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의 역습 - 당신이 몰랐던 우유에 관한 거짓말 그리고 선전
티에리 수카르 지음, 김성희 옮김 / 알마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1.
이 책의 핵심 주장은 한마디로 요약됩니다.
"우유는 절대 완전식품이 아니다."
"특히 유제품이 골다공증 예방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될 뿐만 아니라 해를 끼칠 수도 있다(15쪽)"
고 합니다.


2.
그렇다면 어떻게 우유가 완전식품이라고 믿게 만들었을까요?
지은이에 따르면 낙농업계의 로비활동으로 정부, 과학자들, 의료계, 일반 대중이 그렇게 믿게 되었을뿐 엄밀한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합니다. 
엄밀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분석에는 동의할만 합니다. 상세한 논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낙농업계의 로비활동이 성공하게 된 사회적 배경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점은 아쉽군요.
물론 지은이가 이러한 설명을 통째로 빼먹은 것은 아닙니다.

지은이에 따르면 1934년에 영국(우유법, Milk Act), 1954년에 프랑스, 1966년에 미국(아동영양법, Child Nutirition Act)에서 학교우유급식을 하게 됩니다.
당시는 전시 또는 전후상황이었고, '건강, 재건'에 대한 욕구가 강한 시기였을 겁니다. 
우유와 설탕이 으뜸가는 영양원으로 제시되었고, 사회적으로 이를 수용할만한 분위기였기에 정부정책으로 채택되었겠지요(우리나라처럼 일방적으로 밀어붙였을 수도 있었겠지만요).
프랑스가 전후에 다시 일어서기 위해 필요한 바로 그 일꾼을 키우는 데에 우유보다 더 좋고 영양 많고 완벽한 게 뭐가 있겠는가?(43쪽)

로비가 성공한 결과 학교급식이 가능했다고 볼 근거가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것은 당시의 사회적 배경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 부분은 설명이 부족해 보입니다. 


3.
51쪽부터 지은이는 갑자기 '칼슘'얘기를 시작합니다. 
이 책의 원제는 <우유, 거짓말 그리고 선전>입니다.
전작인 <건강, 거짓말 그리고 선전>의 후속작이고 그 책의 핵심 주장으로 우유칼슘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그리고 칼슘에 대한 논쟁으로 프랑스 사회가 꽤나 시끄러웠던 것 같군요).
그래서 이 책은  <건강, 거짓말 그리고 선전>에서 대략 이야기했던 논거들을 부연, 발전 시킨 것입니다.(27쪽)

앞서 살펴본 대로 건강에 대한 사회적 욕구가 어느정도 충족되자 1960년대 우유산업은 정체기에 빠집니다. 
타개책으로 등장한 것이 '칼슘'선전입니다.
지은이는 이게 얼마나 근거없는 주장인지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이 부분부터 후반부는 상당히 전문적인 내용이 등장하는데, "이 책이 부차적으로는 보건 계통 종사자들을 향한 것이긴 하나 내가 이 책을 쓴 이유는 무엇보다도 영어를 모르고 생물학이나 생화학, 의학 공부를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였다. 지침의 이론적 근거가 되는 유제품과 뼈에 관한 연구 결과들을 그들도 공유했으면 하는 게 내 바람(97쪽)"이기 때문입니다.

지은이는 우유를 많이 먹는 나라에서 골절이 더 많이 발생한다고 지적합니다.
그 이유는 "과도하게 유입된 우유 칼슘은 뼈가 스스로 재생하는 능력을 수십 년 만에 소진시켜(121쪽)" 버리기 때문입니다. 
다시말해 "일평생 내내 많은 양의 유제품을 섭취하면 뼈 성장이나 뼈 리모델링이 활발하게 일어나도록 자극받게 되고, 그 결과 조골세포 보유고가 예정된 시간보다 훨씬 앞서 고갈(129쪽)"되어 뼈를 만들어 낼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뼈를 만들어 내는 것이 조골세포입니다).


4.
이후 지은이는 우유 및 유제품과 암 발병, 소아질환, 비만, 당뇨병, 심근경색과의 상관관계를 살펴봅니다. 
논증을 위해 많은 연구사례가 등장합니다.
지은이는 우유가 위와 같은 질환을 야기한다고 주장하기보다는, 우유가 위와 같은 질환을 예방시키지 못한다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우유를 먹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까 즐거움을 위해 (우유를) 먹는 거라면 괜찮지만 의무적으로 먹지는 말라는 것이다. 건강을 위한다는 핑계로 사람들에게 그토록 많은 유제품을 먹도록 계속 권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본다(27쪽)."는 것이 지은이의 메세지입니다.


5.
이 책은 프랑스에서 논쟁을 불러 일으켰지만 우리나라에선 잊혀졌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우리나라의 요상한 우유수매정책을 들 수 있겠습니다.
시사인 기사에서 읽은 것인데, 우리나라는 농장에서 우유가 생산되면 소비자에게 판매되지 않아도 농장은 돈을 벌게 되는 구조라고 합니다. 
그러니 우유업체가 과다광고를 할 필요도 없는 것이죠.
그저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만 관심이 있을 뿐(그것도 압도적인 선두가 있으니 유명무실).
이 부분이 논의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6.
풍부한 예로 논증하는 책.
이런 번역서를 볼때마다 부럽네요.
이런 책의 존재보다는 이런 책을 읽어낼 수 있는 독자층이 있다는 사실이 더 부럽습니다.
(과학책 너무 안 팔리고 안 읽잖아요..)

이 책을 제대로 즐기려면 최소한의 생물학, 생화학, 의학 지식이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논증과 반박의 재미가 포인트인 책이니까요.
서두에 적은 바와 같이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고 간단합니다. 
자기 생각이 분명한 책입니다.


7.
제 아내는 즐거움을 위해 우유를 먹습니다.
제게도 권할 때가 있는데 이제는 당당히 안 먹을 수 있겠군요.
우유 뿐만 아니라 우리가 무심코 건강식품으로 알고 있는 것들을 주의깊게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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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10-02 0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