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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undred Dresses (Paperback) - 『내겐 드레스 백 벌이 있어』원서, 1945 Newbery ㅣ Odyssey Classics 16
엘레노어 에스테스 지음, 루이스 슬로보드킨 그림 / Harcourt / 2004년 9월
평점 :
유년기의 아련한 죄책감. 작가의 그런 죄책감을 바탕으로 깔고 이야기를 풀었다. 괜히 내가 미움 받을 까봐, 왕따 당할까봐, 친구를 잃을까봐 잘못된 것임에도 입을 다물고 있던 기억. 그 기억을 작가는 꺼내어 아름다운 이야기로 풀어냈다.
책에는 세 명의 소녀가 나온다. 폴란드계 완다 페트론스키, 다소 짓궂은 페기, 그리고 페기의 단짝 메디. 완다는 이민자로 반 친구들의 이름과는 느낌이 살짝 다른 이름과 성을 가졌다. 또 가난 때문에 늘 같은 옷만 입고 다닌다.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못하고 늘 교실 가장 뒷편, 구석에서 자리잡고 있을 뿐이다. 그런 완다에게 하루는 페기가 옷이 그것 밖에 없냐고 묻는다. 그 물음에 대해 완다는 "There are hundred dressed all lined up in my closet"이라고 답한다. 그 후로 이는 짓궂은 게임이 되버린다. 넌 모자는 얼마나 있냐, 신발은 얼마나 있냐. 등교하면서 코너에 숨어 있다가 튀어나와 이런 물음을 묻곤 한다. 한편 페기의 이런 물음에 메디는 마음이 편치 않다. 자신 역시 부유한 집 아이가 아니라서 옷이 많지는 않기 대문이다. 불편한 기분. 완다에게 잘못하고 있다는 느낌. 하지만 끝내 메디는 이런 속마음을 표시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학교에서는 그리기 콘테스트가 열린다. 여자들은 옷 그리기 과제가 할당되고, 페기는 자신이 일등을 할 거라 자신만만해 한다. 다음날 아침. 선생님은 당선자를 발표한다. 당선자는 다름 아닌 완다. 그녀는 하나의 옷이 아닌 백 가지나 되는 옷을 그렸던 것이다. 그리고 그 하나하나의 옷의 디자인 역시 너무나도 훌륭하고. 그랬다. 우리 집에는 백가지나 되는 옷들이 옷장 속에 켜켜이 쌓여 있어. 그 옷들은 실제 옷은 아니지만 완다의 상상 속 옷, 그녀가 그려낸 옷들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자리에 완다는 없다. 그녀의 아빠는 아이들이 놀림 받고 있다는 사실에 속상해 하며 많은 인종들이 모여 있는 다양성이 존재하는 도시로 가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뒤늦에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된 페기와 메디는 완다에게 편지를 보내고 몇 달 후 답장을 받게 된다. 그녀의 편지에는 핑크 옷 그림은 메디에게, 초록색 옷은 페기에게 주고 싶다는 말이 담겨져 있다. 그리고 메디와 페기는 그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이 각각 자기 자신과 페기라는 걸 발견한다. 완다는 놀림을 받으면서도 친구들에게 어떠한 옷이 잘 어울리는지 늘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유년기에 다른 이들과 '동질감'을 느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같은 요소가 또래 관계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뭔가 다르다는 것은 챙피한 것, 거리감을 둬야 하는 것으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이 아닌 단지 나와 다르다는 편견 때문에 친구를 멀리한 경험은 없는지 작가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결코 이름이나 외모, 옷 같은 것이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
화사한 삽화도 작가의 이런 따뜻한 글을 풀어내는 데 한 몫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