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4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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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참 재미있게 읽었다. 알랭 드 보통의 소설도 그렇고 난 확실히 지적인 소설을 좋아한다. 다분히 키치적인. 이 책도 읽으면서 꽤나 키득거렸다. 짓궂다 싶을 정도로 거침없는 표현과 절묘한 문장을 읽는 맛이 있었고, 잘게 쪼개놓아 읽기에 수월했다. 여기저기서 비슷한 표현과 문장이 조금씩 변형되고 다르게 배치되는 기법도 좋았다. 갑자기 끼여들어 할말 다하면서 해설하는 대목도 괜찮았고. 번역이 크게 거슬리지도 않았다. 여기저기 줄을 쳐 놓았는데 언제 다시 정리할지는 모르겠다. 다시 읽어볼지도 모르겠고. 굳이 분석하고 해설하고 따지고 들지 않는다면 충분히 즐길만한 소설이다.

 

박웅현이 해설해 놓은 책은 도끼다해당부분도 훑어볼만 하다. 근데 그 책은 다시 보니 별 감흥이 없네... 몇넌 전 처음 볼 땐 참 흥분하면서 봤는데. 그 사이 내 독서력(?)이 올라간 것인지, 나이를 먹어 열정이 식어 그런 것인지, 그보다 책 자체를, 저자,를 떠받들던 습관에서 조금 벗어난 탓인지.

 

평론가 김현은 테레사가 그렇게 사랑스럽다고 했다는데. 테레사도 기구하지만 아무래도 남자라 그런지 토마시에 신경이 쓰인다. 사비나와 프란츠는 가벼워서 그런지, 읽는 동안 휘산되어 날아가버려 별로 기억에 안 남는다. 가장 동질감을 느낀건 프란츠였지만. 토마시가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

 

토마시는 정말 행복했을까? 사랑은 의무인가? 모든 걸 포기하며 헌신하는 자신의 모습 자체를 사랑한 것인가?(아니 그건 아니다. 그런 대목에선 지은이가 칼같이 치고 들어왔으니까. 예컨대 프란츠의 에피소드처럼). 아니, 사람은 행복해야만 한다는 의무조차 근거 없는 것이니 토마시는 토마시로 남겨두자.

 

그래서 그래야만 하는가? 그래야만 한다! 그런데 그래야만 하는 이유는 여섯 번 겹친 우연이다. 어차피 우리는 사랑을, 인생을 설명해 낼 수 없다. 그는 선택한 것인가? 아니면 받아들인 것인가? 쿤데라 식으로 표현하면, “우연은 선택이라는 가면을 쓰고 우리에게 다가온다.”(카레닌의 안락사 대목에 나오는 표현을 응용...)

 

키치. 얄팍하고 경박한. 가벼움. 우리는 키치적 존재다. 우리는 자기 자신이 그런 존재임을 참을 수 없지만 너무도 쉽게 다른 사람이 그런 존재라고 단정짓는다. 그 간극 사이 토마시가 있고 테레사가 있고 프란츠도 있고 사비나도 있다. 쿤데라는 카레닌에게 그런 간극이 없기 때문에 행복하다 말한다. 하지만 순환하는 시간 속에서 카레닌은 정말 의미있게 살다 간 것일까? 카레닌의 행복을 우리가 짐작할 수 있을까? 불행할지라도 우리는 인간의 행복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게 아닌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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