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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란 무엇인가 - 개정판
린 마굴리스.도리언 세이건 지음, 김영 옮김 / 리수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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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딩거 할아버지의 같은 제목 책을 읽었었다. 

전혀 맥락을 몰랐으니 감히 혹평을 했더랬는데.

이 책을 읽고 참회중.


1부만 읽었는데도 폭풍감동이...

책을 읽으며 소화가 안 될 정도로 두근거려본게 얼마만인가.

정감록 같은 비전도 아니건만 뭔가 금기를 넘어서는 기분.


번역도 아주 좋다(고 느낀다).

어서 속도를 내서 

오파비니아 시리즈 중 지구 연대기, 생명 최초의 20억년, 최초의 생명꼴 세포를 훑어야지.


야호. 신난다.




피부 한겹을 두고 한때 자신의 일부였던 세계로부터 분리된 존재가 된다는 것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할까? 정녕 생명이란 무엇인가? 16쪽

생명의 실체는 지구를 둘러싼 채로 성장하고 스스로 상호작용하는 얇은 물질층이다. 생명의 실체는 나무 줄기와도 비슷하여 가장 바깥 조직만 생장한다. 19쪽

세계를 거대한 기계 장치로 보는 관점은 우리가 자신을 의식하고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능력을 설명해주지 못한다. 우주가 하나의 기계라는 가정은 그것이 인간과 같은 어떤 살아 있는 창조주의 설계에 따라 만들어졌음을 내포한다. 다시 말해, 과학적 기계론의 세계관은 성공을 거두도 있기 ㄴ하지만 지극히 형이상학적이며 종교적 가정에 뿌리를 두고 있다. 우주를 하나의 거대한 생물체로 보는 물활론적 관점 역시 결함이 있다. 이것은 무엇이 산 것이고 무엇이 죽은 것이며, 또 한 번도 살았던 적이 없는 것인 무엇인가 하는 구분을 흐리게 한다. 22-23쪽

맹목적이고 우연한 돌연변이가 새로운 진화를 이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 지금까지의 진화에서 나타난 도약은 별개의 진화 계통을 통해 이미 갈고딱은 정교한 구성 요소들 간의 공생적 합병으로 달성된 것이다. 자연선택만으로는 어떤 진화적 혁신도 창출할 수 없다. 자연선택은 이전의 것에서 개량된 형질과 새로 만들어진 형질을 부단히 유지할 뿐이다. 그러나 먼저 새로운 형질이 어딘가에서 발생해야만 한다. 24쪽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언어적으로 모순이다. 문법에 맞게 대답하려면 명사, 즉 구체적인 사물을 들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구의 생명은 오히려 동사에 더욱 가깝다. 생명은 자신을 고치고 유지하고 다시 만들며 자신을 능가한다.

소산 구조라는 말은 그다지 적합한 용어가 아니다. 왜냐하면 그 구조(실제로는 구조가 아니라 계)가 무엇을 유지하고 만들어내는지보다 무엇을 버리는지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에너지 소산계는 "유용한" 에너리 형태를 받아들이고 덜 유용한 형태(특히 열)는 내보내거나 흩어지게 함으로써 자신을 유지한다. 33쪽

DNA는 지구의 생물에게 의심할 나위 없이 중요한 분자지만, 그 자체는 살아 있지 않다. DNA 분자는 복제를 하지만 물질대사를 하지 않으므로 자기 생산적이지 않다. 복제를 자기 생산만큼이나 생명의 근본적인 특징이라고 볼 수 없다. 자기 생산적인 생물이 없다면 바이러스는 그저 화학 물질의 혼합물에 불과하다. 35쪽

가장 작은 세포인 세균 세포가 현재까지 알려진 최소의 자기 생산 단위다. 생명의 최소 단위는 세포다. 36쪽

자기 생산적으로 자신을 유지하는 생물은 열역학 제2법칙에 부합되게 노폐물을 배설하고 열을 발산하여 외부 세계에 "무질서"를 더함으로써만이 내부의 질서를 보존하거나 증가시킬 수 있다. 대다수의 생물 교과서 집필자들은 생물이 환경과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환경은 대체로 정적인 무생물 배경이라고 암시한다. 그러나 생물과 환경은 서로 얽혀 있다. 독립이란 정치적 용어이지 과학적 용어가 아니다. 생물이 탄생한 이후로 모든 생물은 각 개체의 몸이나 개체군이 성장하는 동안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왔다. 37쪽

당연한 추론으로 생물이 지구 표면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 표면이 곧 생물이다. 생물은 자기 완결적이고 자율적인 개체라기보다는오히려 다른 생물과 물질과 에너지, 그리고 정보를 서로 교환하는 공동체다. 41-42쪽

동일한 상태로 머물기 위해 변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바로 자기 생산의 핵심이다. 지구 표면의 국지적인 현상인 생명은 사실상 우주 환경을 함께 생각할 때에만 비로소 이해될 수 있다. 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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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4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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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참 재미있게 읽었다. 알랭 드 보통의 소설도 그렇고 난 확실히 지적인 소설을 좋아한다. 다분히 키치적인. 이 책도 읽으면서 꽤나 키득거렸다. 짓궂다 싶을 정도로 거침없는 표현과 절묘한 문장을 읽는 맛이 있었고, 잘게 쪼개놓아 읽기에 수월했다. 여기저기서 비슷한 표현과 문장이 조금씩 변형되고 다르게 배치되는 기법도 좋았다. 갑자기 끼여들어 할말 다하면서 해설하는 대목도 괜찮았고. 번역이 크게 거슬리지도 않았다. 여기저기 줄을 쳐 놓았는데 언제 다시 정리할지는 모르겠다. 다시 읽어볼지도 모르겠고. 굳이 분석하고 해설하고 따지고 들지 않는다면 충분히 즐길만한 소설이다.

 

박웅현이 해설해 놓은 책은 도끼다해당부분도 훑어볼만 하다. 근데 그 책은 다시 보니 별 감흥이 없네... 몇넌 전 처음 볼 땐 참 흥분하면서 봤는데. 그 사이 내 독서력(?)이 올라간 것인지, 나이를 먹어 열정이 식어 그런 것인지, 그보다 책 자체를, 저자,를 떠받들던 습관에서 조금 벗어난 탓인지.

 

평론가 김현은 테레사가 그렇게 사랑스럽다고 했다는데. 테레사도 기구하지만 아무래도 남자라 그런지 토마시에 신경이 쓰인다. 사비나와 프란츠는 가벼워서 그런지, 읽는 동안 휘산되어 날아가버려 별로 기억에 안 남는다. 가장 동질감을 느낀건 프란츠였지만. 토마시가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

 

토마시는 정말 행복했을까? 사랑은 의무인가? 모든 걸 포기하며 헌신하는 자신의 모습 자체를 사랑한 것인가?(아니 그건 아니다. 그런 대목에선 지은이가 칼같이 치고 들어왔으니까. 예컨대 프란츠의 에피소드처럼). 아니, 사람은 행복해야만 한다는 의무조차 근거 없는 것이니 토마시는 토마시로 남겨두자.

 

그래서 그래야만 하는가? 그래야만 한다! 그런데 그래야만 하는 이유는 여섯 번 겹친 우연이다. 어차피 우리는 사랑을, 인생을 설명해 낼 수 없다. 그는 선택한 것인가? 아니면 받아들인 것인가? 쿤데라 식으로 표현하면, “우연은 선택이라는 가면을 쓰고 우리에게 다가온다.”(카레닌의 안락사 대목에 나오는 표현을 응용...)

 

키치. 얄팍하고 경박한. 가벼움. 우리는 키치적 존재다. 우리는 자기 자신이 그런 존재임을 참을 수 없지만 너무도 쉽게 다른 사람이 그런 존재라고 단정짓는다. 그 간극 사이 토마시가 있고 테레사가 있고 프란츠도 있고 사비나도 있다. 쿤데라는 카레닌에게 그런 간극이 없기 때문에 행복하다 말한다. 하지만 순환하는 시간 속에서 카레닌은 정말 의미있게 살다 간 것일까? 카레닌의 행복을 우리가 짐작할 수 있을까? 불행할지라도 우리는 인간의 행복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게 아닌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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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의 힘 - 반복되는 행동이 만드는 극적인 변화
찰스 두히그 지음, 강주헌 옮김 / 갤리온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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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말하는 자기계발서, 경영학 책이다. 

사람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일단 1부를 읽었다. 

신호-반복행동-보상

이것이 습관을 형성한다. 


여기까진 많이 들어봤는데, 여기에 더해 습관의 핵심요소로 "열망"을 설명한다. 

무엇보다 "믿음"이 핵심이라니!

엉뚱한 얘기지만,

최근에 다시 사피엔스를 읽는 중인데 "인지혁명"에서 말하는 '허구인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이야말로 여기에 딱 맞아떨어지는 설명이 아닐까?

절체절명의 순간에 인간을 지배하는 것은 결국 믿음이다.  

우리 사피엔스는 태고적부터 '믿음'에 기반한 존재이고 믿음은 공동체를 통해 완고해질 수 있다. 


비로소 종교를 으뜸가는 가르침이라 풀이해 놓은 사전적 정의가 와 닿는다. 

그러니까 필요에 의해 종교를 발명한게 아니라 종교적 존재인거다. 

인간은 애초부터. 

물론 그 믿음의 대상이 꼭 인격체 유일신을 뜻하는 건 아니고.


다시 돌아와서.

보통 자기계발서는 어떻게하면 습관을 바꿀 수 있는지 잔뜩 훈계를 늘어놓거나, 별 쓸모도 없는 방법 한가지를 중언부언 미주알고주알 엮어서 수백페이지로 뻥튀기 하곤 한다. 

그런 책에 하도 질려서 이런 종류 책은 여지간해서 안보는데 이 책은 아무튼 속 시원히 습관의 비밀을 알려줬다. 


보통 사람이라면 자기 자신을 다그쳐 혼자 무쏘의 뿔처럼 가는데는 한계가 있다. 

잘 안되는게 당연하다. 

그럴 때 필요한게 공동체다. 

하다못해 내 사소한 습관을 하나 바꾸는데도 공동체 안에서 가능한 존재.

그게 인간이다. 


2, 3부는 거꾸로 공동체를 통해 어떻게 인간을 바꾸어 갈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듯하다(아마도 안 읽어볼 예정).

어찌보면 책의 본지와 엇나갈 가능성이 있는 부분인데 이게 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런 점에서 1부를 곱씹어보는 것도 독서의 한 방법이겠다.

'알아차림'을 통해 신호-보상 연결고리를 발견하고 '정진'을 통해 고쳐가며, 위기상황에서 누군가를 '의지하고 믿어라'

무슨 경전같네. 


어쨌든 실제로도 몇몇 습관을 고치는데는 도움이 되었다.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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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시민의 교양 : 지금, 여기, 보통 사람들을 위한 현실 인문학 - 지금, 여기, 보통 사람들을 위한 현실 인문학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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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이란 얼마나 많이 아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체계적으로 아느냐다.

적절한 연결고리를 통해 다른 개론서?보다 성공적으로 지식을 전달한다. 

소설형식도 적절하고.


교양이란 본시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모여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고민한 결과물이라고 한다. 

그런 점에서 "시민"의 교양이란 제목도 적절하다. 

지은이는 파란버튼이냐 빨간버튼이냐를 누르는게 결국 시민의 몫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지금같은 선거제도에서 최종선택권이 시민에게 있다고 보긴 어렵다. 

그 점도 지적했어야 하지 않을까?


여러가지 문제상황을 간결하게 던져주지만,

단순 지식의 나열로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답을 내리기 어렵다.

한걸음 나아가서 각 문제별로 지은이의 견해를 제시하고 설명했더라면 진정한 교양서가 됐을 법하다. 


여전히 간결하게 요약설명하는 능력은 뛰어나다.

마치 학원강의 같다. 

역설적으로 이런 책에 길들여질 수록 지은이가 의도하는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과 결별하게 된다는 게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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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열한 계단 : 나를 흔들어 키운 불편한 지식들 - 나를 흔들어 키운 불편한 지식들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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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한 정반합 얘기만 안했어도 좀 나았을텐데.

개인의 성장사, 의식의 진화? 변화?를 열한계단으로 설명한다길래 봤는데,

11권의 책을 잘 요약해놓았다는 것 외에 기억에 남는게 없다. 

유시민작가와는 다른 방식의 요약정리.


지은이의 인기비결(책이 많이 팔리는 이유)을 분석해보는 것도 흥미롭겠다.

팟캐스트를 들어보면 좀 이해가 가려나?

최근 베스트셀러, 특히 인문학 분야를 보면 잘 팔리게끔 쓴 책들이 잘 팔리는 걸 본다. 

그것도 능력임에 분명하다.


조금 더 생각해보니, 지은이가 "의식"의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거대도시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당연한 종착점이 아닐까 싶다. 

파편화된 생활양식, 개인 디바이스의 발달, 최소한으로 허락된 공간...

독자와 지은이가 동일성을 공유하다보니 자연스레 많이 읽힌게(읽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으니, 팔린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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