자 지리학자였던 프톨레마이오스는 오늘날의 사이비과하깅라 할 점성술을 수집하여 정리했다. 그가 주창한 지구 중심 우주관인 천동설이 1,500년 동안 맹위를 떨쳤다.

세계사 교과서나 참고서의 시대별 문화 파트에 단 몇줄로 나열된 설명을 읽었을 때와는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해낸 것인지 왜 실감하지 못했을까. 게다가 증기기관에 로봇이라니..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문명이 파괴되면서 도서관도 함게 사라졌다. 인류는 그 당시 학자들이 발혀낸 사실들을 알아내기 위해 2000년의 세월을 기다려야 했던 거다.

나는 천지를 창조하신 신께 나 자신을 온전히 맡기는 수밖에 없다. 그 분은 먼지에서 너의 모두를 창조하셨다.

코란 40장의 내용이다. 이때 이미 그들도 우주가 기체와 티끌로부터 출발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행성의 운동 법칙을 알아낸 케플러의 활약 또한 놀라웠다.

케플러는 역사의 한 꼭짓점에 서서 "천문학은 물리학의 일부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그런 주장을 할 만한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었다. 인류사에서 마지막으로 나타난 과학적 점성술사가 우리가 만난 최초의 천체물리학자였던 것이다.

'이 소리들의 화음으로 인간은 영원을 한 시간 안에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적게나마 지극히 높으신 신의 환희를 맛보게 되었다. ... 이제 나는 이 거룩한 열광의 도가니에 나 자신을 고스란히 내어맡긴다. ...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고, 나는 펜을 들어 책을 쓴다. 나의 책을 요즘 사람들이 읽든 아니면 후세인들만이 읽든, 나는 크게 상관하지 않으련다. 단 한 사람의 독자를 만나기까지 100년을 기다린다 해도 나는 결코 서운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신께서는 당신을 증거할 이를 만나기까지 6,000년을 기다리지 않으셨던가.

케플러는 최초의 공상 과학 소설이라 할 수 있는 <꿈>을 써냈는데, 그 책에서 천천히 회전하는 지구를 달 표면에서 보는 광경을 묘사했다.

 

지금들어도 너무나 흥미로운 내용이다. 그러나 당시는 30년 전쟁이 진행중이었고 결국 이 책은 그의 어머니가 마녀라는 증거물로 채용되었다. 책은 당시의 시대 배경과 인물이 처한 상황을 여느 역사책보다 더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그게 이 책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이다.

 

다음은 뉴턴에 대한 기록.

일생 동안 병약했고 스스로를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자식이라 생각했고 걸핏하면 남과 다투었으며 성격이 비사교적인 데다가 죽는 날까지 독신으로 살았던 아이작 뉴턴이지만, 그는 아마도 인류 역사상 제일가는 과학의 천재였을 것이다.

뉴턴이 미분, 적분을 발명하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구상한 것은 그의 나이 23살 때. 그는 또 관성의 법칙을 발견했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 대하기를 꺼리고 짜증이 많아져서 신경 쇠약 혹은 정신병이었다는 소문도 있었는데 최근에 그게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일종의 중금속 중독 증상이었다고. 

 

책은 금성과 화성의 상태를 설명하면서 지구가 인간의 의해 금성처럼 혹은 화성처럼 바뀔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의 아름답고 푸른 행성 지구는 인류가 아는 유일한 삶의 보금자리이다. 금성은 너무 덥고 화성은 너무 춥지만 지구의 기후는 적당하다. 인류에게는 지구야말로 낙원인 듯하다. 결국 우리는 이곳에서 진화해 왔다. 지구의 현재 지후 여건이 실은 불안정한 평형 상태일 가능성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인간은 자기 파명을 가져올 수 있는 수단들을 동원하여 지구의 연약한 환경을 더욱 교란시키고 있는 중이다. 그것이 초래할 심각한 결과는 전혀 개의치 않고 말이다. 지구의 환경이 지옥과 같은 금성의 현실이나, 빙하기 놓여 있는 화성의 현재 상황으로 근접할 위험은 없는가? 이 질문에 당장 할 수 있는 답은 현재로서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뿐이다. ... 우리는 지구 기후의 장기 변화에 대해서 참으로 무지하다. 인류는 자신의 무지를 망각한 채 대기를 오염시키고 숲을 제거함으로써 지표면의 반사도를 점점 높이고 있다.

8장 '시간과 공간을 가르는 여행' 편은 이해하기 조금 어려웠다. 빛의 속도, 특수 상대성 이론.. 이런 게 잘 이해가 안 됨;;

인류는 우주 한구석에 박힌 미물이었으나 이제 스스로를 인식할 줄 아는 존재로 이만큼 성장했다. 그리고 이제 자신의 기원을 더듬을 줄도 알게 됐다. 별에서 만들어진 물질이 별에 대해 숙고할 줄 알게 됐다. 10억의 10억 배의 또 10억 배의 그리고 또 거기에 10배나 되는 수의 원자들이 결합한 하나의 유기체가 원자 자체의 진화를 꿰뚫어 생각할 줄 알게 됐다. 우주의 한구석에서 의식의 탄생이 있기까지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갈 줄도 알게 됐다. 우리는 종으로서의 인류를 사랑해야 하며, 지구에게 충성해야 한다. 아니면, 그 누가 우리의 지구를 대변해 줄 수 있겠는가? 우리의 생존은 우리 자신만이 이룩한 업적이 아니다. 그러므로 오늘을 사는 우리는 인류를 여기에 있게 한 코스모스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

위의 내용은 이 책의 마지막 단락이다. <코스모스>는 과학 분야의 책이지만, 그저 '과학류'로 분류하기엔 부적합한 것 같다. 지구의 역사와 인류의 평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인문서로 봐야 할 것 같다. 8장 이후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았지만.. 앞으로 우주 과학 영화가 재밌어질 것 같다. 

 

* 앎은 한정되어 있지만 무지에는 끝이 없다. 지성에 관한 한 우리는 설명이 불가능한, 끝없는 무지의 한 가운데 떠있는 작은 섬에 불과하다. 세대가 바뀔 때마다 그 섬을 조금씩이라도 넓혀 나가는 것이 인간의 의무이다."(토마스 헉슬리)

* 우주에는 은하가 대략 1000억 개 있고 각각의 은하에는 저마다 평균 1000억 개의 별이 있다. 모든 은하를 다 합치면 별의 수는 10의 22제곱개나 된다. 게다가 각 은하에는 적어도 별의 수만큼의 행성들이 있을 것이다. 이토록 어마어마한 수의 별들 중에서 생명이 사는 행성을 아주 평범한 별인 우리의 태양만이 거느릴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 우리의 특별한 행운을 생각하는 것보다 우주가 생명으로 그득그득 넘쳐 난다고 생각하는 편이 훨씬 그럴듯하다.

* 고대 이오니아 인들은 우주에 내재적 질서가 있으므로 우주도 이해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자연 현상에서 볼 수 있는 모종의 규칙성을 통해 자연의 비밀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연은 완전 예측 불가능한 것이 아니며, 자연에게도 반드시 따라야 할 규칙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우주의 이렇게 훌륭하게 정돈된 질서를 "코스모스"라고 불렀다. ... 과학은 이오니아에서 태어났다. 인류 사상사에서 위대한 혁명이 기원전 600년과 400년 사이에 일어났다. ... 이오니아의 첫 번째 과학자는 밀레투스의 탈레스였다.

* 그는(데모크리토스) 자신의 시대를 지배하던 종교들을 모두 악이라고 판단했으며, 불멸의 영혼이나 불멸의 신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원자와 빈 공간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없다." .. 오늘날에는 그리스의 100드라크마 지폐에 그의 초상이 인쇄되는 등 높게 평가되고 있지만, 데모크리토스가 살아 있을 당시에는 그의 통찰은 억압당했고 그 후 역사에서도 그의 영향력은 의도적으로 과소평가됐다.

* 피타고라스는 지구가 공과 같이 둥글다고 추론한 역사상 첫 번째 인물이었다. ... '코스모스'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이도 바로 피타고라스였다. 그는 우주를 '아름다운 조화가 있는 전체', 즉 코스모스로 봄으로써 우주를 인간의 이해 범주 안으로 끌어들였던 것이다.

* 지구가 하나의 행성이며 지구인은 우주 시민이라는 생각은 피타고라스 이후 3세기가 지난 뒤 사모스 섬에서 태어난 아리스타르코스에서 시작한다. 그는 이오니아의 마지막 과학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아리스타르코스는 태양이 행성계의 중심이고 모든 행성은 지구가 아니라 태양의 주위를 돈다고 주장한 첫 번째 인물이었다.

*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돌면서 매일 250만 킬로미터씩 움직인다. 한편 태양은 은하수 은하의 중심으로 역시 공전하다. 지구의 태양 주위 공전이 태양의 은하 중심 공전보다 2배 정도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그리고 우리 은하수 은하는 처녀자리 은하단의 중심으로 또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지구의 태양 공전 속도가 은하수 은하의 전체 낙하 속도보다 2배 정도 빠르다. 또 처녀자리 은하단은 은하단으로서 대우주를 방랑한다. 그리고... 그렇다면 우리야말로 우주의 영원한 나그네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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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미원주 2015-08-18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아름다운 별, 지구에서 살고 있는 샘영체로서의 가치를 발견하게 되는 책이네요. 역사속 과학자들의 위대한 발견들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요. 두꺼워서 아직 잡지못하는 책 중 하나인데 요약해주셔서 잘 읽었어요. ^ ^

자네 2015-08-18 11:24   좋아요 1 | URL
˝우리는 종으로서의 인류를 사랑해야 하며, 지구에게 충성해야 한다.˝ 이 말 정말 멋있는 것 같아요! 책을 읽으니까 더 잘 이해되는 말이기도 하구요. 과학책이라기보다는 인문서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드는 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