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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을 만나러 갑니다 - 함께 우는 존재 여섯 빛깔 무당 이야기
홍칼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평점 :
먼지는 주문 같은 이름이에요. 살아가면서 크게 두 가지 상황을 자주 맞닥뜨리는데, 하나는 제가 너무 커 보일 때예요. 밖에서 벌어지는 일보다 자신에게 과도하게 집중하는 순간, 불안과 우울이 찾아와요. 그럴 때 스스로에게 넌 그래봤자 먼지야, 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서 이 이름을 사용해요.
다른 하나는 제가 너무 작아 보일 때예요.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져도 이름 덕분에 모두가 어차피 다 먼지야, 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자기 의심이 많아지는 순간에 주문처럼 외우는 이름이에요. 56
무속신앙의 전형적인 해석(여자 팔자 혹은 남자 팔자)이나 기독교의 가르침은 굉장히 여성 혐오적이고 퀴어 배제적인 언어로 가득해요. 어떻게 이런 언어로 차별받는 소수자에게 다른 세계를 안내해줄 수 있겠어요. 기존의 언어를 계속 벗기고 때를 씻으려면 우리 스스로 공부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절대 그 통로를 마련할 수 없어요. 그래서 끝없는 공부가 필요한 직업 옷이 오히려 종교인이 아닌가 생각해요. 68
어쨌든 지금 당장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털어낼 수 있는 공간이 있고, 해결 방안을 같이 고민하고 기도해주는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 힘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에게 무당이란 일종의 활동가이기도 해요. 굳이 다른 점을 꼽으라면, 무당은 타인의 말을 들어주는 입장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생각하면 할수록 닮은 점이 더 많아요. 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