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 환상적 욕망과 가난한 현실 사이 달콤한 선택지
도우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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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표지에 실린 추천사 읽고 엄청 기대했었는데, 읽는 내내 너무 어려웠다.

갓생, 리추얼, 배민맛, 오늘의집, 랜선 사수, 당그너블, 데이트앱 등 모르는 유행어와 잘 이용하지 않는 어플에 대한 이야기가 줄줄줄. 최신의 유행어와 어플, 인터넷 플랫폼이 반영하고 있는 사회상과 그속에 담긴 자본주의적 욕망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인데, 왠지 잘 안 읽혔다. 에필로그에서 저자가 ‘집필 초기에 유행어나 밈을 최대한 자제하고 보편에 가깝게 쓰려 했다’고 했는데, 나는 그 보편에 안 들어가나보다. 이토록 세상물정을 모르고 살고 있었다니ㅠ (웃음 포인트와 감탄 포인트를 모두 놓침ㅠㅠ)

짧은 분량의 책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은 것이 아닐까, 아쉬움이 남는 책. 그런데 발췌한 부분을 다시 읽어보니, 좋은 문장이 엄청 많았네? ‘나처럼 변화에 뒤처진 사람들에겐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과 통찰이 곳곳에 담긴 좋은 책’이라고 수정해야겠다.  

(발췌)

이런 만성적 번아웃의 시대에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미라클이고, 매일매일 루틴을 지키는 건 신의 경지가 될 수밖에 없다. 통근하느라 길바닥에 시간과 체력을 버리거나, 가사 노동과 육아 혹은 간병을 병행해야 하거나, ‘건강’한 몸이 아니라면 더더욱 노동 로봇으로 변신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삶은 너무 비인간적이라는 점에서도 갓생이라고 불리는 걸지도 모른다. 37

갓생을 둘러싼 콘텐츠의 면면이 삶의 방식이라기보다 마케팅 산업에 더 가깝다는 것은 주변을 둘러보면 쉽게 알 수 있다. 38

과장 좀 보태, 배민맛은 나라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일지도 모른다. 배민맛, 불닭앤카스맛, 스벅맛, 마늘주사맛, 편의점맛, 레토르트맛이 없었다면 도시 노동자로 생존할 수나 있었을까? 48

누가 가계 필수 지출 척도에서 엘겔지수 말고도 ‘배민맛 지수’를 산정해주면 좋겠다. 가계 지출 중 배달 음식에 소비한 비율 말이다. 분명 노동 시간과 고독 지수와 양의 상관 관계에 있을 것이다. 50

오늘의집은 끊임없이 오늘의 집을 어제의 집으로 밀어내고, 유저들은 다시 내일, 모레, 글피의 집이 되기 위해 열중하고 있다. 78

이 인테리어 민주주의가 내세우는 평등이란 몰취향에 가깝지 않을까? 쥔 예산만큼 갖출 수 있는 디자인은 정해져 있으니까. 83

우리 대부분은 아무리 배워도 날로 가속되는 기술 발전에 따라 일못러가 되고, 언젠가 모두 대체 가능해진다. 랜선 사수는 그런 시대의 과도기 혹은 우리의 불안감을 채우기 위한 임시 땜질이다. 대신 주목해야 할 건 일잘러 담론에서 쏙 빠져 있는, 돌봄노동일 테다. 자본주의든 테크노 봉건제도든 선사시대든 인류가 살아가는 데 항상 대체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곧잘 평가절하되어온 노동 말이다.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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