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토지 11 - 4부 2권
박경리 / 솔출판사 / 1993년 6월
평점 :
절판
길상이 출옥했고, 관수와 연학, 길상은 군자금 마련을 위해 김두만과 이도영의 집을 습격했다.
저자가 인실과 오가다, 조찬하의 입을 통해 자신이 시국에 대해 얘기하고 싶은 것들을 발언하게 하는 부분들이 많은데, 어려운 얘기들이 많아서 읽기가 좀 힘들었다. 박경리 선생의 자료 수집력, 분석력, 통찰력 같은 것들이 기적처럼 느껴져 감탄하며 읽었다.
11권의 주인공은 명희, 그리고 관수였다. 관수의 최후가 예상되어 마음이 뭉클했다.
관수가 이 지점까지 온 것은 우연도 작심에서도 아니다. 동학당으로 죽음을 당한 장돌뱅이였던 아비, 김훈장을 따라 산에 들어간 사이 행방을
모르게 된 어미, 그리고 은신처에서 만나 부부로 맺어진 백정의 딸인 아내, 그 응어리가 여기까지 오게 했으며 또 앞으로 가야 할 길에는 아들
영광의 한이 짙게 서릴 것이다. 네 사람 중에 가장 많은 설움과 고통을 넘어온 송관수, 해서 그는 누구보다 치열하다. 딸을 남겨두고 아들의
행방은 모른 채 떠나야 할 자신, 그는 마음속으로 오열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강수는 너무나 잘 안다.
별안간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내린다. 다홍치마 유록저고리를 입은 딸 영선의 얼굴이 떠올랐던 것이다. 간다온다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칠흑 같은 밤길을 걷고 있는 자기 자신이 괘씸하기 짝이 없다.
'애비 노릇도 제대로 못한 주제에 서운하기는 와 이리 서운하노.'
관수는 걷다 말고 강변 둑에 주질러앉는다. 담배를 꺼내어 붙여 문다. 빨갛게 타는 담뱃불, 담뱃불이 빨갛다는 것을 처음 발견이라도 한 듯
눈앞에 담뱃개비를 세우며 쳐다본다. 바람이 불 때는 불꽃이 튄다. 한 모금 가슴 깊이 빨아당겨 연기를 뿜는다.
글이지만 왠지 그림을 보고 있는 것 같다. 관수의 눈물, 처진 어깨, 담배를 쥔 투박한 손이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