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노동안전보건, 어떻게 이해할까?

[홍실이의 이상한제국의앨리스](7) - 미국 노동안전보건 레벤스타인 교수와

홍실이 

 

사실, 아주 기고만장한 계획을 세웠더랬다. 한국에서 현재 노동안전보건 문제가 뜨거운 이슈인데다, 개인적으로 관련된 논문을 준비 중이기도 해서 이 참에 미국의 노동안전보건 현황을 좀 소개하면 좋겠다 싶었다. 허나, 그 방대한 걸 (단골 변명이지만, 내 전공도 아닌데) 어찌 단 시간 내에 정리한단 말인가?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고수를 찾아가서 인터뷰를 하는 것이었다. 힘멜스타인 아저씨 때도 나름 성공했던 방법 아닌가! 이런 걸 날로 먹는다고 하지 음하하하....

 

무려 다섯 쪽에 이르는 1~13번까지의 질문 리스트를 들고 약속한 인터뷰 장소에 나갔는데...

“이메일로 보내준 질문 목록을 보니까 하루아침에 대답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더라구... 몇 달, 몇 년은 걸리겠던데? 아주 흥미롭고 우리가 같이 계속 고민해나가야 될 과제들이지. 이것들 (정체 모를 책 한 꾸러미) 한 번 읽어봐. 기사 쓰는데 도움이 될 거야.”

그러더니만, 자리에 앉자마자 세 시간에 걸쳐 쉬지도 않고 (정해진 질문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미국 노동운동과 민권 운동, 거기에 연결된 할배 자신의 개인사와 가족사를 늘어놓는 게 아닌가. 들을 때야 흥미진진했지만 (오, 어메이징, 인크레더블 하며 맞장구 오바질까지 하면서...), 막상 돌아와 내용을 정리하려고 보니 글씨도 괴발개발인데다 이야기 자체가 워낙 시공간을 넘나든 (ㅜ.ㅜ) 것이라 어찌 체계적으로 정리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 나의 부족한 영어 실력을 탓해야 한단 말인가? 질문 순서에 맞게 족집게 강의를 안 해 준 할배를 탓해야 한단 말인가? (할 수 없이 다시 자료를 찾고, 읽어보고... 시간이 두 배로 걸렸음. 흑)

 

이 마당에서 독자들이 눈치 채셨겠지만, 이렇게 서론이 긴 것은, 전후사정이 이러하니 드넓은 아량으로 함량미달의 글을 이해해달라는 구차한 변명에 다름 아니다. (마치, 다음에는 엄청 좋은 글을 쓸 것 같은 그릇된 인상을 심어주고 있음)


소개를 하자면, 이번에 만난 Charles Levenstein 할배는 매사추세츠 주립대학 (UMass Lowell)의 노동환경 정책 분야 명예교수. 그는 뉴욕의 가난한 이주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나 자연스럽게 계급의식을 갖게 되었단다. 60년도에 코넬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60~70년대 동안 노조 전임 활동과 지역 조직 사업을 했고 (중간에 생계가 어려워 택시 운전도 하셨단다), 뒤늦게 MIT 대학원에 진학하여 76년에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에 자리를 잡은 후에도 실천 활동은 꾸준히 지속되고 있으며,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편집위원회에 포함되어 있는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자평하는) 노동보건 전문 학술지인 New Solution의 편집자를 맡고 있기도 하다.


 
그림 레벤스타인 할배의 모습. 나름 귀여운 (이렇게 말해도 되나?) 인상이 제대로 안 나왔다.

미국의 노동안전보건, 어떻게 이해할까?

한국 사회에서 바라보는 미국의 노동안전보건에는 두 가지 극단이 존재하는 것 같다. 하나는 ‘미국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산업안전보건 기준을 가지고 있는 선진국이지. 이것만 따라가도 어디야? (→ 그러니, 미국에서도 안 하는 걸 요구하는 건 말이 안 되지)’ 또 다른 한편에서는 ‘노동조합도 전문가도 모두 자본의 손아귀에 있잖아? 노동자의 안전보건은 이윤을 보장하는 한에서만 지켜질 뿐이라구. (→ 흥, 배울게 뭐가 있겠어?)’

 

“이렇게 상반된 견해가 존재하는데, 미국 노동안전보건의 큰 그림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요?”
“둘 다 사실이야. 최고에서 최저까지, 노동안전 보건 수준은 말 그대로 전 범위를 포괄하고 있어. 이건 독특한 역사적 배경과 관련 있다고 할 수 있지.”

 

미국의 노동안전보건체계는 1970년 산업안전보건법 (OSHA Act)의 제정, 그에 따른 산업안전보건청 (OSHA),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소(NIOSH)의 설립과 함께 본격적인 체계를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전에도 주(州) 별로, 노동 시간이나 여성/미성년 노동에 대한 규제, 광업 등의 위험 산업에 대한 규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연방 차원의 체계적인 규제와 집행, 연구 기구가 마련된 것은 이 때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논의가 진척되고 법안이 발의되기까지 AFL-CIO로 대표되는 노동계는 그다지 큰 역할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노동자들이 그냥 방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전체 노동계 차원은 아니었지만, 많은 단위노조들과 지역 활동가들, 또한 산재 희생자 단체들의 적극적인 활동이 이 과정에 영향을 미친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문제는 전 과정의 주도권이 ‘삶의 질 증진’을 내세운 존슨 행정부에 있었고, 노동자들의 참여를 배제한 채 전문가 중심으로 작업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과학적 근거와 법리라는 이름으로...

 

“미국 노동안전보건의 가장 큰 문제는, 노동자 참여를 보장하지 않고 자기네들끼리 모여서 기준과 규제들을 만든 다음, 노동자들은 문제가 생기고 나서 'complaint'만을 할 수 있도록 해 놓은 구조 자체라고 할 수 있어. 스칸디나비아 지역, 하다못해 캐나다 하고도 완전히 다른 상황이지. 연방정부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온갖 기준들을 망라해 놓구, 막상 단속이나 집행은 주에다 방치해놓고 신경도 안 쓰니, 이걸 다 지켜서 최고 수준의 안전보건을 갖춘 데부터 막 나가는 사업장까지 다양할 수밖에 없다구... 이런 게 모두 미국의 정치적, 사회적 맥락과 분리될 수 없지.”


세계최고의 안전보건 기준도 현장에서 무시되고 그에 대한 감독과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는 2003년에 공영방송(PBS)과 뉴욕타임즈가 특별 기획 기사로 내보냈던 McWane사의 사례에서 아주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참고 http://www.pbs.org/wgbh/pages/frontline/shows/workplace)
 
 

 

거대한 흐름, 신자유주의

부시 집권 이후 관련 연구비의 대규모 삭감과 산업안전보건법의 개악 시도 같은 일들이 벌어지면서 노동안전보건이 큰 위기를 맞고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 이런 흐름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어렵사리 만들어진 산업안전보건 법안과 기구들은 태어나자마자 기업 운영의 공적으로 지적되며 자본의 공격에 시달려왔다. 카터 행정부 시대부터 본격화된 규제 완화의 도도한(!) 흐름은 레이건 시대에 공공분야에 대한 전방위 공격으로 이어졌으며 (누군가는 ‘레이건 정부에게도 심장이 있었다면 거기에는 큼지막하게 “규제완화”라고 새겨져있었을 것이다'고 썼다), 이후 아버지 부시- 클린턴에 이르기까지 성공가도를 달려온 것이다.

 

“... 그래도 차이가 있다면, 지난 정부들은 최소한의 정당성 (legitimacy)이라도 확보하려고 했던 반면, 이제는 그런 노력조차 안 한다는 점일 거야...”

 

그렇다고 규제 완화가 ‘노동자 건강은 아무려면 어때? 이윤만 챙기면 되지!’ 하는 식의 막가파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단속과 강제’보다는 기업의 ‘자율적 참여’를 강조하고, 위해도 평가(risk assessment)와 비용-편익 분석(cost-benefit analysis)이라는 과학적(!) 방법론으로 무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샛길로 빠지는 이야기지만, 위해도 평가니, 비용-편익 분석이 얼마나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 방식이라고 배웠던가...) 실제로는 규제 완화 과정이 자본의 전방위 로비와 입법 활동 지원에 전적으로 기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상당히 학술적이고 합리적인 양상을 보였으니, 노동계는 철저히 배제당한 채 사후 투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형국이었다.
 
 

 

전문가들...

자본과 노동, 그리고 국가 사이의 권력 불균형이 극심한데다, 전문가 중심주의가 강하다 보니, 최소한의 균형추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의 역할은 어느 다른 곳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국 노동안전보건 역사에서 앨리스 해밀턴 이래 헌신적인 연구자와 공중보건 활동가들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오늘날의 현실은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 얼마 전 ‘미국 예방의학회지’에 발표된 Dr. LaDou (전공자가 아닌 내가 알 만큼 산업의학계의 거목)의 논문은 미국 산업의학계가 기업에 심하게 편향되어 있음을 지적했다. 대부분의 산업의학 의사들이 회사에 고용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회사를 변호하기 위한 증언대에 서는 일은 많아도 노동자를 변호해야 할 곳에서는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이 문제의 심각성이 학계나 전문가 집단 내에서 공감을 얻고 있으니까, 윤리 지침을 마련하려고 하고 있지. 하지만, 그건 구조적 조건을 간과하는 조치야. 노동자의 건강 문제를 다루려면, 기업에 소속되어 있던 독립된 지위를 가지고 있던 해당 전문가가 반드시 현장과 마주칠 수밖에 없잖아? 그게 작업 현장이던, 아니면 기업의 자료든... 즉, 자본주의 사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사유 재산’에 직접 접촉할 수밖에 없는 거라구. 바로 여기에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해. 뿐만 아니라, 기존의 의학 교육 방식도 큰 문제야. 이 동네에서 가장 잘 나가는 병원인 브리검 병원 암센타만 해도 그래. 방광암의 가장 중요한 위험 요인 중 하나가 직업성 노출이라는 게 잘 알려져 있지만, 환자한테 직업력을 물어보는 의사는 거의 없다니까...”
(한국 사회는 과연 다를까...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새로운 희망...

“엊그제도 회의 때문에 뉴욕에 다녀오셨다고 하셨잖아요? 요즘 주로 어떤 일들을 하시나요?”

 

“현재 뉴욕에서 이주 노동자 조직화 사업을 하고 있는데, 내가 서로 소개시켜줘야 할 사람들이 있어서 다녀온 거지. 미국의 노동 운동이 죽었다고들 하지만, 현재 새로운 풀뿌리 노동 운동이 많이 일어나고 있어요. 이를테면 뉴욕 맨하탄에서는 식당 노동자들이 모여서 노동자 센터를 만들고 있거든. 노동 환경도 비슷하고, 네트워크도 잘 조직되어 있고... 이 사람들 아주 열심히들 하고 있지. 나는 노동운동의 분열이 나쁜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문제를 드러내고 새로운 변화의 여지를 줄 수 있다고 보거든. 여기에서는 매사추세츠 노동안전보건 연합 (MassCOSH, Massachusettes Coalition for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일을 같이 하는데 그 중에도 특히 실내 오염과 관련한 교사 노조의 건강 문제하고 화학 노동자 문제를 다루고 있어요. 인도하고 브라질 농산물 시장의 하역 노동자들의 건강 문제에 대한 연구 사업에도 참여하고... 자본주의가 전 지구화되면 투쟁도 조직화도 전 지구적으로 이루어지는 게 당연하지 않겠어? 한국도 같이 해야지?”

그림 매사추세츠 노동안전보건 연합 홈페이지

 
할배가 건네준 책들 중에는 시집도 한 권 들어 있었다.
표지에 적힌 시인의 이름은 ‘Charles Levenstein’
이런 멋쟁이 할배 같으니라구.... 한편 옮겨본다.

 

시적(詩的)인 삶

이건 나비들의 삶이 아니야. 내 책상 위에 유쾌한 시(詩)는 없지.
고통의 시 - 멕시코 어린이 노동자의 모습
투쟁의 시 - 워스터 간호사들의 파업
일한지 하루 만에 프레스에 손을 잃은 첼시의 베트남 소년에 대한 시.
보스턴 항구 아래에서 가쁜 숨을 내쉬며 죽어간 터널 노동자에 대한 시.
더 이상 연주를 할 수 없는 바이올리니스트, 아이를 안아 줄 수 없는 섬유 노동자, 숨을 쉬려면 네 개의 베개를 받쳐야 잘 수 있는, 더 이상 섹스를 할 수 없다는 멋진 친구 놈.
시의 재료 - 분진과 연무, 석면, 제초제, 독극물 스튜
시의 인간공학 - 등, 목, 팔, 손, 뇌, 그리고 영혼
제분소의 제분기, 시의 기계.
저기 푸른 하늘이 있고, 섹스가 있고, 손자들이 있지만,
시적(詩的)인 삶은 주목(注目)의 삶, 아름다움이 아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사람을 똑똑하게 만들어주는 미국의 의료제도

[이상한 제국의 엘리스](6) - 의료서비스 '선택의 자유' 에 숨겨진 비밀

홍실이 

 

미국의 보건의료체계에 대해 여러 가지 비판들이 존재한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보건의료가 상품화되면서 공공성을 잃어버리고 극단적인 불평등으로 나타난다'는 점이겠지만, ‘고비용 저효율’ 구조, 특히 과다한 행정비용과 복잡한 절차 또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 미국 의료비의 30%가 행정비용으로 쓰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기이하지 않은가? ‘보이지 않는 손’께서 가장 합리적(!)인 결정을 해주실 터인데, 비효율이라니?

 

뉴욕타임즈에 소개되었던 사례를 한 번 보자.
 

77세의 클라우스너 할머니가 장 파열 치료 때문에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해 돌아오니 집에 우편물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병원과 의사, 보험회사로부터 날아온 각종 청구서와 안내 편지들이다. 할머니는 감히(!) 뜯어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차곡차곡 모아두었다가 날을 잡아 하나씩 봉투를 뜯어본다. 그 안에는 도대체 뭔지 알 수 없는 깨알 같은 글씨의 각종 코드들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한 청구서는 길이가 무려 15쪽이다. 흑....

위장관 암에 걸린 매이어 씨는 치료 과정에 날아온 각 종 청구서에 질려버렸다. 서류봉투와 파일박스, 포스트잇을 이용해 분류하고 메모하고.... 하지만 서류들은 벽장을 채우고도 남았고, 거실 탁자와 의자에까지 펼쳐져 있다... 메이어씨는 이걸 모두 확인하고 진료비를 지불하는 일에 질려서 치료를 포기해 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이건 정말 코메디예요. 믿을 수 없는 일이죠.”

 

그럼 이 경우는 어떤가?

“진단과 치료에 관한 용어들이야 알죠. 그런데 이 코드? 모르죠. 도대체 뭐가 보험이 되고 안 된다는 건지 원... ”

누구의 인터뷰? 하버드 의대 교수인 미들톤 박사의 이야기다. 이야기를 좀더 들어보자. 그의 어머니는 갑상선 암 때문에 돌아가셨는데, 고령에도 불구하고 무슨 일이든 스스로 처리하려고 노력했던 분이란다.

“수많은 다른 의사들로부터 청구서가 끊임없이 날아왔어요. 어머니는 수표를 쓰고 또 쓰고... 제가 확신하는데, 아마 같은 청구서에 여러 번 돈을 낸 적도 있을 거예요 ”

보다 못한 미들톤 박사는 결국 사회복지사를 임시로 고용해서 이 모든 복잡한 사무를 처리하도록 했다.

도대체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기는가? 의학 용어가 너무 전문적이라서? 보험회사가 불친절해서? 아니면 한국만큼 전자청구서와 인터넷 뱅킹이 활용되지 않아서?

 

문제는 보건의료제도가 시장을 중심으로 지나치게 분절되어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환자- 서비스 제공자 (의사, 병원, 약국) - 보험회사의 삼각관계가 ‘개별 계약’에 의해 움직이고, 그 계약 조건이라는 게 다양하기가 이를 데 없다.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표현대로라면 ‘선택의 자유’, ‘맞춤식 의료보장’이고, 내가 보기엔 ‘혼돈의 왕국’이다.

 

도대체 뭐 때문에 그리도 많은 청구서가 날아들고, 환자들이 왜 그렇게 열심히 공부(ㅡ.ㅡ)를 해야 하는지, 의료보험 선택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한국사회에서 자동차 보험 상품 비교 웹 사이트가 인기 있듯, 미국에서는 건강보험 상품들을 비교하고 상담하는 웹 사이트가 무지하게 많다. 그 중 한 곳에 제시된 ‘올바른 보험 선택의 10계명’ 중 일부를 살펴보자.

 

우선 의사 선택의 문제. 내가 만나려는 주치의, 혹시 필요로 하는 전문의가 원하는 보험회사에 등록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응급의료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응급 상황이 생겼을 때, 어느 병원이 이용 가능한지, 보험회사에서 말하는 ‘응급’의 정의가 뭔지, 주치의를 반드시 거쳐야만 갈 수 있는지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근데, 장차 어떤 전문의가 필요할지, 응급실 이용은 어떻게 하게 될지 무슨 수로 알 수 있지?) 이런 문제를 소홀히 했다가는, (물론 꼼꼼하게 챙겼다고 해도) 나중에 복잡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를테면, 지난 8월 기사에 실린 사례 - 제인은 난소에 낭종이 발견되어 보험회사에 등록된 부인과 의사로부터 복강경 시술을 받다가 그만 낭종이 터져버렸다. 알고 보니 그 낭종은 악성 종양이었고, 암세포는 이미 복강 안에 전부 퍼져버린 상태다. 제인은 난소암 전문가에게 치료를 받으려고 했지만, 그녀가 가입한 보험 회사의 등록 의사 명단에는 부인과 암 전문의가 없었다. 그래서 수개월(!) 동안 보험이 적용되는 암 전문의를 찾느라 시간을 허비했다. 결국, 보험회사에서 자신들과 계약하지 않은 전문의 진료에 대해서도 보험 적용을 해 주기로 합의했는데, 그 전문의가 자기 병원이 아닌 해당 보험회사 계약 병원에 와서 수술을 집도하는 조건으로였다.

 

혹시나 메디케이드 (빈곤층에게 적용되는 의료급여 서비스)같은 공적 보장제도에 속해 있다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 이 또한 의료기관과 주 정부와 계약(강제 지정이 아닌)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갈 수 있는 갈 수 있는 곳과 없는 곳을 잘 알아두어야 한다. 이를테면 동네에 치과가 5군데 있는데 모두 ‘메디케이드 사절’이라고 되어 있으면 (설마? 하는 독자도 있겠지만, 엄연한 사실!) 이들 가난한 환자들에게 이 동네는 실질적인 무의촌(!)이 되는 것이다.

 

메디케이드 환자도 받는다는 치과 광고 (North Carolina 시내버스 안)

 
보험 선택 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처방 의약품에 대한 보험 적용 여부다. 사실 이는 의사에 관한 옵션보다도 더 다양하다. 하나도 적용 안 되는 것부터 모두 적용되는 것까지, 그리고 약물 종류에 따른 본인 부담금의 수준도 천차만별이고.... 노인들을 위한 의료보장 제도인 메디케어만 해도 의약품과 관련한 선택 사항과 계약 조건이 다양하기 이를 데 없다. 미국 노인네들은 모두 총명탕을 드시나, 이걸 다 어찌 다 알아듣나? 했더니만, 이를 상담해주는 전문 업체(!)도 많고, 일전에 한 교수의 이야기에 의하면.....

“너네 같이 보건학 전공한 젊은 사람들도 못 알아듣는데 노인들이 이해하시겠냐? 그냥 대충 하는 거지!”란다. 그랬구나 ㅠ.ㅠ


또 다른 중요한 고려 사항은 현재의 건강상태다. 기왕에 있던 질병은 보험 적용이 안 되거나 별도의 옵션이 달려 있는 경우가 흔하다. 일전에 본 TV 만화에서 Simpsons씨가 보험회사를 찾아가 자신의 건강 상태와 평소의 생활 행태를 모두 적고 나니 보험사 직원이 가슴팍에 대문짝만하게 빨간 글씨로 ‘UNINSURABLE(보험 가입 불가)’이라고 찍어주던 장면이 떠오른다. 항간에는 의료보험 사무실이 모두 5층에 있어서 거기까지 못 걸어 올라오는 환자들은 안 받는다는 (믿거나 말거나) 음모설도 있었다.

 

현재 건강문제가 있는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절실하게 의료보장이 필요한 이들이고, 공적인 의료보장제도라면 이런 부당한 ‘환자 고르기’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지만, 민간 보험회사가 볼 때 이런 사람들을 많이 받았다간 손실이 커진다. 너무 노골적인 장삿속 아니냐고 비난하지 말자. 민간 의료보험 회사는 이윤을 남기기 위해 존재하지, 환자의 건강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건강보험 비교 선택 사이트 : 본인은 물론 가족의 질병 과거력까지 체크!

 
그리고 최종적으로 비용 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월 보험료가 얼마나 되는지, 의료 서비스 이용 시 공제 상한선이 정해져 있는 건지, 외래 방문시마다 정해진 분담금이 있는 건지, 있다면 상한선과 본인 분담액의 수준은 어떻게 되는지, 이용하는 서비스 종류에 따라 이것도 달라지는지............

아, 미국인들은 어찌 이리 똑똑하더란 말이냐?

 

또한, 그 사이트에 언급되지 않았지만, 중요한 게 빠져 있다. 직장 생활을 하는 노동자라면, 보험료를 회사와 어떻게 분담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미국은 법으로 기업의 분담율을 정해놓지 않았기 때문에 (다만 분담금에 대해 세제 혜택을 주고 있음) 의료보험료를 한 푼도 내 주지 않는 기업(월마트 같은 곳)에서부터 보험금을 100% 다 내주는 기업까지 다양하다.

 

GM 같은 기업은 한창 잘 나가던 시절, 초과 이윤을 기반으로 현직/퇴직 직원들에게 전면 의료보험 (여기 노동자들 입장에서 본다면 무상의료!)을 제공했었는데, 치솟는 보험료 때문에 죽겠다고 하소연을 하더니만 엊그제 그 혜택을 대폭 축소하기로 노사가 드디어(?) 합의했단다. (기업의 보험료 분담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에 있고, 이런 추가 비용(!)을 부담하기 싫어서 임시파견 노동자를 쓰는 비율은 점점 늘어가고 있다.)

 

자, 어쨌든 이렇게 치밀한 연구와 계산 끝에 나에게 가장 알맞은 맞춤형 의료보험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제 덜컥 병이라도 걸릴라 치면, 앞서 소개한 클라우스너 할머니, 메이어 씨, 미들톤 박사의 노모, 제인처럼 주치의, 전문의, 약국, 병원의 고지서들과 지난한 투쟁을 벌이고, 보험회사와 협상 (혹은 애원)을 해야 하는 상황이 기다리고 있다. (환자 개개인의 보험 종류, 보험회사의 지급 약관을 모두 고려하여 보험회사와 환자 개인들에게 진료비를 청구해야 하는 의원/병원의 행정 업무나 보험 회사의 방대한 행정 업무에 관해서는 일단 잊자. 이것까지 한꺼번에 생각하려면 우리 머리에 쥐가 날 수도 있다.)

 

자, 청구서의 의학 전문 용어를 좀더 쉬운 설명으로, 15페이지짜리 우편물을 전자 고지서로 대체한다면 이 복잡성과 비효율의 문제가 과연 해결될 수 있을까?

 

‘선택의 자유’라는 간판을 달고 있지만, 일반인의 건전한(!)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이 상황 - ‘이윤’이라는 개념을 빼 놓고 이를 설명할 수 있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오늘, 주치의와 의논하세요. 이 약이 당신한테 맞는지

[홍실이의 이상한제국의앨리스](4) - 미국 의약품 광고 실태

홍실이 

 

각종 통신과 교통수단의 발달로 지구촌 한 가족(?) 시대를 살고 있는데다, 생활 구석구석 미국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 없다 보니, 실제로 미국에 와도 특별하게 새로운 걸 찾기는 힘들다. 대개는, 실제로 보니 예상보다 ‘더 크군’ (햄버거와 콜라), ‘더 많군’ (집집마다 걸려 있는 성조기), ‘더 심각하군’ (사회적 불평등) 정도의 반응.... 하긴, 지난달 이 곳을 방문한 친구에게 진짜(!) 체리와 씨 없는 포도를 보여주면서 “너 이런 거 첨 봤지?” 하며 으쓱했다가 면박만 당했던 일도 있다. “이 인간이 정신 나갔나? 야, 서울 백화점 가면 다 있어” 진짜? 아니, 나도 모르는 새에 언제 이런 걸 들여갔대?

 

그 와중에 그래도 조금은(!) 놀라운 것들이 있었으니, 그 중 하나가 의약품 관련 광고라 할 수 있다. 물론 한국에도 의약품 광고 엄청나다. 불세출의 명작 “맞다! 게○린”을 비롯하여 “감기 조심하세요~ 판○린 에프” 등 몇몇 광고들은 한국을 떠난 지 1년이 다 되는 이 마당에도 마치 어제 본 듯 생생하게 떠오른다.
허나, 미국의 의약품 광고들을 들여다보면 다른 점이 있다. 물론 각종 패치 (파스), 소염/진통제 등 일반 의약품 광고들은 한국과 그리 다를 바가 없다. 그러면 다음과 같은 광고들은 어떤가?


 
그림 1. 혈중 지질 강하제 Lipitorⓡ의 광고 화면 “오늘 의사에게 요청하세요”

그림 2. 또 다른 혈중 지질 강하제인 Crestorⓡ 의 TV 광고 화면: “위약 (placebo) 복용 시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C가 7% 감소한데 비해 Crestorⓡ 10mg 복용 시 52% 감소”

그림 3. 항암 치료로 인한 백혈구 감소증 치료제인 Neulastaⓡ TV 광고: “화학 요법 1일 후에 투약 시작. 추가 정보는 의사에게 요청하세요”

그림 4. 발기부전 치료제 Cialisⓡ 의 웹 사이트 광고 - 제품을 1회 무료로 사용해보고 (물론 의사의 처방 필요) 결정할 수 있다는 내용

척 보면 알 수 있지만 이들은 모두 의사의 처방전을 필요로 하는 전문 의약품들이다. 혈중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는 약, 항암 화학 요법 시 나타나는 백혈구 감소증을 치료하기 위한 약, 거기다 발기부전을 받는 환자들에게 1회 무료 투약 기회 제공이라니..... 한국에서는 절대(!) 접할 수 없는 광고들....
 

 

역사적 배경

이렇게 제약회사가 (학술지 등이 아닌) 비전문 매체를 통해 일반 대중에게 전문 의약품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판촉 형태를 DTC (Direct-to-Consumer) 광고라고 한다. 미국 사회에 이런 형태의 광고가 출현하게 된 배경을 잠깐 살펴보자.
 

자본주의의 절대지존답게, 미국은 이미 18세기부터 지역 신문에 특허 약물에 대한 광고를 싣기 시작했고, 19세기 초에는 언론과 제약(발모제부터 배우자의 부정 치료약까지) 업자들의 강력한 공생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단다. 그러다가 1938년, 식품의약국 (FDA)이 의약품 안전 관리에 대한 권한을 갖게 되었고 1962년에는 통상 무역부서로부터 의약품 광고에 규제 감독 권한까지 넘겨받았다. 이 때부터 의약품 안전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이루어지기 시작했으며, 이후 의약품 관련 판촉 활동은 전적으로 의사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하지만 80년대 관리 의료 (managed care) 의 성장 속에서 처방의약품에 대한 보험을 갖는 사람들은 늘어난 반면, 의사의 약물 선택 권한에는 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판촉활동으로는 2% 부족하다는 것이 제약회사들의 판단이었다. 그리하여 이들은 마침내 고뇌에 찬 결단을 내렸으니, FDA에 소비자 직접 광고를 허용해달라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즉, 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대한 지식을 제공함으로써 일반인들의 지식수준을 높이고, 이를 통해 그동안 진단 받지 않았던 환자들이 의사를 찾게 만들며, 환자들은 까먹지 않고 치료를 꾸준히 받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가 어느 시점인가? 레이건 정부의 빛나는 영도 하에 사회 구석구석에서 규제 완화가 꽃을 피우던 시기 아닌가! 여기에 덧붙여 소비자 운동이 확산되면서 기존의 온정주의적 관점 (의료 이용에서 전문가인 의사가 환자의 판단까지 알아서 대리해주는) 으로부터 소비자의 자율성과 자유로운 선택을 강조하는 흐름까지 있었으니, 더 이상의 절묘한 타이밍은 있을 수 없었다.
 

1985년, 제약회사들이 소비자를 직접 대상으로 하는 판촉활동이 허용되었다. 그러나 이 때만 해도 이러한 판촉에는 엄격한 기준 준수(효과는 물론 부작용, 금기 등 제품 설명서에 담긴 정보를 모두 전달해야 한다는)와 FDA의 사전 검토가 요구되었다. 여기에 만족 못한 제약 회사들, 그걸 모두 설명하려면 엄청난 비용의 추가 인쇄비가 들고 TV나 라디오 광고로 그 많은 내용들을 설명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강력한 반박을 벌였다. 결국 수많은 논란 끝에 1997년 FDA의 새로운 지침이 제시되었는데, 이는 제품 설명서에 인쇄되어 있는 구체적인 정보들을 모두 나타내지 않고도 광고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으며, 대신에 다른 경로(웹 사이트, 무료 전화, 의사, 약사 등)를 통해 추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일각에서는, 이를 강력히 반대했던 FDA 국장의 사임이 정책 변화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어쨌든 규제 완화의 성과(?)는 바로 나타났다. 98년에 Shering-Plough 제약사가 Claritin 이라는 항히스타민제 (알러지 치료약제의 일종) 판촉에 1억 8600만 달러를 쏟아 부은 후, 그 다음 해 극적인 판매 수익을 기록한 것은 그 서곡에 불과했다.
 

 

그래서 현실은?

그 동안의 통계를 잠깐 살펴보자. 96-2000년 사이 제약회사의 판촉비용은 71% 증가했으며 (91억 불 → 155억 불), 그 중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판촉비용이 58% 증가한데 비해 (80억 불 → 130억 불), DTC 광고비용은 216% 증가했다 (8억 불 → 25억불). 최근 2004년의 DTC 광고 총액은 무려 40억 불 (약 4조 5천억 원)에 이른다.
 

97년의 DTC 광고 매체 비율은 텔레비전이 27%, 잡지가 62%를 차지한데 비해, 2000년에는 전자가 64%, 후자가 30%를 차지하게 되었다. 절대 수치도 놀라운데, 이를테면 작년 가을 이후 새로운 부작용의 발견으로 시장에서 자진 철수한 류마티스 치료제 바이옥스 (Vioxx)의 경우, 2000년도의 광고비가 펩시콜라 (1억 2100만 불)와 버드와이저 (1억 4600만 불)를 넘어서기도 했다.
 

자, 이렇듯 엄청난 판촉활동 덕에 의약품의 블록버스터 (매출액 10억 달러 이상)가 탄생하게 된다. 2001년에는 총 29 종의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나타났으며, 이들의 매출은 미국 전체 제약 산업 매출의 34%를 차지했다. 이들이 블록버스터가 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광고 때문이다. 이를테면 2000년에 가장 많은 광고를 했던 다섯 가지 의약품들이 2001년에 모두 블록버스터가 되었으며, 최고 7개 의약품 각각의 광고비는 나이키의 신발 광고비 7800만 불보다 많았다. 한 연구는 제약회사가 판촉에 1달러를 쓰면 4.2불의 판매 증가를 거둔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최근 자료에 의하면 제약회사의 이윤율이 그 어느 산업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중 상당 부분은 독점적인 특허에서 기인한 것으로, 제약회사들은 이러한 높은 이윤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연구개발 투자를 위해 불가피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막대한 수익 중 30.4%가 광고와 행정 비용으로 지출되며, 이윤이 18.5%, 실제로 연구개발에 투자되는 돈은 12.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영향은?

DTC 광고의 옹호론자들은 무엇보다도 교육 효과를 강조한다.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치료 결정 과정에서 환자의 자율성을 촉진하고 의사-환자 관계를 증진시킬 뿐 아니라, 그동안 진단/치료를 받지 않았던 환자들이 치료를 받게 하고 처방 약물에 대한 환자의 순응도를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물론 아직 구체적 증거는 없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제약 회사들 사이의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제품 가격의 하락을 가져올 수 있다는 발랄한 이야기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DTC 광고에 대한 내용 분석에 따르면, 질병 관리와 관계된 대안적 치료법 (이를테면 운동이나 식이요법 등)을 언급하는 광고는 채 1/3도 되지 않는다고 하니 상품 정보 전달 외에 딱히 보건 교육 효과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뿐만 아니라 다른 상품과 달리 DTC 광고에서 가격 정보를 언급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대개 신약, 효능을 중심으로 이야기하지, 기존 약보다 훨씬 싸다는 식의 광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경쟁을 통한 가격 하락설도 그다지 설득력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환자의 자율성 증대와 의사-환자 관계 증진은? DTC 광고 반대론자들은 소비자가 광고 내용의 질을 판단할 전문성이 부족할뿐더러 이러한 광고들이 위험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전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의사-환자 관계를 오히려 해치며 의약품의 오남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연구결과들을 몇 가지 살펴보자.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일반 시민들)의 43%가 의약품의 안전성이 완벽하니까 광고를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으며, 22%는 심각한 부작용이 있는 약의 광고는 미리 금지되었을 거라고 믿었고, 21%는 매우 효과적인 약만이 광고가 허용될 거라고 믿었다. 실제로는 이러한 사전 규제 기능이 전혀 없는데도 말이다.
 

실제 처방과 관련된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광고를 접한 32%의 환자가 그 약에 대해 의사와 이야기를 나누었고, 26%는 실제로 그 상품을 요구했다고 답했다. 또 다른 연구에 의하면 1차 의원을 방문한 환자들 중 광고에서 접했던 의약품을 요구했던 이들의 71%가 그 의약품을 처방 받았으며, 10%만이 다른 약물을 처방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4월 발표된 우울증 모의 환자 실험 연구에 따르면, 임상적 적응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의 요구에 따라 특정 항우울제를 처방한 경우가 거의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의하면 84%가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는데, 의사들은 이러한 광고가 환자에게 편향된 정보를 전달하며 의사의 전문성을 훼손시킬 수 있고 의사-환자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였다. 이를테면, 환자는 혈압 강하제 광고를 보고 약을 먹는 것만이 혈압 조절의 유일한 방편인 것처럼 오해할 수 있으며, 또 광고에서 보았던 그 약을 주치의에게 요구했는데 의사가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약을 처방해주지 않는 경우 오히려 의사를 불신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의도적 수요 창출은 미국 사회의 엄청난 보건의료비 지출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전문의약품의 사용 증가는 미국 의료비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2000년 통계에 의하면 국민 1인당 평균 처방의약품 비용이 3백 불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맺음말

소비자의 알 권리 확대를 넘어서 의약품 소비자 직접 광고가 가져오는 여러 가지 폐해들이 지적되고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 이러한 흐름이 뒤바뀌지는 않을 듯싶다. 광고비 지출 증가 행진은 멈추지 않고 있으며, 제약회사들은 매출과 수익성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또한 의사들이 이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지만 DTC 광고 금지법안을 지원하자는 시민단체의 제안에 미국 의사협회 (AMA)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며 거절의사를 밝혔다.
 


흔히 광고를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미국 사회, 흐드러진 꽃들의 향기에 질식할 지경이다. 이 사회, 도대체 어디까지 갈까? 늦은 밤 멍하니 텔레비전 앞에 앉아 고심하고 있자니, 친절하게 ‘꽃’이 나타난다.
“밤잠을 뒤척이시나요? ..... 꿈처럼 작용하는 Ambien.... 주치의와 상의하세요.”
아유, 세심하기도 하셔라. 네. 고맙습니다!
 
 
 
 

 

* 참고문헌
△ Pharmaceuticals Rank as Most Profitable Industry, Again. Public Citizen's Congress Watch. April 17, 2002
△ Lyles A. Direct marketing of pharmaceuticals to consumers. Annual Review of Public Health 2002;23:73-91
△ Wilkes MS, Bell RA, Kravitz RL. Direct-To-Consumer Prescription Drug Advertising: Trends, Impact, And Implications. Health Affairs 2000;19(2):110-128
△ Lenzer J.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rejects proposal to ban consumer adverts for prescription medicines. BMJ 2005;33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홍실이의 이상한제국의앨리스](3) - 몸은 사회를 비추는 거울
홍실이 

 

원래 이런 연재기획 글은 자신의 전공을 살려 깊이 있게 써야 하건만, 아직 학문의 깊이가 일천하다보니 이를 제대로 못 하고 있다. (그럼 사회 일반에 대한 이해가 깊어서 그동안 그리도 잡다한 글을 썼냐고 물어본다면. 글쎄올시다...)

 

이번 회에는 모처럼 전공 학회에 다녀온 기념으로(?) 역학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같은 전공의 친구 하나는 "도를 아십니까?"라며 접근한 지하철 도인(道人)에게 "제 전공이 바로 역학입니다"하고 정중하게 답을 해서 줄행랑을 치게 만들었는데, 사실 우리 전공은 易學이 아니고 疫學이다. 건강과 질병의 분포, 원인들을 규명하고 이를 토대로 예방 전략을 개발하는 학문!!! (너무 교과서스러운 표현이로군).

 

흔히 질병의 원인이라면 우리는 특정한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떠올린다. 식중독의 원인은 포도알균, 독감의 원인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물론 흡연이나 동물성 지방 섭취, 운동 부족 같은 생활 습관이 심장병과 암 같은 만성질환의 원인이라는 것도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한 가지 유념할 부분이 있으니, 이러한 질병의 원인이나 결과가 모든 사람들 사이에 고르게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남자나 여자나, 돈 많은 사람이나 가난한 사람이나, 백인이나 흑인이나 똑같은 확률로 병에 걸리지는 않는다는 소리다. [잘 먹고 잘 사는 법] 같은 TV 프로그램에서 몸에 좋다는 걸 백날 가르쳐 준다 한들, 유기농 현미 사 먹으려면 돈이 들고, 신 새벽에 나가 오밤중에 퇴근하는 사람들에게 하루 30분 이상 유산소 운동을 하라는 건 거의 미션 임파서블이다.

 

사회 불평등은 우리 몸 밖에서만 작동하는 게 아니다. 우리 몸은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개인적인 자산일 뿐 아니라, 역사의 궤적과 사회적 질서를 반영하는 거울이기도 하다. 오늘은 건강 불평등이라는 주제로 미국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다른 국민, 다른 건강 수준

지난 회에도 잠깐 언급했지만, 세계 최고(?) 선진국 미국은 엄청난 보건의료비 지출에도 불구하고 평균 수명이나 영아 사망률 등으로 비교한 건강 순위는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흑인들이 국가 평균을 확 깎아먹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어느 정도나? 2000년 현재, 평균 수명을 살펴보면 남성 74세, 여성 79세로 세계 최고 수준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평균 이상을 보이고 있다 (물론 OECD 국가들 중에서는 바닥!). 그런데 이를 인종 별로 나누어 살펴보면? 남성의 경우, 백인 75세, 흑인 68세. 여성은 백인 80세, 흑인 75세. 즉 흑인 남녀의 평균 수명이 백인에 비해 각각 7년, 5년 씩 짧다. 이러한 흑인의 평균 수명은 1인당 소득이 4300불에 불과한 수리남과 비슷한 수준이고, 5500불인 도미니카 공화국보다는 약간 낮다. 심지어 수도 워싱턴이 위치한 DC (컬럼비아 특별구)에서 흑인 남성의 평균 수명은 58세밖에 안 되니, 이 정도면 가나, 방글라데시 등과 자웅을 겨룰 만 하다. 흑/백간의 평균 수명 격차는 미국 내에서도 워낙 잘 알려진 것이라, 심지어 부시도(!) 알고 있다. 지난 1월, 부시는 흑인 지도자(?)들을 모셔다 놓고 사회보장 사유화 지지를 부탁하는 자리에서 희한한 궤변을 늘어놓았으니, 흑인들의 평균 수명이 짧기 때문에 사회보장 혜택을 받는 기간이 백인보다 짧으니까 개인구좌 중심으로 사유화하는 게 흑인들에게 훨씬 이득이 된다는 망언을 한 것이다. (빈축을 산 것은 말할 것도 없다. http://blog.jinbo.net/hongsili/?cid=5&pid=94 참조)

 

그렇다면 평균 수명이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일까?

 

평균수명, 영아사망률
* 평균 수명 : 출생 시의 기대 여명(life expectancy)으로, 현재의 연령대별 사망률을 이용해 산출한 일종의 가상 지표로서 한 국가의 건강 수준을 종합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국가간 비교에 널리 쓰인다. 평균 수명이 70세라고 해서 지금 69세 노인들이 평균적으로 1년 밖에 더 못 살 것이라는 뜻이 절대(!) 아님.

* 영아 사망률 : 출생아 1천 명 당 만 1세 이전에 사망하는 아기의 숫자. 역시 한 국가의 보건 수준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지표로, 국가간 비교에 널리 쓰임. 한국의 영아 사망률은 약 7/1000
우선 가장 중요한 이유로 영아 사망률의 차이를 들 수 있다. 미국의 영아 사망률은 출생아 1천 명 당 7.1명으로 1인당 국민 소득 3천불에 불과한 쿠바보다도 높다. 이를 인종 별로 나누어 보면, 흑인의 영아 사망률은 13.9로 백인의 5.9에 비해 두 배가 훨씬 넘고, 심지어 일리노이 주 같은 곳은 16.9나 된다. 실제로, 흑/백 어린이간의 영아 사망률 격차는 80년대 이후로 계속 증가 일로에 있다. 어디 이 뿐이랴? 심장병과 당뇨, 암, 중독과 손상 등 대부분의 질환에서도 흑/백 인종간의 유병률, 사망률 차이는 뚜렷이 관찰되고 있다.
 

 

사회적 불평등, 그리고 차별

그동안의 연구들은 통계적인 보정을 통해서 이러한 격차의 상당 부분이 흑/백인종 간의 사회경제적 격차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사회경제적 격차라면 과연 어느 정도? 이를테면 백인의 소득 중앙값 (median)은 4만 5천불인데 비해 흑인은 약 3만 불에 불과하며 (2001년 기준) 빈곤 가구의 비율은 백인 가구가 10% 내외인 반면, 흑인 가구는 22%에 이른다(2000년). 인구 구성비로 보자면 흑인이 전체 미국 인구의 13%를 차지하고 있지만, 의사 혹은 판사/변호사 등의 직업에서 흑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겨우 5% 정도에 불과하다. 또한 흑인의 실업률은 백인의 두 배를 웃돈다. 의료보험? 전체 백인 중 11.1%가 의료보험이 없는 데 비해 흑인은 19.4%가 보험이 없다. 의료 이용의 인종 차이를 비교한 연구들을 종합한 보고서 (Kaiser Family Foundation 2002)에 따르면, 대부분의 연구들은 흑인이 백인에 비해 진단 검사나 심혈관성형술 같은 고가 치료를 받을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했다.

 

흑인들은 사는 동네도 다르다. 일전에 미시건 대학에 재직하는 저명한 사회학 교수의 특강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법으로 인종 간 주거 분리를 강제했던 남아공의 악명 높은 아파르트헤이트 정책보다, 이를 불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미국에서 주거 분리가 더 성공(?)적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지역 간 격차는 상상 초월인데, 일례로 출장 차 방문했던 매사추세츠 서부 지역의 학교 건강증진 프로그램 담당자는, 영양 교육 시간이면 실제 과일을 가져가서 아이들에게 꼭 보여준다고 했다. 왜? 가난한 동네일수록 슈퍼마켓이 없는 경우가 많고, 있다한들 정크 푸드나 통조림, 주스 등 가공 식품만 팔기 때문에 아이들이 진짜 과일을 보지 못한 경우도 있어서란다. 21세기 미국에서 이 무슨 황당한....

 

하지만 이게 다는 아니다. 소득이나 직업, 교육 수준들을 보정해도 흑/백의 건강 격차는 여전히 남는 것이 보통이다. 예를 들면, 똑같은 소득 혹은 교육 수준의 흑/백 산모를 비교해도 영아 사망률의 차이는 여전히 지속된다. 인종 간의 차이는 사회경제적 지위 차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똑같은 학위를 가지고 있어도 흑/백인이 벌어들이는 소득에는 차이가 난다. 3년 전, 시카고 대학과 MIT 대학 연구팀은 지역 신문에 난 구인광고를 토대로 1300여 곳의 회사에 가상의 이력서 5천장을 보냈다. 이들의 이력서에 표시된 학력/경력 수준은 모두 같고 단지 이름만 다르게. 백인에게 흔한 이름(예, 크리스틴, 캐리)과 흑인에게 흔한 이름(예, 케냐, 타미카)으로.... 그랬더니만 백인 이름을 가진 이력서에는 10.3%의 면접 요청이 들어왔고 흑인 이름의 이력서에는 6.9%만이 응답이 왔더라는 것이다. 법적으로는 차별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와 다르다. 1990년도 일반사회조사에 따르면, 백인 응답자의 56%가 "흑인들은 정부 보조금으로 살아가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문장에 그렇다고 답했고, 44%가 "흑인들은 게으르다"에 동의했다.

 

좀더 충격적인 결과도 있다. 현재 18-24세 흑인 남성의 25%는 대학생이고 10.5%는 감옥에 있다. 흑인이 미국 인구의 13%를 차지하고 있는데 비해, 주 교도소 수감자의 46%가 흑인이다. 흑인 남성의 17%는 평생 한 번 이상 교도소에 수감된 경험이 있다. 흑인이 그만큼 범죄를 많이 저질렀으니까? 하지만, 1999년의 조사에 의하면, 미국 전체 마약 사용자의 13%가 흑인인데 비해 마약 혐의로 체포되는 사람의 37%, 유죄 판결을 받는 사람의 55%가 흑인이고, 실제 징역을 선고 받는 경우의 74%가 흑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법제도의 불공정함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미국의 많은 주들이 범법자들에 대해 투표권을 박탈하는 제도를 가지고 있어서, 그 결과 현재 흑인 남성의 13%가 투표권이 없으며 플로리다 같은 주에서는 세 명당 한 명꼴로 투표권이 없다.
 

 

궁금하면 유전자에게 물어보세요.

상황이 이 정도 되니, 흑인의 건강 수준이 좋다고 하면 그게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그런데, 요즘 미국 의학계는 유전체 연구의 붐과 함께 인종 간의 유전적 차이를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흑인과 백인의 건강 격차가 그 어떤 (아직 하나도 밝혀내지 못한!) 유전자 때문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군계일학은, 지난 봄 대박을 터뜨린 일명 소금 유전자 학설이다. 현재 미국 흑인의 고혈압 유병률은 백인보다 높은 것은 물론, 그 조상 격인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인들보다 훨씬 높은데, 여기에 우리 몸의 소금(정확하게는 소디움 Na. 콩팥에서 소디움 배출을 줄이면 그와 함께 우리 몸의 수분도 보존이 되고 과다한 염분/수분의 유지는 고혈압 발생의 한 가지 기전으로 알려져 있음)을 보유하는 유전자가 그 원인이라는 것이다.

 

즉, 아프리카에서 미국까지 노예로 팔려올 때 배 안에서 땀과 잦은 설사병, 그리고 배 멀미 구토 때문에 탈수가 되어 미처 신대륙에 도착하기도 전에 상당수가 죽었는데, 그들 중 일부는 (우연히) 소금 보유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고 그 덕분에 탈수가 덜 일어나 무사히(?) 노예로 팔릴 수 있었다는 이야기. 이렇게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후손이 지금 미국 흑인의 다수를 이루고, 옛날 그 노예선과는 달리 소금이 풍족한 환경 속에서 소금을 보유하는 그들의 유전자는 오히려 고혈압의 주범으로 기능하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가설을 입증할만한 역학적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고, 더구나 바로 그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소금 보유 유전자는 아직 후보 물질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무슨 대수인가? 일간지, 주간지는 물론 웬만한 학술지에 이르기까지 이제야 흑인 고혈압 문제의 비밀을 풀었다고 모두들 난리법석을 떨어댔으니...

 

지난달에는 '흑인을 위한' 심부전 치료제라는 바이딜 (BiDil)이 미국 식품의약안전청의 승인을 받았고 최초의 "ethnic drug"라고 또 한바탕 난리굿이 벌어졌었다. 흑인은 백인에 비해 심부전으로 인한 사망률이 월등하게 높고 그동안 치료 약물에 잘 반응하지 않았었는데, 바이딜은 '자칭' 흑인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에서 우수한 효과를 가진 것으로 보고되었다. 하지만, 일반적 통념과 달리, 생물학적으로 "순수" 인종을 구분할 수 있는 유전자나 객관적 지표는 존재하지 않는다. 피부색이나 외양은 차이가 있어 보여도, 막상 유전적 구성을 보면 인종을 구분할 만한 특정한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오히려 인종이란 생물학적이라기보다 사회적 개념이라는 것이 사회 역학계의 정설이다.

 

이를테면 미국 사회에는 "한 방울의 법칙 (one drop rule)"이라는, 아프리카인의 피가 단 한 방울이라도 섞이면 흑인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노예법령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점에서, 이 임상시험에 참가한 흑인들이 생물학적으로 단일한 유전적 특성을 가진 집단이라는 근거도 없을 뿐더러, 그동안의 다른 임상시험 결과들을 살펴보면 약물 반응에서 흑인과 백인이 보이는 차이만큼이나 흑인과 흑인 사이의 개인 차이가 크다는 점이 밝혀져 있다. 더구나 이 약제가 흑인에게만 있는 어떤 특이한 수용체와 결합하거나 생화학적 작용을 갖는지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흑인을 위한 "맞춤" 약제라는 표현은 사실 어불성설인 것이다. 이래저래 격렬한 학술적 논쟁이 벌어졌지만, 약은 승인되고 언론의 열화와 같은 지지가 이어졌으니...

 

최초의 흑인 전용 심부전 치료제- 바이딜 (BiDil) 소개 페이지

 
 
 
맺음말

지금 미국 사회에서 인종간의 불평등 - 특히 건강 - 문제는 두 가지 측면에서 큰 고비를 맞고 있다. 하나는 전례 없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심화와 그에 따른 소수 인종들의 주변화, 고통의 증대, 그리고 이로 인한 건강 악영향. 두 번째는 유전체 연구의 발달에 힘입은 생물학적 환원주의의 득세와 이러한 연구 결과가 가져올 이데올로기 (사회 환경이 문제가 아니라 그들의 유전자가 문제다!)가 그것이다.

 

사회 역학자들이 인종 개념을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그것의 생물학적 의미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역사적으로 정의된, 구조적인 억압과 불평등의 산물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4백여 년 시련의 역사, 현재도 진행 중인 사회 불평등은 이들의 몸에 고스란히 흔적을 남겨왔다. 불안이 영혼을 잠식한다면, 억압과 착취, 불평등과 차별은 그들의 몸을 병들게 한 것이다.

 

그런데 왜 미국을 들여다보면서 거울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걸까? 사회 양극화, 소수자에 대한 억압과 차별, 그리고 유전자 만능주의까지....

지난 가을, 버몬트 주의 유명한 골동품 벼룩시장에서 보았던 유일한(!) 흑인 인형. 나머지 수천 개의 인형들은 모두 옆과 같은 백인 공주, 왕자, 천사, 귀족 아가씨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홍실이의 이상한 제국의 앨리스](2) - 닥터 힘멜스타인을 만나서

홍실이 

 

신비한 나라, 미국

미국의 보건 관련 연구자나 공무원들을 만나서 가끔 으쓱할 때가 있다. “한국에는 혹시 공적으로 운영되는 의료보험제도가 있수?”고 물어봐 줄 때. “당근! 우리는 국민건강보험(National Health Insurance)이 있지”라고 답해주면 상대방은 “에휴~ 역시 우리만....” 하면서 부러워하기 일쑤다. 하지만 뭐 이름이 좋아 ‘국민건강보험’이지, 보장 수준으로 보자면 어디 내놓고 자랑하기 참으로 민망한 지라 더 이상은 깊게 이야기 안 하는 게 보통이다 (아무래도 나는 애국자 같다). 사실, OECD 30개국의 보건 부문 공공지출 비율을 놓고 보면, 최근 몇 년 동안 미국과 멕시코가 꼴찌를 다투고 우리는 자랑스럽게도(!) 끝에서 3등을 줄곧 지켜왔다.



그러나 이 사람들이 우리를 부러워하는(??)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의학?보건학의 세계적 석학들이 떼거지로 모여 살고, 이 모 회장님께서 친히 왕림하시어 치료를 받으셨다는 그 유명한 엠디 앤더슨 같은 슈퍼 울트라 일류 병원들이 즐비하니 늘어서 있으며, 의료비 지출이 전 세계 으뜸인 나라 (놀라지 마시라. 미국의 의료비 지출이 나머지 모든 국가 의료비 지출 합의 절반에 해당한다). 그러면서도 평균 수명과 영아 사망률은 세계 27등, 31등밖에 안 되고 인구의 15%가 의료보험이 없는 신비한 나라.
 

이 마당에 지구 반대편, ‘보건 부문 공공지출 끝에서 3등인 OECD 국가’가 이런 미국을 본받아 의료‘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나서니 이거 원, 나로서는 접수가 잘 안 되는 상황이다. 물론 미국인의 건강 수준이 기대만큼 좋지 못한 게 전적으로 보건의료제도 때문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이 문제는 다음 기회에 다루어보기로 하고 (이거야말로 내 전공이지. 으쓱~), 오늘은 미국의 보건의료에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건지, 진보 진영은 이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간략히 소개나 해볼까 한다.
 
 


뉴요커들의 이야기 - 그들은 이렇게 달랐다.

5월 중순부터 뉴욕 타임즈에는 「계급이 문제다 Class Matters」라는 연재 기획 기사가 실리고 있다. 그 중 두 번째 기사(2005.5.16 “미국 상류층의 삶은 더 나을 뿐 아니라 더 길기도 하다”)에 등장한 세 명의 심근경색(1)환자들을 살펴보자.

작년 5월, 건축가인 밀리(Jean G. Miele) 씨는 맨하탄에서 친구들과 함께 7백 불짜리 (75만원!! 와, 부러워) 초밥으로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가던 중 가슴에 극심한 통증과 호흡 곤란을 느끼다가 쓰러졌다. 비슷한 시기, 운송 관리직 노동자인 윌슨(Will L. Wilson) 씨는 부르클린의 아파트에서 여자 친구와 그들이 갔던 무제한 뷔페식당 (뭐 이것도 괜찮지 ^^)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가슴에 뜨거운 다리미에 댄 것 같은 통증을 느끼고 침대로 쓰러졌다.

한편, 폴란드 출신의 가정부 고라(Ewa Rynczak Gora) 씨는 브루클린-퀸즈 간 고속도로변에 자리한 시끄러운 월세방에서 브릿지 게임을 하다가 갑자기 식은땀이 나면서 토할 것 같은 느낌을 경험했다. 이 세 사람. 어느 누구도 자신에게 이런 상황이 닥칠 거라고 예상치 못했고 세 명 모두 극심한 고통과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꼈다. 그런데 그 다음은?

밀리 씨 심장의 오른쪽 관상동맥이 막혀버렸던 그 순간, 함께 있던 두 명의 현명한 친구들은 택시를 불러달라는 밀리 씨의 의견을 묵살하고 구급차를 불렀다. 그 곳은 맨하탄 중심가였기 때문에 근처에는 최신의 응급 심장 치료 기술을 보유한 대형 병원이 두 군데 있었고, 구급 요원은 어디를 가고 싶은지 밀리 씨에게 선택하라고 했다. 그는 응급실이 번잡하기로 소문난 뉴욕 시립 벨레뷰(Bellevue) 병원을 지나쳐 상대적으로 부유층들이 잘 가는 뉴욕 대학 부속 병원 중 하나인 티치(Tisch) 병원을 선택했다. 밀리 씨는 병원 도착 수 분만에 각종 절차를 끝내고, 심근경색 치료의 표준이라고 알려진 혈관성형술을 받기 위해 수술대에 누울 수 있었다. 시술을 맡은 의사는 이미 2만 5천례의 임상 경험을 가지고 있는 54세의 심장전문의. 오후 3시 52분, 맨하탄 거리에서 증상이 발생한지 채 두 시간도 되기 전에 (이거 진짜 믿기 어려운 속도!!!) 그의 관상동맥에는 관이 삽입되고 막혔던 곳이 뚫리면서 다시 피가 흐르기 시작했고, 재발을 막기 위한 스텐트가 이식되었다. 밀리 씨는 각종 재활 프로그램에 대한 안내와 함께 이틀 만에 퇴원할 수 있었다.

53세의 윌슨 씨, 처음에는 자신이 심한 소화불량에 걸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자 친구가 우겨서 겨우 구급차를 불렀고, 구급 요원은 근처에 있는 두 군데 병원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 그 두 곳 모두 혈관성형술에 관한 주 인증이 없는 곳이었다. 윌슨 씨는 최 빈곤 지역들을 담당하는 병원인 우드헐(Woodhull) 메디컬 센터를 지나 브루클린(Brooklyn) 병원을 선택했고, 그 곳에서 혈전 용해 약물을 투여 받았다. 처음에는 좀 효과가 있는 듯했지만, 다시 혈관이 막혀서 결국 다음날 아침 맨하탄에 있는 뉴욕-장로 병원 웨일 코넬 (Weill Cornell) 센터로 옮겨져 혈관성형술을 받게 되었다. 윌슨 씨는 5일을 더 입원해 있었으며, 퇴원 시에는 밀리 씨와 똑같은 여러 가지 비싼 약들을 처방받았다.

고라 씨는 구급차를 부르겠다는 남편을 만류하며 보드카 한 잔과 소금물, 두 배 용량의 고혈압 약을 먹었지만 증상은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남편이 구급차를 불렀는데 그녀가 타지 않겠다고 우기는 바람에 작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구급 요원은 물어볼 것도 없이 그녀를 윌슨 씨가 거부했던 그 우드헐 메디컬 센터로 데려갔다. 그녀가 응급실에 도착한 것은 저녁 10시 반, 응급실은 매우 분주했고 당직 의사는 두 시간 후에야 나타났다. 그리고 나서도 몇 시간 동안 이러저러한 검사들이 이어졌고 항응고제와 항고혈압제가 투여되었다. 그녀의 증상은 사라졌지만, 추가 발생의 위험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심혈관 조영술이 필요했다. 이 병원에는 그런 설비가 없었기 때문에 앞서 밀리 씨가 거부했던 벨레뷰 병원으로 옮겨졌는데, 예상치 못한 고열 때문에 검사는 취소되었고 2주 동안 감염 치료를 받아야 했다. 끝내 그녀는 심혈관 조영술을 받지 못했고, 오히려 그 동안 모르고 있었던 내분비 질환, 무릎 관절 이상, 피부병들이 발견되는 바람에 심장병에 덧붙여 이들의 치료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녀의 주급이 331불 (약 40만원)이고, 그나마 직장에 완전히 복귀할 수 있을지도 불안한데, 이제 매달 80불의 본인부담금 고지서가 날아오고 약사는 그녀의 약제비가 보험부담 상한선까지 도달했다는 안내장을 보내왔다.

자, 돈이 얼마나 있고, 어떤 의료보험에 가입해있는지에 따라 선택의 폭과 그 결과는 이렇게 달라진다. 더구나 지금 4천만 명이 넘는 미국인들은 고라 씨 수준의 의료보험조차 없는 상황. 이것이 미국이다.
 

 

닥터 힘멜스타인을 만나서....


사정이 이렇다보니, 생각 있는 사람이라면 다들 한 마디씩 의료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뉴욕타임즈의 인기 칼럼니스트이자 나름 진보적인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아예 작정을 하고 요즘 시리즈 칼럼을 내보내고 있을 정도. 그는 미국 의료가 돈만 많이 들어가고 결과가 후진 것이 이데올로기와 사심 어린 이해관계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 뭐든지 민간이 좋고 정부가 개입하면 안 된다는 자유방임 이데올로기와 제약/병원 산업의 이해관계. 그는 지금의 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곧 대란이 벌어질 거라고 줄곧 협박 수준의 글을 날리고 있다.

한편, 올해 2월에 발표되어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한 논문(2)은 미국 내에서 연간 파산자의 절반 (약 2백만 명)이 의료비 때문에 파산 (소위 medical bankruptcy)하게 되었으며, 놀랍게도 그들 중 3/4는 처음 질병에 걸렸을 때 의료보험이 있던 사람들이었다고 밝혔다. 의료비는 자꾸만 오르고 회사에서 제공하는 보험 혜택은 갈수록 줄어드는데다, 질병 때문에 일자리를 잃게 되면 그나마 보험을 상실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그래서 저자들은 보험의 보장성을 대폭 강화하고, 특히 고용상태로부터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공적 보장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들이 바로 미국 내 국민건강보험(National Health Program) 도입 운동을 벌이고 있는 PNHP (Physicians for National Health Program; 국민건강보험을 위한 의사들) 회원들이다.

이들은 의사는 물론, 시민들에 대한 교육 활동, 관련 학술 논문 발표, 법안 발의 운동 등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데, 마침, 이 논문의 저자이자 PNHP의 핵심 회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힘멜스타인(David U. Himmelstein) 아저씨가 우리 동네 주민이다. 지난 3월 폴 스위지 추모 모임 때 한 번 본 적도 있고 해서, 직접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지난 5월 26일 오후, 그의 진료실이 있는 캠브리지 병원(Cambridge Hospital)을 찾아갔더랬다 (집에서 걸어가니까 겨우 10분 ^^). 아저씨, 꽁지머리에 캐주얼 차림으로 앉아 있는 품새가 아무래도 과거에 한 가닥 하는 히피였던 거 같다. 참고로, 이 날 인터뷰에는 나의 딸리는 지식(부끄 -.-)을 보완해주시고자 진짜(!) 보건정책 전공자이신 K선생님께서 동행하는 수고를 해주셨다. 지면을 통해 감사의 말씀을!
 

 

★ 우선, 미국 의료 제도의 특징을 간략하게 설명해주시면 좋겠어요.

☆ 재원과 관련하여 의료 보장부터 말씀드리자면, 크게 네 가지 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가 민간의료보험이죠. 보험료는 개인과 고용주가 분담하는데, 고용주의 분담이 법적으로 강제된 것은 아닙니다. 이를테면 저 같은 경우는 일하는 병원에서 전체 보험료의 70%를 내주고, 제가 30%를 부담하는데 어떤 기업은 100%를 부담하기도 하고 어떤 곳은 아예 한 푼도 안 내주는 곳도 있어요. 전체 미국인의 60% 정도가 민간 보험에 의존하고 있지요.

두 번째는 메디케어 (Medicare)라고, 사회보장세를 기반으로 정부가 장애인이나 65세 이상 노인에게 급여를 제공하는 건데 미국인의 약 8%가 여기에 적용받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아주 가난한 이들에게 제공되는 메디케이드 (Medicaid) 서비스가 있는데 이건 주 정부 예산에 연방 정부의 지원이 보태져서 시행되는 거죠. 메디케어는 전체 노인에게 해당하고 자신도 결국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에 정부 예산 증액에 비교적 호의적인데 비해, 메디케이드에 대한 미국인의 태도는 정말 인색해요. 예산 삭감의 단골 메뉴랍니다. 마지막으로 미국인구의 15%는 어떤 형태의 의료 보장도 받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편, 의료 기관 형태를 보자면 지방자치 정부가 소유한 공공병원, 주로 자선 활동에서 시작되었던 비영리 민간 병원, 그리고 영리 병원들로 구분할 수 있어요.
 

 

★ 소위 선진국들은 20세기 초반부터 어떤 형태로든 공적 의료보장 체계를 갖추어왔는데, 미국만 유일하게 예외잖아요. 이 차이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세요?

☆ 가장 중요한 이유는 조직화된 노동 운동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노동 운동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노동계급을 대표하는 정치 정당이 없었다는 게 심각한 문제예요. 특히 사회보장을 둘러싼 노동 계급, 노동자 운동의 분열은 정말 치명적이었지요. 이를테면 아무런 사회적 보호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어떤 기업이 자기네 노동자들한테만 아주 높은 수준의 의료보험을 제공한다고 생각해보세요. 당장 실업자가 되면 의료보험도 없어지는 판국이니 기업에서 하라는 대로 충실히 따르지 않겠어요? 노조들도 기업과 협상해서 이런 혜택을 하나라도 더 얻어내는 게 노조의 힘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고... (실제로 1910-20년대 AFL은 국민건강보험제도가 국가의 노동자 감시를 확대하고 노조의 조직력을 약화시킨다는 이유로 반대했다고 한다 ㅡ.ㅡ ) 그러니 단기 비용 측면에서는 분명히 더 부담이 되지만 노동 계급의 분할을 통해 얻는 이익이 상대적으로 더 크기 때문에 기업들이 공적 보장에는 적극 반대하면서 이런 민간보험 체계를 옹호했던 거지요.

또 다른 이유를 들자면, 미국에서는 1970년대부터 의료에 대한 개념이 달라졌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어요. 이전에는 기업들이 의료를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 무언가 다른 상품의 생산을 원활하게 만드는 부수적인 요인으로 바라보았던 데 비해, 이 때부터는 의료 자체를 공정화 된 하나의 생산품으로 바라보게 되었어요. 이로부터 각종 제약 산업과 병원 자본이 의료 제도와 정책에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죠.
 

 

★ 그래도 저는 잘 이해가 안 가는데, 이를테면 가까운 캐나다만 해도 미국 사회랑 크게 다를 게 없을 거 같은데 의료보장의 수준은 천지차이거든요.


☆ 그건 아니예요. 사회적 상황이 많이 달랐어요. 캐나다가 지금의 의료보장 제도를 가질 수 있게 된 데에는 토미 더글라스 (Tommy Douglas)(3) 같은 뛰어난 개인들의 역할도 컸지만 무엇보다도 사스캐치완(Saskatchewan) 주에서 사회주의 정당이 집권한 것이 결정적이었어요. 여기에서 강력한 공공 보험이 시작되었고 그 효과가 너무나 확실했기 때문에 다른 주에서도 이를 거부할 수가 없었던 거죠. 단 한 지역에서라도 노동자 정당이 집권했던 차이가 이렇게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 그럼 이제 PNHP 에 대해서 소개를 해주시겠어요? 언제, 어떤 계기로 모임이 시작이 되었는지....

☆ 우리가 모임을 결성한 건 1987년, 아주 강력한 반동의 움직임이 나타나던 시기였어요. 당시에 레이건 정부는 메디케이드를 비롯한 각종 빈곤층 지원 사업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있었거든요. 좀 회의가 들었던 것도 사실이예요. 이렇게 후진 제도를 그나마 지키자고 싸워야 하나... 그래도 워낙 공격이 거세다보니 이러면 안 된다는 상당한 수준의 공감대가 형성되었어요. 특히 의사들 사이에서는 의료보험 제도의 불합리함, 의료자본의 성장에 따른 의사들의 지위상실 등으로 불만이 팽배해 있었죠. 이 불만과 문제의식들을 진보적인 방향으로 조직화하는 게 우리의 과제였습니다.

여기에는 의사 사회가 고유한 통신망을 가지고 있다는 게 큰 도움이 되었어요. 이를테면 각종 학회지와 의사 신문, 학회 모임.... 온갖 방송과 신문이 반동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에도 우리는 이런 통로를 통해 우리의 의견들을 전파시킬 수 있었어요. 그리고 마침 선거를 맞이하여 여기 매사추세츠에서 의료보험에 대한 여론 조사를 실시했고 상당수의 의사들이 제도의 개선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죠.
 

 

★ 제 편견일 수도 있지만 의사들이 본래 정치적으로 보수적인데다, 사회활동에는 잘 나서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어찌 이런?

☆ 글쎄요. 제가 볼 때... 사회가 안정되어 있을 때에는 의사들이 대개 보수적인 성향을 띄죠. 하지만 일단 사회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면 의사들은 좌 혹은 우에서 극단적인 활동성을 보여 왔습니다. 나치 독일에서 가장 최전선에 나서 설쳐댔던 집단도 의사들이고, 칠레 혁명에서 가장 급진적인 활동을 벌였던 집단 중의 하나도 의사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일단 지식인들인데다가 사회의 여타 상류층과 달리 다른 사회 계층과 직접 접촉할 기회가 많기 때문에 각성의 기회가 많다는게 그 이유겠죠. (한국 상황을 보면... 글쎄올시다???) 미국의 68세대 중에서는 현실 속에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의사로 진출한 경우도 많이 있어요.
또 하나, 미국의 경우 가장 단시간 내에 자본화 된 산업 중 하나가 바로 보건의료 산업이예요. 이 속에서 의사들이 소자산계급 (petit bourgeois)에서 임노동자로, 뭐 실제 프롤레타리아라고 볼 수는 없지만, 급격한 지위 하락을 경험한 것도 큰 이유죠. 브레이버만 (Harry Braverman)의 책 『노동과 독점자본 Labor and Monopoly Capital』에 보면 미국 보건의료 산업의 자본화 과정이 잘 나와 있어요.
 

 

★ PNHP의 회원은 얼마나 되고, 연령, 성별 분포는 어떤가요? 설마 68세대 노친네들만?

☆ 전체 회원은 13,000명 쯤 되고, 성별 분포는 잘 모르겠는데 아마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연령대는 크게 세 집단으로 구분할 수 있어요. 우선 1930-40년대 비교적 사회주의 운동이 활발했던 시대를 경험한 세대, 제 어머니도 당시 공산당 활동을 하셨더랬죠. 그리고 68을 경험한 현재의 4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 세대, 제가 여기 해당합니다. 그리고 젊은 의사들과 의대생들. 우리는 특히 이들 젊은 세대를 모으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그래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면 학생들한테 여행 경비와 등록비등을 지원하기도 합니다.
 
 


★ 홈페이지 (http://www.pnhp.org/)에 자세히 나와 있기는 합니다만, PNHP의 주장을 간략하게 몇 마디로 정리해주시겠어요?

☆ 현재 개인과 개별 기업들이 민간 보험 회사와 계약에 의해 의료보험을 유지하고 그러다보니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윤 동기에 밀린 취약한 보장성은 물론이거니와 비용 부담 때문에 기업들의 보험 제공이 점차 줄어들고, 또 개별적으로 흩어져 있다보니 그 행정비용이 엄청나죠. 이걸 국민건강보험, 궁극적으로 누진적 조세를 통해 정부가 단일 보험자(single payer) 역할을 함으로써 소득과 관계없이 누구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행정 간소화를 통해 비효율성을 개선하자는 겁니다. 이렇게 되려면 민간 보험과 영리 병원들이 금지되어야겠죠.
 

 

★ 잉, 저기요. 여기 미국, 자본주의 사횐데... 어떻게 기업을 막 금지시키고 그래요?

☆ 안 될 게 뭐죠? 민간 보안/경비 업체들이 많이 있지만 여전히 소방서, 경찰서는 정부가 운영하고 있잖아요? 캐나다도 60년대까지는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처음으로 사회보험 운동이 시작된 게 1916년이었고, 실제로 이를 도입한 건 67년, 그것도 그나마 한 주에서 시작되었죠. 전국적으로 국민건강보험법이 통과된 것은 71년이예요. 50년도 넘게 걸린 거죠. 이게 쉽다고 이야기하는 건 아니지만, 못 할 일은 아니라는 겁니다.
 

 

★ 이에 대한 각계(!)의 반응이 궁금한데요.

☆ 우선, 민간 의료보험 기업과 의료 자본의 반응이야 뭐 분명하죠. 이를테면 지난 2000년에 여기 매사추세츠에서 우리를 비롯한 여러 단체들이 주 정부를 단일 보험자로 하는 의료보험법안을 통과시키려고 했었는데, 병원 자본, 제약회사, 보험회사들이 똘똘 뭉쳐서 강력한 반대 활동을 벌였어요. 당시에 우리가 홍보에 쓴 돈이 2만 달러였는데 이들은 6백만 달러를 썼답니다. 결국 투표에서는 겨우 2% 차이로 법안 통과가 저지되었죠.
 

 

★의사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특히 AMA(American Medical Association, 미국 의사협회) 같은 단체는...

☆ 여론 조사 결과에서 나타나듯, 의사 사회에서는 국민 건강보험에 대한 찬성이 이미 대세를 이루고 있어요. (실제로 학술 잡지에 이러한 결과들이 여러 번 발표되었음) 그리고 AMA의 경우, 미국 의사를 대표하는 조직이라고 볼 수는 없어요. 일단 이 조직은 대개 개업 의사들로 구성된 데다 비즈니스 성격이 매우 강하고 그야말로 반동 조직이라고 보면 되요. (참고로, 작년에 공화당 기부 1위를 AMA가 차지했다. 이들의 흰 가운에 둘러싸여 부시가 연설하던 걸 기억하면 우웩~). 물론 여기 회원들도 현재의 의료체계에 대한 불만은 많아요. 하지만 이들이 원하는 것은 50년대, 의사들이 살기 좋았던 그 시대로 돌아가는 거랍니다. (이 마당에서 맞장구를 치지 않을 수 없었으니, “맞아요. 한국의사들이 원하는 게 바로 그거예요”) 그래도 우리 의견에 공감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어요. 얼마 전에 제 파트너가 이 이슈를 가지고 AMA 총회에서 강연을 했는데 끝나자 절반은 일어서서 박수를 치고, 나머지 절반은 그대로 앉아 있었다고들 하더군요. 적어도 절반은 여기에 호의적인 거죠.
 

 

★ 네.. 그럼 다른 기업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신문에 보면 GM 같은 회사는 직원들 의료 보험료 때문에 자기네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투덜대던데... (통계를 보면, GM 자동차 한 대 가격 중 1500불이 직원 의료보험료에 해당한단다)

☆ 이게, 생각만큼 단순한 문제가 아니예요. 기업들의 태도는 양가적이죠. 의료보험에 지출하는 경비가 엄청나기 때문에 지금의 민간의료보험 방식에 불만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본들 간의 연대라는 게 있잖아요. 인적으로나 물적으로 이들은 긴밀하게 얽혀있습니다. 지분을 가지고 있다던가, 직접 투자를 하고 있다던가, 하다못해 동창회 가면 다들 만나는 사이잖아요? 또 월마트를 비롯하여 상당수의 기업들은 현재 의료보험을 제공하지 않거나 축소하는 추세에 있는데, 이들에게는 국민건강보험이 오히려 새로운 짐이 되는 거죠. 이런 점에서 보건의료산업+보험자본 대(對) 다른 산업 이렇게 이분법으로 나눌 수는 없습니다. 기업들이 일방적으로 우리 편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거죠.
 

 

★ 이 운동이 성공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뭐라 할 수 있을까요?

☆ 앞서도 지적했지만 전체적인 진보 운동의 허약함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어찌 보면 지금 보건의료분야가 그나마 가장 선진적인 분야라니까요. 자본의 이데올로기와 전술은 놀랄 만큼 강력한데 비해 진보 진영, 특히 선도적인 역할을 해나가야 할 AFL-CIO가 심하게 분열되어 있어요. (그러면서 AFL-CIO 간부의 사례를 들어 어쩌구저쩌구... 사람 이름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헷갈려 도저히 받아쓸 수 없었음. 독자들께 죄송 ㅜ.ㅜ)
 

 

★ 그렇다면 향후 이 운동의 전망에 대해서는 어떻게 예측하고 계신지요?

☆ 우리는 매우 낙관적입니다. 또 그래야 하고... 우리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낙관을 갖는 데에는 크게 세 가지 정도 근거가 있습니다. 우선, 현재의 상황이 너무나 불안정하여 더 이상 지속 불가능한 한계 지점까지 왔어요. 급격히 좋아지던가, 혹은 나빠지던가... 어떤 형식으로든 변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이야기죠. 두 번째로, 의료보장 뿐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보장에 대한 공격이 상당히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주장이 그 어느 때보다 폭넓은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를 어떻게 조직해내느냐가 이 운동의 성패를 가르겠죠. 그게 우리의 임무이고...
 

 

★ 조금 다른 주제를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현재 한국 정부가 의료기관의 영리법인 허용을 추진하고 있거든요. 사실, 영리병원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저로서는 상이 잘 안 그려져요. (솔직하게는, 지금의 병원들이 영리가 아닌데도 그 정도인데, 영리기관으로 바뀌면 도대체 뭘 더 얼마나 하겠다는 건지...) 여기에 대해서 좀 이야기를 해주세요.

☆ 의료의 질에 관해서라면 결론은 명백합니다. 영리 병원이 비영리 기관들에 비해 환자의 사망률이 유의하게 높아요. 여러 가지 다른 요인들을 고려하고 나서도. 특히 인건비 절감을 위한 전문 인력의 축소가 중요한 기여를 한다고 봐요. 이를테면 간호 인력은 훨씬 적은데 비해 행정인력 비중이 높은...

또한 비용 면에서도 영리 병원이 훨씬 낭비 요소가 큽니다. (그의 논문에 의하면 영리 병원은 비용 최소화 장치 cost minimizer 라기 보다 이윤 최대화 장치 profit maximizer) 투자자에게 돌아가야 할 이윤이 확보되어야 하는데다, 고위 간부들에게 높은 보너스도 지급해야 하고, 행정 비용이 훨씬 많이 들죠. 그러다보니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환자의 중증도를 높이 평가해서 진료비를 많이 청구하는 경향이 있어요. 이를테면 폐렴 환자를 중증도에 따라 단순, 중등, 복잡형으로 구분하여 포괄수가제 (DRG: Diagnosis-related group)를 적용하는데, 가급적이면 환자를 복잡형으로 평가해서 수가를 많이 받는 식으로 한다는 거죠. 또, 투자설비에 들어가는 감가상각비를 높게 계상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부수적인 수입 창출을 위해서 포괄수가제 적용을 받지 않는 부설 요양센터나 재활 센터를 만들어놓고 환자를 그 쪽으로 후송하는 방법을 쓰기도 하죠. (뿐만 아니라, 다른 자료에 보면 허위 청구로 수백만 달러의 법정 소송에 걸려 있는 병원들 대부분이 영리 병원이라는... ㅡ.ㅡ ) 환자를 “돈이 되는 환자”와 “돈이 안 되는 환자”로 구분하는 것 또한 만연해 있습니다. 그리고 가급적 응급실을 운영하지 않는데, 대개 응급 상황이나 사고라는 게 가난한 사람, 보험이 없는 사람들한테서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예요. 새로운 영리병원들은 대개 비영리 병원들 근처에 자리를 잡고 돈 안 되는 환자들은 여기로 보낸 다음 정형외과나 심장내과 같은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으로 일을 하죠. (관심 있는 독자는 추가로 아래의 논문(4)들을 참조하세요).
 

 

★ 근데, 돈을 많이 벌어오라고 병원에서 쪼아대면 임상적 자율성이 침해된다고 의사들이 반발할 것 같은데, 반응은 어떤가요?

☆ 의사들이 불만이 있는 건 사실이죠. 하지만 비영리 병원이라고 해서 특별히 더 관대한 것도 아니예요. 돈 벌어오라고 쪼아대기는 마찬가지죠. 우리는 이걸 뱀파이어 효과라고 부르는데, 영리병원의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들의 등장으로 인해 병원이 돈을 벌어야 한다는 비즈니스 마인드를 촉진하는 상황이 진짜 위험한 겁니다. 여기 캠브리지 병원은 공공병원이라 상대적으로 덜하기는 하지만 그런 분위기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가 없어요. 그리고 영리병원의 상당수에서 의사들 스스로가 투자자로 참여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단순하게 해석하기는 곤란해요.
 

 

★ 한국에 영리 병원이 허용되고 미국의 병원 자본이 침투하면 그 시작은 미약하더라도 장기적인 영향은 클 것 같은데요. 지금의 국민건강보험 체계도 위협받을 것 같고... 무엇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세요?

☆ 우선 의료 이용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공적 보장체계가 흔들리면서 사회적 연대에 심대한 타격을 주게 될 것입니다. 미국의 경험을 보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잖아요. (정말 슬픈 이야기... ) 그리고 제 생각에는 “의료도 역시 상품”이라는 믿음이 고착된다는 점이 가장 위험한 문제라고 봅니다. 여기서부터 많은 문제들이 시작되죠. 며칠 전 뉴욕타임즈 기사 보셨어요? 인공심박동기의 제조 결함 때문에 젊은 환자가 죽었잖아요. 회사는 기기에 가능성을 미리 알고도 의사한테 알려주지 않았어요.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매우 낮다는 둥, 재수술하는 게 더 위험하다는 둥... 의료도 그냥 여러 가지 상품 중에 하나인 거예요. 불량품도 가끔 나오는...
 

 

★ 어쨌든, 의료 문제를 넘어서 여기 PNHP 활동의 성공 혹은 실패가 이 사회에서 갖는 의미가 정말 클 거라고 생각해요. 다른 사회, 특히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이고... 이런 면에서라도 이 운동이 꼭 성공했으면 좋겠습니다. 긴 시간 질문에 답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저 역시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또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1) 심장은 우리 몸의 펌프로서, 혈관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이 우리 몸 구석구석에 전달시키는 일을 한다. 심장도 일을 하려면 다른 장기와 마찬가지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아야 하는데, 이를 맡는 혈관이 관상동맥. 그리고 동맥경화증 등으로 인해 관상동맥이 막혀서 심장 근육에 산소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고 심장 근육이 파괴되는 상태가 바로 심근경색인데, 제 때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르는 매우 위중한 질병이며 미국인들에게는 가장 흔한 사망 원인 중 하나이다. 막힌 혈관을 뚫어주기 위해서는 혈전 용해제를 쓰거나 혈관성형술을 시행해야 한다. 이는 가느다란 관을 혈관에 삽입하여 좁아진 관상동맥을 넓히고 다시 좁아지지 않게 스텐트를 이식하는 시술로서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2) “Illness and Injury as Contributors to Bankruptcy,” Himmelstein et al, Health Affairs Web Exclusive, February 2, 2005(www.pnhp.org/bankruptcy/uninsured.html)

 

(3)marishin 님의 블로그 참조

 

(4)사망률 : Devereaux PJ et al. A system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studies compaaring mortality rates of private for-profit and private non-for-profit hospitals. CMAJ 2002;166(11):1399-406 . 비용 : Devereaux PJ et al. Payment for care at private for-profit and private non-for-profit hospitals: a systemic review and meta-analysis. CMAJ 2004;170(12):1817-24, Woolhandler S, Himmelstein DU. The high costs of for-profit care. CMAJ 2004;170(12):1814-15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청년도반 2006-11-26 0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5년 5월부터 2006년 5월까지 약 1년 간 총 12회에 걸쳐 <민중언론 참세상>에 연재되었던 홍실이 님의 글이다. 국내에는 아직 낯선 "보건의료" 분야를 생생한 인터뷰와 필치로 솜씨있게 소개하고 있다. 첫번째 글을 비롯한 몇 개의 글은 보건의료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서 제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