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없는 방 - 삼성반도체 공장의 비밀 평화 발자국 10
김성희 글.그림 / 보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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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묵직한 만화책을 읽었다.

사실 이 책은 우연히 접하게 된 것인데, 삼성반도체 사건에 대해 전혀 모르던 나는 꽤 충격을 받았다.

 

먼지 없는 방이란 반도체를 위한 것이지,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이 한마디로 요약될 수 있는데,

실제로 '먼지'라는 일정기준 이상의 입자는 반도체의 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통제하면서도 

'냄새'라는 측정되기 어려운 분자 수준의 입자에 대해서는 통제하지 않았던 삼성반도체의 작업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일반인들은 반도체 산업은 첨단산업이라 사람이 거의 없는 자동화된 기계시스템을 전제로 

먼지 하나 없는 청정한 작업환경 속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연구하는 일쯤으로 알고 있으나 

실상은 거의 화학약품을 이용한 노가다라는 점이 중요하다. 

화학약품은 분자수준의 입자를 공기중에 흩뿌리고 그 물질들은 아직까지 인체유해성이 차마 검증도 안된 것들이 많다. 

그렇기에 먼지가 있느냐 보다는 화학물질에 대한 대비가 충분했느냐 하는 것이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훨씬 중요한 문제가 된다.

 

그럼에도 그에 대한 대책 없이 일을 시켰을 뿐 아니라, 

산재처리에 동의해주지 않음은 물론 여러가지 방법으로 피해자들을 회유하려는 모습을 지켜볼 땐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이 책과 '사람냄새'라는 책을 세트로 구매했는데,

숫자만으로 사람을 기만하려 드는 현정부(이명박)의 방식이 아마도 삼성의 그것과 닮아있지는 않은지 자꾸 몸서리가 쳐졌다.

 

그렇다고 개인적으로 불매운동을 하는 것이 방법은 아닌 것 같고..

(사실 삼성 제품을 의도적으로 안쓰려 노력하기는 하지만 그게 과연 삼성에게 얼마나 위협이 되겠는가? 

그건 그냥 자기위안꺼리 밖에 안되는 일 같다)

 

고민이 깊어지게 하는 책이다.

수익금이라도 전달되기를.. 

 

*만화에 대한 감상평을 쓰다보니 이것이 과연 문학인가, 예술인가, 혹은 사회과학 서적인가 판단이 서질 않았다. 

결론적으로 문학의 범주에 넣기로 했는데, 진정한 문학은 항상 사람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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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지음 / 사회평론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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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책이다.

한참이나 지난 후에 읽어보게 되었다.

책은 전체적으로 자신의 경험담을 솔직하게 풀어놓는 형식이다.

군데군데 지나친 자기방어가 좀 거슬리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내부고발자라는 이유로 저자를 쓰레기 취급하기도 하지만,

누군가 지적했듯 그런 분위기 자체가 오늘날의 삼성을 이토록 비정상적이고 괴상하게 만든 주원인일 것이다. 


저자는 상당히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진술과 여러정황을 설명하느라 수백페이지를 할애했다. 

내가 기자나 관련자였다면 아마 정신없이 빠져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삼성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었기에 이 책이 아주 흥미롭게 읽히지는 않았다.

 

적어도 이 책은 폭로한다는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겠다.

그러나 개인적인 경험을 넘어선 무언가를 제시하는 데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분명하다.

저자의 '삼성을 생각한다'는 말은 웬지 너무 개인적이고 내밀한 영역에서 우러나오는 말 같다. 

시간이 좀 흐른 지금은 그가 삼성을 온전히 떠나보냈을지 궁금해진다.

 

한편 김어준의 말처럼 삼성이라기보다 이건희를 겨냥했어야 하는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물론 이건희 개인을 말하는게 아니라 이건희로 대표되는 일련의 의사결정구조, 

그리고 반대의견을 원천봉쇄하는 특유의 관리술을 말하는 것. 

돈 앞에 너도나도 비루한 존재가 되게끔, 인간의 존엄성을 스스로 포기하게끔 내몬다는 점에서 

이건희로 대표되는 삼성의 관계맺기 방식은 저열하다. 

삼성반도체 사건 등은 또 다른 책에서 얘기하기로..

 

어쨌든 그의 큰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박근혜가 과거사에 대해 사과하는 것도 조금은 긍정적으로 봐줄 수 있지 않을까? 

아.. 그건 다른건가? 

하긴 그는 아직 현직이니까. 

나중에라도 그(그녀라기 보다 그라는 호칭이 더 잘어울리는 건 왜인지)가 현직에서 물러난 후 

모든 권력에서 버림받은 다음 사과를 한다면, 그러면 조금은 긍정적으로 봐줄 수 있겠지.

(그게 바로 지금일텐데 정치보복 운운하는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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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6-09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예수전
김규항 지음 / 돌베개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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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평신도가 쓴 책이다.

김규항은 좌파로 잘 알려졌으나 고위 성직자도 아니고, 

종교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은 적은 없다. 

그런 그가 뜬금없이 성경에 대해, 구체적으로 마르코 복음에 대해 강연을 하고 책을 냈다. 

가당키나 한 것일까? 

바로 그 지점이 지인의 추천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쉽게 선택하지 못했던 이유. 

그러나 우연하게도 선물을 받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성경에 대해 설명하는 다른 책과 달리 

아예 마르코복음을 통째로 처음부터 끝까지 한줄한줄 읽어나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나는 미사 불참 보속으로 4대 복음서를 읽으라는 보속을 받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이 책을 읽었는데, 틈틈히 읽었음에도 장장 3개월여가 걸렸다. 

다 치고 나니 인용된 성경, 마르코 복음의 분량만 A4용지로 30장이 넘는다.

어떻게 보면 날로 먹는거 아냐?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성경구절을 처음부터 끝까지 주욱 인용해 두었다.

 

그런데 이 책은 한번 읽을 때 다르고, 두번 읽을 때 다른 느낌을 주었다.

처음 볼 때는 당연히 삐딱하게 보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대충 읽어 내려갔다.

깊은 사색의 흔적과 진심이 담긴 메세지는 크게 와닿지 않았다.

 

그러다가 두번째 읽을 때는 예전에 보이지 않던 것이 보였다.

김규항은 진심을 담아 이책을 썼다.

그리고 종교적인 논쟁이 유발될 수 있는 대목에서(산상수훈, 오병이어의 기적 등등)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기 보다는 그런 논쟁이 어떤 실익이 있냐고 반문한다.

 

전체적으로 그가 성경을 읽는 방식은 철저하게 역사적이고 정치적이다.

즉 그는 권위적인 말씀으로 성경을 떠받들지 않는다.

인간이든 신이든 존재증명을 하느라 시간을 보낼게 아니라,

우리가 존경해 마땅한 예수가 과연 어떤 삶을 살다 갔는지 묻고 또 물으며,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부분적으로는 기존 해석과 상당히 거리가 있는 해석이 많다.

그러나 그는 일관된 해석을 제시하고 있기에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는다.

 

전체적으로 마음에 드는 책이었지만,

김규항 역시도 예전의 김지하 또는 박노해 처럼 

결국 영성에 치우쳐 현실을 외면(나는 그들이 다른 차원에서 현실과 싸우고 있다고 받아들이기 힘들다)하는 건 아닐지 살짝 걱정도 된다.

 

평신도의 근본 없는 해석이라는 이유로 펴보지도 않는 우를 범하지 말기를.. 

요즘 세대야말로 진정 종교혁명이 필요한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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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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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소설을 잘 읽지 않는다.

은교는 먼저 영화를 본 후 읽게 되었다.

이맘때 쯤이면 볼 사람은 다 봤을테니 스포의 걱정없이 하고싶은 얘기를 할 수 있겠다.

 

박범신이라는 소설가는 잘 몰랐다.

이 책을 읽고 다른 작품을 찾아 읽고 싶어졌다.

 

은교, 이적요, 서지우.

영화에서는 이적요 역할을 맡은 박해일에게 온갖 포커스가 맞춰진 느낌이었다.

여배우는 신인으로 알지 못하는 이름이었고, 

박해일은 기존부터 잘 알던 터라 예고된 반응이었겠지. 

게다가 이 영화는 온통 박해일의 '노인 분장'에만 열을 올렸더랬다.

 

일각에선 원작이 가져올 수 있는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정작 결과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크게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캐스팅의 실패라고 생각.. 

영화도 잘 만들었지만 원작엔 못미친다는 결론.

 

다시 소설로 돌아와서,

소설에서는 주인공 외에 변호사가 한 명 더 등장한다. 

그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인데, 그렇기에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지고 각 인물들을 더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게 한다. 

3인칭 관찰자의 시점이면서 각 주인공의 글을 통해 내면을 들여다보는 독특한 구성이다.

 

소설은 처음부터 서지우의 죽음을 말하며 이적요의 죽음은 이야기의 끝이 아니다. 

적어도 결말에 있어서는 영화보다 더 극적으로 꾸민 것만 같아 아쉽기도 하다. 

한편 관능적인 묘사와 심리의 서술, 맛깔스런 표현 등등 소설을 읽는 재미를 충분히 제공한다. 

글쓴이가 시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인지 중간중간 유명한 시구와 창작된 시구를 읽는 재미도 있다.

 

분량이 꽤 되는데 지루할 틈이 없었다.

영화를 보고 난 후였는데도 말이다.

오히려 양자를 비교하는 재미에 더욱 소설속으로 빨려들어갔던 듯하다.

 

한동안 소설을 들지 않다가 은교를 집어든 이후 소설이 땡기기 시작한다.

바야흐로 가을이니까.

좋은 소설 책 한권으로 마음의 양식을 채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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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득성 지음 / 다산북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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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에 관한 이야기를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소설로 풀어낸 책은 처음 보았다.

저자의 전작을 안 읽어서 그 책도 이렇게 씌여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보통의 재테크 책은 지루한 설명을 늘어놓거나,

간간히 사례를 제시하거나,

일부 소설의 형식을 차용하거나,

강의 형식인 경우가 많고,

숫자와 도표가 적지 않게 나온다.

 

그러나 이 책은 다르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읽으면 된다.

자꾸 개념을 정리할 필요도 없고, 계산을 해볼 필요도 없으며,

도표와 숫자에 민감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물론 소설가의 글빨에 당할 수는 없기에 지나치게 단순한 이야기 전개는 아쉽기도 하다.

그렇지만 철저하게 가공의 형식을 유지하며 마지막의 데이터 제시부분 까지도 가공의 형식으로 만들어서 

한권의 소설을 읽은 듯한 느낌을 준다. 

실제로도 소설이군..

 

기존에 몇 권정도 재테크에 대한 책을 읽었기 때문에 내용이해에 큰 어려움은 없었는데, 

재테크를 처음 접하더라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입문서로서의 역할은 충실하며 이후 공부를 더할지 여부는 독자가 결정하면 될 것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이 책은 제목이 좀 딱딱하다.

얼마 전 유행한 통장시리즈의 연속인듯한 느낌을 준다.

나 역시 그래서 오랫동안 이 책의 구입을 망설였다.

 

하지만 전혀 다른 느낌의 책이니만큼 적극 구입을 추천한다.

차라리 극중 프로그램 제목인 마법의 통장이 더 좋은 것 같다.

아니면 아예 10년통장.

 

한마디로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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