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13 - 5부 1권
박경리 / 솔출판사 / 1993년 6월
평점 :
절판


관수가 간도 땅에서 죽었다. 부자의 연이 끊어질듯 말듯 어긋나기만 했던 아들 영광과의 재회를 앞두고 허망하게 죽었다.

일본 경찰에 끌려가 매를 맞다 죽은 것도 아니고, 친일파에게 습격을 당해 죽은 것도 아니고, 호열자(콜레라)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백정 송관수에게는 어울리는 죽음일지 모르나 형평운동에 앞장서고 친일, 부역자 처단에 앞장섰던 송관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너무나도 허망한 죽음이다.

 

십여년 만에 다시 만난 유인실과 오가다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이들의 최후는 결국 비극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달빛 아래, 수평선이 아득한 바다, 오가다는 자신의 앞날을 수평선이 아득한 바다같이 느껴졌다.

"네, 그래요. 전쟁이 끝나고 인실씨를 만날 수 있다면, 두 사람이 살아남았다면 그 사람과 내 아들을 끌고 나는 북국으로 갈 겁니다. 빙하를 건너서요."

믿을 수 없는 꿈을 꾸듯 말하고서 오가다는 소리내어 웃었다.

애초 믿을 수 없는 꿈이었듯 결코 이뤄질 수 없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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