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생존자입니다 - 삶을 가두는 트라우마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한 31가지 연습
허심양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삶을 가두는 트라우마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한 31가지 연습’이라는 부제가 달린 책이다. 나에게도 트라우마라고 할만한 경험이 있었나, 계속 반추하면서 읽었다. 아주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오랜 기억들까지 떠올리게 만드는 문장들이 많아서 그런 곳에선 오래 머물며 곱씹어보기도 했다. 그랬더니 지금까지 트라우마라고 인식하고 있진 않았지만, 이제보니 트라우마일 수도 있겠구나 싶은 경험들도 있고, 동거인 생각도 많이 하게 됐다. 

이 책에서 만난 반가운 표현, ‘마음챙김’(mindfulness). 과거나 미래에 가 있던 마음을 현재로 가져오는 것. 

요가 원장님이 많이 쓰셨던 표현이다. 6~7년 전 요가 처음 시작하면서 ‘마음챙김’이란 말을 들었을 땐, 요가 할때 원래 쓰는 표현인가보다, 원장님이 좋아하는 말인가보다 했었다. 마음이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닌데 뭘 어떻게 하라는 건가 싶었는데, 요가를 몇년 하다보니 ‘마음챙김’이란 것을 말로는 잘 설명하지 못하지만, 몸으로 조금은 체득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요가를 하고 나면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가벼워져서 계속 가게 되는데, 그게 알게 모르게 체득한 마음챙김의 효과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는 거다. 

살아보니 나이 들수록, 타인 때문에 아니라 나 자신 때문에 힘들고 괴로울 때가 많다. 그때마다 ‘마음챙김’을 생각해야지. 그리고 책에 실린 라인홀드 니부어의 시 ‘평온의 기도’도 너무 좋다. 나에게 필요한 기도인 것 같다.   


평온의 기도(라인홀드 니부어)

하나님, 
제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평온함을 주시고, 

제가 바꿀 수 있는 것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용기를 주시며, 

그리고 그 둘을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내려주소서. 

<발췌>

불을 켜고 끄는 온오프 스위치가 아니라 동그란 버튼을 돌려가며 조도를 조절하는 스위치를 떠올려보세요. 수용과 변화의 극단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조도를 찾는 것, 조금 더 밝게 혹은 조금 더 어둡게 조절하는 것이 바로 균형으로 나아가는 방법입니다. … 많은 사람이 바꿀 수 없는 과거의 기억과 싸우느라 현재를 저당 잡히고 있습니다. 과거에 발생한 일이지만 기억을 통해 영화처럼 반복 재생되는 게 트라우마니까요. 그러나 어쩔 수 없다는 마음으로 체념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현재로 돌아와 변화시킬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며 원하는 삶의 모습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제한된 삶, 접힌 신문지를 조금씩 펴가면서 삶을 확장하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58

‘벙커’는 적의 사격이나 관측으로부터 아군을 보호하기 위해 땅을 파서 만든 구덩이를 의미합니다. 적의 공격이 너무 강해서 생명에 위협이 있거나 내가 가진 총알이 다 떨어져 가거나 몸을 다쳐서 고통스럽다면 계속 전장에 남아 있지 않고 벙커로 피신하는 것도 전략입니다. 81

회피하는 상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잠깐 물러나는 걸 ‘선택’하고 충분한 힘을 회복한 후에 다시 나아가는 그 순간을, 자신이 가장 잘 알 수 있습니다. 모든 문제를 당장 해결하려고 하거나 맞서 싸워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는 게 우리를 회복시키는 좋은 방법입니다. 86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식사 챙기기, 충분히 자기, 몸 움직이기, 병원 가기, 이렇게 몸을 탄탄하게 만드는 방법을 연습하면 마음도 함께 탄탄해집니다. 너무 당연하고 뻔한 기술이지만 정말 중요한 기술입니다. 117

감정조절기술이라는 말을 들으면 내 감정이 잘못되어서 조절해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감정은 옳고 그름이 없습니다. 내 감정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조절해야 하는 건 더더욱 아닙니다. 다만, 감정의 강도가 세고 빈도가 잦아지면 원치 않는 행동을 하게 되고, 감정이 나를 더 괴롭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136

트라우마 치유를 하며 ‘지금, 여기’라는 시공간 안에서 안전한다는 느낌, 즉 삶이 어느 정도 안정되었다는 느낌이 들면 과거와 마주할 단계에 도래했다는 뜻입니다. 트라우마 회복의 두번째 단계는 과거와 천천히 마주하며 트라우마 기억을 ‘처리’하고, 삶의 경험 일부로 ‘통합’하는 과정입니다. 즉, 갈기갈기 찢겨 흩뿌려져 있는 기억의 조각을 모아서 삶의 일부로 통합하는 과정이 과거와 마주하는 단계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173

#북스타그램📚 #우리는모두생존자입니다 #허심양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5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