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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지식채널 - 가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본의 모든 것
조양욱 지음, 김민하 그림 / 예담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상상해봐. 네가 몇년 정도 살고 싶은 나라가 있을거야.
그 나라를 떠올리는 것야. 그리고 넌 그 나라에 가서 살게 되었어. 여러가지 신기한 것들이 많아.
그들의 전통, 문화, 생활, 언어.문학, 정치.역사, 사회 등 다양할거야. 그 모든 것들은 키워드로 만들어.
그리고 그 키워드들에 대해서 간단한 설명과 너의 한마디를 곁들여서 글을 쓰고 그 글들을 묶어서 책을 펴 내는 거지. 이 책은 이렇게 나온 책이야.
저자는 일본문화연구소 소장으로 일본 문화에 대한 연구를 해 왔고 일본에서 기자생활도 했어. 그의 학문적 성과와 일본에서의 체류경험을 토대로 이 책을 엮은거지. 일반 대중을 상대로 했고, 그래서인지 책이 무척이나 가벼워. 일반 대중을 상대로 했다고는 하지만 지나치게 가볍다는 평이 대세야. 이 책을 집어 든 사람들은 일본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일텐데 그들에게 아주 얇고 넓은 지식을 건네주고 있어. 이 점에 장점인 것일까, 단점인 것일까?
이 책엔 흥미로운 점도 있어. 너무 깊게 파고 들진 않기 때문에 지겹지 않게 이 책 한권을 읽을 수 있고 키워드별로 되어 있기 때문에 굳이 다 읽지 않아도 돼. 책을 살랑살랑 넘기다가 마음에 들거나 평소 궁금했던 키워드가 있으면 한번 읽어보는 거지. 하지만 나 같은 사람은 이 책이 좀 짜증날거야. 일본에 관심이 많고 이미 어느 정도 정보를 가지고 있고 좀 더 깊이 알고 싶은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너무 많은 키워드가 정신없기도 할 것이고 얇팍한 지식에 짜증이 나기도 하겠지. 나 같은 사람들은 그냥 일본에 대한 통찰을 담은 어쩌고~하면서 광고하는 책들을 집어드는 것이 좀 더 나은 선택일거야.
그리고 난 이 책을 역으로 생각해보았어. 어느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대해서 이런 책을 만든거지.
한국에 갔더니 어쩌고 하면서 한복이란 무엇이며 떡국이란 무엇인가. "철새"라는 정치판 용어는 어떤 뜻이며 그들 사회에서의 "사오정"은 어떤 뜻인가. 한국의 버스는 어떠하며 택시는 어떠한지. 한국의 교육기관들은 어떤지 등등. 한국의 전통, 문화, 사회 등등을 나타낼 수 있는 키워드를 선택해서 그 키워드를 간략하게 설명하고 거기에 저자의 한 마디를 곁들인 책이 나왔다고 하면 난 일단은 한국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외국인이나 이제 막 한국에 와서 살기 시작한 외국인들이 미리 읽어보고 온다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물론, 그 책이 편견없고 객관적이라는 가정하에 말이지. 그 외국인이 자발적으로 한국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하고 올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그렇게 깊게까지는 아니더라도 간단하게나마 한국의 전통, 문화, 사회 등등에 대해서 알고 온다면 그 외국인도 한국에 적응하기가 한결 수월할 것이고 앞으로 한국에 대해서 알아가고 배울 것들도 더 잘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 책 또한 그런 것이라고 해 두자.
비록 나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주지는 못했지만, 어쩌면 한국엔 이미 일본에 대한 관심이 많기 때문에 이 책이 더 혹평을 받는 것이라고 해 두자. 만약 이 책이 아프리카 오지를 대상으로 해서 그 곳의 키워드들을 뽑아 간략하게 설명하고 저자의 한마디를 곁들였다면 그 내용이나 저자의 한 마디에 대해서 크게 비난하지는 못했을 거야. 물론, 읽는 도중 곳곳에서 저자의 한 마디가 거슬렸던 것은 사실이지만.
아니, 많이 거슬렸지만. 내가 이 책이 마음에 안 드는 이유는 이 책의 텍스트보다는 저자의 한 마디에 좀 더 혐의가 짙다. 하지만 뭐, 이미 한 평생을 살아오신 분이니 뿌리 깊게 박힌 생각이 하루 아침에 달라질 것도 아니요, 거슬렸다고는 하지만 대 놓고 편파적이고 편협한 시각을 보이고 있는 것도 아니니 읽는 사람이 알아서 적당히 잘 걸러 읽으면 될 것이다.
그래도 마누라와 다다미는 새 것일 수록 좋다는 말에서 마누라는 두 말할 것도 없다던 그의 발언이
거슬리기는 하지만. 좀 더 비난하자면 저자는 이 책을 많이 팔고 잘 팔 생각이 있었던 걸까?
이 책을 읽은 사람은 통계를 내 보지 않아도 남자 보다는 여자가 더 많았을 것인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