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속 가득 번지는 맛있는 행복. 달팽이 식당.

달팽이 식당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2월

 머리 속 가득 번지는 맛있는 행복감. 아.-

언니가 빌려준 또다른 책. 한국 오니 정말 좋은 점이 너무나도 좋은 책을 언니가 마구마구 빌려준다는 사실이지. 함께 살던 애인이 전 재산을 몽땅 털어서 도망가버려서 10년 동안 살던 도시를 뒤로하고 시골 엄마 집에 내려가서 창고 였던 공간을 식당으로 개조해서 하루에 손님 딱 한 명만을 고수하는 링고가 운영하는 달팽이 식당 이야기. 

음식에 대한 경건함이랄까. 재료들을 도마 위에 올려 놓고 경건하게 냄새를 맡은 후 어떤 음식을 만들까요..하고 물으면 그 느낌이 식신에게 도달해서 내려올 때 까지 그렇게 기다렸다가 가장 맛있는 방법으로 요리하는 링고의 모습하며. 자신이 만든 음식을 손님에게 서빙하고 발레리나 처럼 맛있게 드세요 꾸우벅 인사하고 종종종 주방으로 숨어 들어 쳐져 있는 커튼을 살짝 들춰 올리고 어떠한 모습으로 먹는지 손거울을 이리저리 돌리며 숨죽이면서 쳐다보는 모습하며. 예약된 손님에게 어떠한 음식을 내놓을 것인지 고민하고 끝내 맛으로 죽어있던 감각들을 살리는 치료의 기능까지 하게 하는 맛있는 음식이라니.. 

그녀가 마음이 아팠기에 더 설레여 하며, 가슴 콩닥거리며 그녀의 행복과, 그녀가 만들어 놓은 음식의 행복과, 또 그녀가 만든 음식을 먹는 이들의 행복을 바라게 되는걸까. 가열차게 읽다가 이러다가 후루룩 잔치 국수 한 입에 다 먹어 버리듯 읽어버리게 될까봐서 이렇게 잠시 멈추고 글을 쓴다. 디스토피아 문학 후에 읽는 맛있는 책이라 그럴까. 너무 맛있고. 너무 행복하다.

난  주인공 링고의 모습에 언니의 얼굴을 대입 시키고 있다. 빙그르르 발레리나처럼 돌면서 인사하고 맛있게 먹길 바라는 링고처럼. 언니가 마련해 주는 식탁도 늘 그렇게 설레임과 흉내낼 수 없는 그런 따뜻함이 있었거든. 샌드위치 하나에도 정성껏 그린 타임 잎파리 한 줄기 얹어주는 센스. 그것은 겉멋이 아니라 샌드위치 한 잎 베어 물었을 때 호밀빵과 치즈와 햄에 얹어지는 향긋한 땅의 기운이었어. 사람들이 괜히 언니 집에 초대 받아서 함께 식사하고 싶어하는 게 아니야.  

마지막에서는 찡한 감동까지. 동화적인 판타지 가득한 그런 소설. 일본적인 감성. 아기자기하고 조금은 미신적(맹목적인 신념)인 느낌도. 요리에 대한 왠지 모를 숭고함을 느끼게 하는 그런 책이었다. 

이 책은 음식을 매개로 하여 소통을 얘기한다. 말로 하지 않아도 정성이 깃든 음식에는 혼이 있는지, 그 마음은 어느 곳에서나 통하는 것 같다. 개인의 문제, 관계의 문제, 심지어 애완동물까지도 이 식당에서 치유와 화해를 한다. 그리고 마지막. 그동안 길렀던 돼지 엘메스를 잡아서 엄마의 결혼 피로연 음식을 만들고 그간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에서 치유와 화해의 클라이막스가 나타나고 끝을 맞는다. 음식. 요리. 그리고 소통과 정성. 

사실 먹는 것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살리는 힘이 있다. 먹고 살아야지. 먹지 않고 살 수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 기본적으로도 살리는 먹을 것에, 정성을 다하여 음식을 준비한다면 그 정성 가득한 식사를 받아든 사람이 어찌 힘을 내지 않을 수가 있을까. 문득 나의 식사 준비에 대한 태도를 돌아보게 했다. 감사와 사랑을 듬뿍 담아서 식사를 준비해야 겠다는 그런 생각을 들게 했다.

신랑이 어제 출장을 가고 나는 언니 집에 왔다. 내가 차리는 밥에도 치유하는 힘이 있었으면 좋겠다. 사랑을 듬뿍 담아서 일주일간 정성으로 만들어 봐야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