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금파리 한 조각 1
린다 수 박 지음, 이상희 옮김, 김세현 그림 / 서울문화사 / 200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지독히도 책을 안읽는 학생이 눈물 흘리며 여러번을 읽은 책이라고 하여, 당장에 책꽂이에서 뽑아 빌려왔다.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다가 못 읽고 있던 책.

원서로 읽으려고 했는데. 책장을 열고는 단숨에 읽어 버렸다. 한국적인 소재를 가지고 뉴베리상 탄 첫 작품(유일한?)으로 유명세를 치렀던 책. 작가는 재미교포 2세 린다 수 박이라는 분.

다리 밑에서 두루미 아저씨와 함께 사는 고아 소년 목이(木耳). 외롭지만 지혜가 가득한 두루미 아저씨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경험은 그가 살아가는데 버팀목이 되어준다. 목이는 도공 민영감의 작업을 훔쳐보게 되고 남몰래 도공을 꿈꾸게 되고, 작업대를 실수로 건드리는 바람에 깨뜨린 도자기로 인하여 공방에서 잡일을 시작하게 된다. 수많은 깨짐과 수많은 도전. '문을 닫아 버린 바람이, 다른 문을 열어 주기도 하는 거야'하는 두루미 아저씨의 말씀처럼, 깨짐은 좌절을 가져옴과 동시에 또다른 도전을 할 수 있는 시작을 가져다 준다. 그 깨짐에서 주저 앉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그렇게 깨지고 또 깨진 후에라야 빛나는 모습을 드러내는 도자기와 같이. 목이도 숱하게 힘들고 험난한 시기를 거쳐서 꿈 꿀 수 없었던 것들을 하나씩 실현해 가게 된다.

두루미 아저씨와 목이의 대화가 참 좋았다. 통찰을 주는 적절한 비유와 따뜻하게 전하는 그 방식. 그들의 대화 속에서 나 또한 많은 것들을 배웠다. 결말과 문제 해결 방식이 중반을 넘어서면서 예상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예상대로 적절한 고비와 고마운 해피앤딩으로 끌어준 작가가 고마웠다.

감정을 전혀 비추지 않고 딱딱하게만 구시는 민영감님의 터프함. 민영감 부인의 내조와 따뜻한 마음씨 등은 외국인이 보는 전형적인 한국형 남자, 한국형 여자의 상인가. 하는 생각도 살짝. 하지만 상당히 많은 공부를 하신 것 같다. 한국적인 정서, 12세기 도공들의 생활상, 고려청자에 대한 공부 등등.

번역도 아주 매끄럽게 잘 하신 것 같다. 이 책을 원서로 읽었으면 한국적인 느낌이 번역서(한글)만큼 났을까? 신경숙 작가님의 『엄마를 부탁해』가 영문판으로 나왔다고 하던데. 요 책 영문판으로 읽어볼까? 아니면 원서(한글)로 읽을까. ㅎㅎ 한글 책을 번역된 외서로 읽는 기분이 궁금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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