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자전거 내인생의책 책가방 문고 10
마리온 데인 바우어 지음, 이승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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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로 읽어버렸다. 뉴베리 수상작은 다 원서로 읽으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원서로 읽으면 속도가 한글책보다 읽기가 더딘 것은 어쩔 수 없다. 책 표지의 느낌은 참 마음에 들고, 그 톤 역시도 책의 분위기를 잘 드러내 준다. 강이 아닌 바닷가를 배경으로 한 것은 편집 디자이너의 미스 인 것 같기는 하지만. 주인공이 나이가 들어서 강 또는 바닷가를 바라 보았을 때 분명 표지의 사진처럼 그런 톤의 정서를 느낄 것 같다. 

잃어버린 자전거. 제목이 처음에는 의아했으나. 읽고 나서 나름의 의미들을 부여하니 이 또한 괜찮은 것 같다. 잃어버린 자전거. 잃어버린 친구. 그리고 잃어버린 해맑기만 했던 유년기. 이 잃어버림. 이 잃어버림이 텍스트를 이끌고 간다. 

1987년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 On My Honor. 번역제목 잃어버린 자전거. 가슴에 쿵. 하는 울림. 

워킹맘을 둔 조엘은 꼬마 때 부터 옆집 토니와 함께 자라난다. 이 둘의 성격은 참으로 다르다. 지나치게 모험심 강해서 무모한 도전을 일삼는 토니와 대비 되는 조금은 소심하고 소극적인 조엘. 인기 많은 토니를 독차지 하고 싶으면서도, 겉으로 드러내기는 또 주저하는 그런 캐릭터. 토니는 자전거를 타고 '아사의 절벽'을 탐험해 보고 싶다. 조엘은 속으로는 가기가 겁나지만 겉으로는 그런 내색을 하지 않는다. 어렵게 조엘 아빠에게 허락을 받은 이들은 함께 자전거 탐험길에 오른다. 아무래도 사고도 많이 잃어나는 절벽에 가기 싫었던 조엘은 토니에게 강가에서 헤엄을 치고 싶다고 제안한다. 더러운 강가에 첨벙첨벙 들어가 버리는 토니. 절벽으로 가지 않기 위해서 여기서 헤엄 대결을 펼치자고 하고 이들은 수영을 시작한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토니가 보이지 않는다. 토니는 수영을 못했고 물에 빠져서 소리도 없이 익사했던 것이다. 여기까지가 전반부. 

사건의 전말이 모두 소개가 되었고, 캐릭터들의 속성도 충분히 납득이 간다. 이제 남은 것은 이 크나큰 비극적인 사건을 겪은 중학교 1학년 남학생의 의식 변화이다. 이러한 의식 변화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사용한 방법이 썩 마음에 들었다. 그것이 뭐냐하면 실제 말과 함께 머리에만 머무는 생각들을 함께 적어줬다는 것이다. 즉. 겉으로는 당당하게 "아빠! 허락해 줘요!"라고 외치고 있지만 속으로는 '아빠. 제발. 제발 허락하지 마.'하는 아이의 말과 마음 간의 간극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마음의 흐름. 의식의 흐름이 나는 참 좋았다.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생 남자아이들이 겪는 심리적 딜레마라고 해야 할까? 겉으로는 씩씩한척 아무렇지도 않은척 하지만 사실은 상처 받기 쉽고, 여전히 두려운 것이 많은 어린아이라는 것을 새삼 다시 느꼈다. 이렇게 주인공의 내면의 심리 변화를 따라가본다. 

위험한 절벽에 가자고 꼬신 것도, 강에 먼저 뛰어든 것도, 모든 것이 토니의 탓이었지만, 조엘은 그의 죽음을 자신의 책임으로 돌린다. 끔찍한 죄의식. 그 끔찍한 사건으로부터 회피하고 싶은 마음. 하지만 회피할 수 없는 마음의 무게. 그 죄의식은 죽은 물고기 냄새가 나는 것만 같다고 느끼는 조엘의 표현에서 엿볼 수 있다. 생각하지 않으려해도, 부인하려해도 자꾸만 후각적으로 상기되는 죽음의 냄새. 죄의식의 냄새.  

적절한 알리바이를 미리 만들어 두고 부모에게, 토니의 부모에게 말을 했으나. 결국에는 경찰들까지 대동한 자리에서 사건을 밝히고 만다. 아무도 탓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마음 속의 그 죄의식은 여전히 남아 있는다. 집으로 돌아온 후 조엘과 아버지의 대화가 참 인상 깊었다. 

'... 했더라면' 하고 후회하는 조엘에게 우리는 '만약에'에 의존해서 삶을 살 수는 없으며, 앞으로 힘든 일을 하나 안고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담담하게 얘기를 한다. 또한 모두가 '선택'을 하고 살아가며, 토니는 자신의 '선택'에서 돌아오지 못한 거라고 천국이 있다면 천국에 갔을 거라는 말을 남긴다. 그리고 조엘이 잠들기까지 그 곁을 지킨다. 

아. 저런 아버지. 저런 부모가 되어야 겠구나. 싶은 대목이었다. 무조건적인 위로를 하지 않았다. 안그래도 상처로 뭉개진 마음을 가진 조엘에게 야단을 치지도 않았다. 또한 특별한 교훈을 가르치려고 강요하지도 않았다. 사건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핸디캡이 있을지언정 삶은 계속된다는 진리를 알려주고, 나의 책임과 더불어 타인의 책임을 구분하여 지나친 죄의식을 느낄 필요 없음을 넌지시 알려주는 지혜. 그리고 그 책임을 애초에 절벽으로 가는 것을 허락한 본인에게도 부과하여 '혼자'가 아닌 '함께' 그 짐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그 말들이 내게는 참 와닿았다. 

하루 한나절 동안의 이야기였으나. 매우 짜임새 있게. 또 삶에 대한 지나친 긍정도, 부정도 아닌 그 모두가 녹아져 있는. 현실적인 삶의 모습을 그려냈다는 것이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또한, 앞서 썼듯이 남자아이들의 또래 관계의 문제들, 사고를 당한 어린이/청소년의 의식 흐름, 문제를 직면했을 때 부모의 역할 등에 대해서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었던 매우 훌륭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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