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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책마을을 가다 - 사랑하는 이와 함께 걷고 싶은 동네
정진국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세계 최초의 '책마을' 순례기!!
독서..내게 있어서 책과의 만남은 어릴 적 외가에 있던 서재에서 였다. 책이 없던 우리집과는 달리 외가엔 세계문학전집부터 시작해서 시리즈의 책들이 너무나도 많았으며 그 책들은 내게 있어서 꿈처럼 여겨졌다. 그리하여 외가에만 가면 어느 순간 사라져버린 나를 찾느라 어른들은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어느날 서재 구석에 박혀서 책을 읽는 나를 찾아낸 뒤 어른들은 으례 그곳에 있겠거니 했다. 그런 모습들이 너무 예뻐서였을까?..아님 안타까워여서 였을까?..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에 그 책들은 모두 내게 왔다. 변변찮은 책장하나 없던 시절에 거실 장식장에 꼽아둔 책들을 보며 얼마나 든든하고 행복했는지 모른다. 지금 그 책 중에 유일하게 남은 것은 '어린왕자'로 파본되어 읽을 수도 없게 되었지만 말이다.
그렇게도 책을 좋아했던 나는 삶을 살아가면서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책과 멀어졌다. 1년에 한 두권 읽을까 말까한 나를 보면서 그저 남들이 그러하니 나 또한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며 살아갔던 것 같다. 하지만 작년 8월쯤 지인으로 부터의 책과의 만남에 대한 자극을 받으며 다시 책을 접한 뒤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일들이 내게 있어서 작은 꿈으로 여겨졌다. 물론 직장 다니며 틈틈히 책을 읽고 서평을 쓰고 한다는 것들이 너무 힘들 때도 있다. 하지만 좋아하는 책을 읽다보면 날이 새는 줄도 모르게 되기에 이런 것들은 내게 있어서 스트레스 해소의 한 방법이고, 즐거움이다.
삶에 대한 애책. 그런 것들을 가르쳐준 것이라고나 할까?.. 요즘 유일하게 취미를 갖고 하는 책읽기. 그러면서 책장에 한 권 한 권 늘어가는 책들을 보며 얼마나 감사한지 행복한지를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경기도에 출판사들이 집결된 곳이 있다는 말을 얼마전에 들으면서 그곳에 한 번 다녀와야지 하면서도 지방에 사는지라 그것이 참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아직은 계획만으로 잡고 있는 내 꿈 중의 하나라고나 할까?..그런 가운데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를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은 유럽 구석구석 보석처럼 박혀 있는 24곳의 책마을을 돌고 돌면서 만난 수많은 책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고, 130년 전 고흐가 쓴 편지, 140년 된 미술사가 라파엘로의 전기, 200년 전 셸리의 편지 등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책자들이 대접받는 동네에서 책과 함께 살아가는 소박한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들려준다. 길게 늘어선 헌책방과 주민들이 직접 책을 들고 나와 벌인 수많은 좌판 사이를 거닐며 사진을 찍고 글을 쓴 1년간의 여정이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마을에 있는 ‘책’도 중요하지만 책이 있는 ‘마을’도 중요하다고 말하는 저자. 그 책마을의 모습을 속속들이 보여주는 수일한 책이다.
요즘 인터넷으로 인해 책의 위상이 많이 떨어졌다. 요즘엔 책도 짐이라고 말하며 종이로 된 책을 사서 보기보다는 가끔 필요한 책을 온라인 책으로 만나기도 한다. 그런 것들이 잘못됐다기 보다는 과거 책장의 행복을 잃어가는 듯 해서 약간은 씁쓸하다. 마우스 클릭 몇번이나 혹은 클릭 몇번으로 모든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온라인은 그야말로 정보의 홍수. 혹은 정보의 천국을 방불케 한다. 하지만 오프라인 서점에서 느껴지는 그 맛은 다르다. 그 맛을 많은 이들이 느껴보았음 한다.
그가 떠난 유럽의 책마을들을 함께 둘러보며 그저 부럽다기 보다는 사랑하는 이와 꼭 한번 걷고 싶은 동네(?)로 점찍어 두었다. 책마을의 사람들은 인심도 후하다. 책으로 먹고 살기 위해 비싼 값으로 파는 것보다 책을 사는 이들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흥정까지도 서슴지 않는다. 희귀한 책들이 즐비한 이곳, 책마을. 오늘은 과거 많이 가보았던 헌책방이 즐비하던 그곳으로 가서 책 속에 묻혀있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아름다운 책마을 사진들을 보며 감상에 빠져본다.
<책속의 말>
평론가는 읽을 줄 알고 타인에게 읽기를 가르쳐주는 사람일 뿐이다....책과 이야기를 사랑하는 마음, 곧 우리의 삶과 또 기왕이면 앎에 대한 애정이 깊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훌륭한 평론가라 할 수 있다.
책이 잘되자면, 우선 책을 다루는 사람이 잘되어야 한다. 책을 쓰는 사람뿐 아니라, 만들고 전하는 모든 사람이 중시되어야 한다. 엘리트도 적지 않게 투입된 요즘의 출판계에도, 일반이 생각하기에 책은 필자와 독자만 있고, 그 사이에 있는 편집자는 있는 듯 없는 듯하다. 그런 날이 언제일까. 중매쟁이들이 어느 출판사 다니는 총각이나 색싯감을 잡으려고 난리를 피우고, "책 만드는 놈한테 딸을 보내야 할 텐데..."라든가 "아무개 서점 아들 없소" 하면서 수소문하는 부모들이 많아지는 세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