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국가인권위원회 5년 평가와 과제 ②]

국가인권위 인권피해 구제기능의 형식화에 대한 우려

“인권침해 구제는 국가인권위 본연의 업무”

 

 
신수경
 
 
인권·사회단체들의 투쟁으로 설립된 국가인권위원회(아래 국가인권위)가 5주년을 맞았다. 당시 인권단체들은 민간법인을 주장하는 법무부로 대변되는 보수 세력과 대치하면서 헌신적인 투쟁을 통해 인권기구의 국가기관화를 관철시켰다. 인권전담 국가기관으로서의 국가인권위 설립은 구조적으로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가 많은 우리 현실에 인권침해를 구제하고 예방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래서 국가인권위를 평가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인권침해 또는 차별행위 구제기관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것이 국가인권위 설립의 본질이며 국가인권위가 국민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토대이다.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국가인권위는 그래도 마지막에 기댈 수 있는 곳이다. 소송 등은 경제적 여유가 되지 못해 힘든 상황에서 간이하고 신속하게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곳, 진정인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어줄 곳이라는 기대와 희망으로 국민들은 국가인권위를 찾아간다.

사진설명장애인들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 국가인권위에 진정하고 있는 장애인들<출처; 프로메테우스 강서희 기자>


그러나 이러한 진정인들의 기대와는 달리 실상은 국가인권위 진정건 중 각하 또는 기각이 전체 진정사건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결과로 국가인권위의 인권침해 또는 차별행위의 피해 구제기능의 형식화에 대한 우려가 높다. 이번 글에서는 국가인권위 진정사건 현황과 구제기능의 문제점, 구제기능의 실질화를 위한 과제를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5년간 진정사건 현황

올 6월로 국가인권위에 진정한 건이 2만 건을 넘어섰다. 1년에 평균 약 4천 건 이상의 진정이 접수된 것으로 국가인권위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기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국민적 기대와 달리 2006년 8월 31일자로 국가인권위에 접수된 전체 20,654건의 진정 중 각하 13,384건(전체 진정건수 중 68.9%로 이중 인권침해는 10,256건, 차별은 1,559건)과 기각 4,576건(전체 진정건수 중 23.6%, 이중 인권침해는 4,109건, 차별은 387건)은 권고와 피해구제 등이 인용된 진정 846건에 비해 현저히 높다.
 
 


국가인권위 구제기능의 문제점

국가인권위원회법을 볼 때 진정 조사에 대한 근본적인 한계는 물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수치만을 가지고 무조건 국가인권위만을 비판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각하와 기각사건들에 대해서 국가인권위가 법 상의 한계만을 논하며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문제다. 특히 국가인권위가 진정사건과 관련된 회의와 회의록 등을 철저히 비공개로 하고 있어 인권단체 입장에서는 그 내용과 실체를 파악하기조차 쉽지 않다. 또 국가인권위는 각하 또는 기각의 국가인권위원회법상 사유별 통계는 제공하고 있지만 이 부분만을 가지고는 인권침해가 월등히 높은 문제의 원인은 제대로 진단할 수 없다. 인권침해의 구조적인 문제, 혹은 새로 제기되는 인권침해 영역 등에 대해서는 정보조차 공유하고 있지 않는 것이 문제다.
 
 


각하 또는 기각 원인별 문제점

각하 또는 기각의 원인별 몇 가지 문제점과 그 원인을 살펴보면,

첫 번째로 진정인이 조사를 원하지 않거나 진정을 취하한 경우다. 이 경우가 2006년 9월 30일 현재 각하진정의 10,419건 중 3,299건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진정 취하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겠으나 국가인권위의 신속한 구제조치가 늦어짐으로 인해 구제의 실효성이 떨어져 진정을 취하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인다. 국가인권위의 연도별 진정사건 처리소요일수는, 침해사건의 경우 174일, 차별사건의 경우 163일로 나타나고 있다. 많은 진정인들이 국가인권위가 피해 구제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한다고 여긴다면 국가인권위의 설립 이유에 대해서도 공감하지 못하는 것과 똑같은 맥락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원인과 구제방안이 시급히 수립되어야 한다.


두 번째, 국가인권위는 구제절차 진행 중인 사건, 즉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 당연 각하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은 재판의 원인이 아닌 사안으로 진정을 해도 각하하고 있어 국민의 진정권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 물론 이 부분은 국가인권위가 사법부와 관련된 권고에는 지극히 소극적인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법 상의 한계점도 아닌 이유로 진정인이 피해구제를 받지 못하는 것을 국민들로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세 번째, 경찰의 수사과정과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대한 진정의 각하이다. 인권침해 기관 중 피진정이 많이 되는 기관은 경찰과 검찰이다. 이 중 경찰에 대한 진정은 부당수사, 편파수사, 인격권 침해, 가혹행위 등으로 인한 진정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검찰에 대한 진정은 편파수사, 불공정 불기소 등에 대한 진정이 다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1기 국가인권위는 이 부분에 대해 몇 차례 논의를 통해 결국 제32조 제1항 제1호와 제5호(*)를 근거로 각하 결정을 내려 이 부분에 대한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어떠한 구제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국가인권위는 진정사건의 내용을 파악해 세부적으로 분류한 이후 검토를 통해 피해구제를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네 번째, 진정사건이 사실이 아님이 명백하거나 사실이라고 인정할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에 따른 기각이다. 이는 국가인권위의 증거 중심의 수사기관과 같은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경찰, 검찰의 직권남용에 의한 인격권 침해, 폭력이 수반되지 않은 가혹행위 등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증거를 갖추기 힘들다. 그리고 차별행위 중 성희롱의 경우는 증인확보도 어려워 대부분 피해자의 진술에 의존하게 되는데, 이를 수사기관과 같이 증거의 유무로 판정하고 조사와 구제에 적극적이지 않는 것은 확실히 문제다. 이의 해결을 위해서는 조사기법에 대한 개발과 연구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다섯 번째, 관련 진정은 기각하고 대신 정책권고로 결정한 진정건에 대한 문제가 있다. 물론 국가인권위가 진정은 각하하고 전향적으로 정책 권고를 한 사회보호법 폐지, 국가보안법 폐지와 같은 건도 있다. 하지만 관련정책만 권고하고 원인이 된 진정을 기각하는 것은 국가인권위가 피해구제라는 본연의 임무를 외면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여섯 번째, 국가인권위가 인권기준 외의 기준으로 진정사건을 각하, 기각하는 경우의 문제이다. 인권활동이 전무한 사람 혹은 인권감수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일부 사람들로 국가인권위 위원들이 구성되면서 법적인 잣대나 외부의 평가 등에 따라 국가인권위가 피해구제 업무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들이다. 특히 국가인권위 사무처에서 상임위원회나 전원위원회에 인용결정을 올려도 상임위나 전원위는 여러 가지 다른 이유로 진정을 각하 또는 기각하였다. 단적인 예로, 최근 2006년 10월 23일 제20차 전원위원회에서는 ‘혼인여부 등을 이유로 한 재화용역 공급차별-공무원 맞춤형 복지제도의 가족점수 차별’과 관련해 배우자에게 더 큰 점수를 주는 것을 미혼자들에 대한 차별이라고 볼 수 없다며 권고치 않기로 결정했다.
 
 


구제기능의 실질화를 위한 국가인권위

국가인권위 본연의 업무는 인권침해 또는 차별행위에 대한 피해구제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충실히 하기 위해서는 국가인권위에 진정된 사건들에 대한 충실한 피해구제 방안들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자세와 태도가 필요하다.


우선 국가인권위는 인권기준에 따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 국가인권위가 국제인권법에 따른 결정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법 질서에 맞춘 듯한 비인권적인 결정을 하기도 하는데, 이는 앞으로 철저히 지양되어야 한다. 그리고 국가인권위는 인권감수성을 가지고 진정인의 눈높이와 입장에서 경청하고 이를 구제하기 위해 실효성 있는 조사기법을 개발해 적용해야 한다. 그리고 조사인력을 대폭 확대해 이 부분에 대한 역량을 확대해나가야 한다.


또 각하사건을 줄이고 피해구제기능을 확대하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법을 개정해야 한다. 국가인권위 설립 당시 진정사건의 원인이 된 사건 기한을 1년으로 규정한 것은 당시 검찰, 경찰과의 업무중복에 따른 혼란이 예상되어 기한을 둔 것이지만 이제는 그러한 문제가 없는 만큼 기한을 일정기간 늘려 개정해야 한다.


국가인권위 5년을 맞으며, 피해구제의 형식화에 대한 우려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국가인권위가 국민에게 뿌리내리려면 피해구제기능을 단순히 여러 업무 중의 하나로 여겨서는 안 된다. 각하 또는 기각되는 진정의 원인에 대한 파악과 해결을 위한 노력과 함께 국가인권위원회의 설립 자체가 우리 사회에 어떤 억지력을 가지고 있는지 국민들과 계속 교감해야 한다.


 
(*) 제32조 (진정의 각하 등) ① 위원회는 접수한 진정이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진정을 각하한다.
1. 진정의 내용이 위원회의 조사대상에 해당되지 아니하는 경우
5. 진정이 제기될 당시 진정의 원인이 된 사실에 관하여 법원 또는 헌법재판소의 재판, 수사기관의 수사 또는 그 밖의 법률에 따른 권리구제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종결된 경우. 다만, 수사기관이 인지하여 수사 중인 형법 제123조 내지 제125조의 죄에 해당하는 사건과 동일한 사안에 대하여 위원회에 진정이 접수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덧붙이는글
 
신수경 님은 새사회연대 정책기획국장입니다.
 
 
 
 
인권오름 제 33 호 [입력] 2006년 12월 12일 19: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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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국가인권위원회 5년 평가와 과제 ①]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기준 설정기능의 성과와 과제

자유권 영역을 중심으로

 
 
이호중
 
<편집인주>
국가인권위가 설립된 지 5년이 흘렀다. 국가인권위원회의 등장은 우리 사회의 인권현실과 인권운동에 있어 획기적인 한 획을 그은 ‘사건’이었음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설립에 인권운동은 헌신적인 노력과 열정을 기울였다. 인권활동가들의 투쟁과 열정이 있었기에 현재와 같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존재할 수 있었을 것이라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운동에 그리 반가운 존재만은 아닌 것 또한 사실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출범 당시부터 법 중심주의, 소극성, 폐쇄성, 관료성 등 몇 가지 문제점에 대해 인권단체들의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다. 인권단체들은 때론 국가인권위원회와의 협력을 통해, 또 때론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한 견제와 비판을 통해 관계를 구축해왔다. 이러한 현실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 5년간 국가인권위원회는 크게 두 줄기로 △인권제도 및 정책에 관한 기준설정과 △인권침해에 관한 구제기능의 역할을 해왔다. <인권오름>에서는 이 두 가지 측면을 중심으로 지난 5년간 국가인권위원회가 왔던 길을 평가, 점검해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전망해보고자 한다. 또한 인권운동의 입장에서 국가인권위를 견인․견제하는 하기 위한 고민과 과제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총 3회의 기획을 통해 지난 5년간의 국가인권위원회의 평가와 과제를 모색해본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설립된 지 5년의 시간이 흘렀다. 인권옹호기구로서 그리고 인권정책의 선고기관으로서 국가인권위의 주된 역할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부문에서 인권기준을 설정함으로써 ‘인권의 관점’에서 국가기관의 정책결정과정을 선도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국가인권위는 진정이 제기된 인권침해사건에 대하여 개별적인 구제조치를 강구하는 것 못지않게 그 안에 배태되어 있는 인권문제를 우리 사회의 정치․경제․문화적 맥락에서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그것을 인권정책의 과제로 이끌어내려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아래에서는 자유권 영역에 대하여 국가인권위의 인권정책 기능의 성과와 문제점을 개괄적으로 짚어 보고자 한다.
 
 


굵직한 현안들

지난 5년, 국가인권위는 나름대로 우리 사회의 굵직한 인권현안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의견표명과 정책권고를 내놓았다.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 사회보호법 폐지 권고, 사형제 폐지 권고, 양심적 병역거부권과 대체복무제도 권고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 의제들은 시민사회에서 이미 공론화되어 있었고 국제인권기구들이 주목하고 있었던 사안들이기도 하였다. 그러한 만큼 국가인권위도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여 다양한 조사와 연구를 진행하였고 법률적인 측면 외에 사회정치적인 맥락 등 다양한 각도에서 인권의 관점을 부각시키려고 노력한 점은 비교적 높게 평가할 만하다.


그 결론은 예상대로 시민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권고 이후의 인권위의 역할은 무엇이었는가? 2005년에 사회보호법이 폐지된 것을 제외하면 위 4개의 권고사항 중 나머지는 아직 이행되지 않았다. 지금도 현안으로 남아 있는 국가보안법, 사형제, 양심적 병역거부권의 이슈들은 하나같이 쉬운 과제가 아니다. 이것은 국가권력의 억압적 속성이 짙게 배어 있어 쉽게 그 장막을 걷어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정치세력들의 이해관계가 충돌을 빚는 문제들이기도 하다. 그럴수록 실천을 위한 추동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인권위는 이들 권고를 내놓기까지 너무 더디다는 비판을 들을 정도로 신중한 자세를 취했지만, 정작 더 큰 문제는 권고를 내놓은 이후 국가인권위가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들 현안에서 국가인권위의 역할은 정치적 대립으로 변질된 문제지형을 ‘인권의 담론’으로 선도하는 것이어야 하며, 이는 시민사회의 인권운동과의 연대 속에서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사항이다. 법원의 판사가 재판하듯이 권고 하나 내놓고 끝낼 문제가 아니다.


한편, 자유권의 다른 영역에서 인권위의 인권정책적 의제설정기능은 전반적으로 매우 미약했다. 국가인권위는 법령이나 제도, 관행 등에 대하여 다양한 경로로 정책개선권고를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그러한 권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인권의 개선과 증진을 선도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였다.


우선 국가인권위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하는데 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여러 가지 예를 들 수 있겠지만, 두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하나는 과거청산에 관련한 국가인권위의 역할이다. 지난 몇 년 간 우리는 과거의 불행했던 역사와 국가권력의 인권침해에 대하여 겨우 조사에 착수할 수 있었다. 과거청산을 어떠한 방식으로 승화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아직 실천적 합의가 분명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다. 국가권력의 반인권적 억압과 제도화되었던 폭력의 피해자들에 대하여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하여, 예를 들어, 피해배상의 문제, 인권침해 행위자의 처벌의 문제, 억울하게 범법자로 몰린 인권피해자의 구제를 위한 재심의 문제 등에 대하여 인권위는 사회적 공론을 주도할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또 하나는 사법개혁의 문제이다. 우리는 사법개혁의 논의과정이 사법의 민주화라든가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논의구조를 형성하지 못하고 판사와 검사, 변호사 집단의 조직이기주의 타협으로 전락하였음을 잘 알고 있다. 사법개혁의 논의과정에서 국가인권위는 완전히 국외자로 남아 있었다.
 
 


인권실천을 위한 일상적 노력의 미흡

굵직한 인권현안들만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사회 여러 부문에서 진정이 제기된 인권침해사안들에서 인권기준을 차곡차곡 정립해 나가고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정책아이템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하여 국가기관의 정책형성에 반영하도록 리드해나가는 것 또한 국가인권위 본연의 의무일 것이다. 여기에서는 인권침해사건의 구제기능과 정책권고기능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몇 가지 영역을 둘러보자.

우선 구금시설 분야를 보면, 인권위의 진정사건 결정이나 제도개선권고, 의견표명 등을 통하여 다른 영역보다 비교적 많은 개선이 이루어졌다. 징벌제도의 개선이나 가죽수갑과 사슬의 폐지, 집필사건허가제의 폐지 등을 주요 성과로 꼽을 수 있다.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5년간의 경향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도 노출되고 있다. 구금시설은 공무원 개인의 권한남용보다는 행형법령과 제도 자체가 인권침해의 소지를 않고 있는 경우가 매우 많다. 침해사건의 개별적인 구제와는 달리 정책권고를 하려면 해당 인권침해의 문제가 행형의 전체 맥락 속에서 차지하는 지점을 정확히 짚어내고 개선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구금시설에 관하여 정책개선권고의 결정문을 들여다보면, 구금시설의 인권현황에 대하여 짚어야 할 문제점을 정확히 알지 못하거나 회피해 버린 듯한 사례들을 다수 찾아볼 수 있다.


국가인권위는 진정사건에 대하여 철저하게 ‘인권’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의 권고는 실정법을 그대로 전제하는 태도,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례를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시설이나 예산 등 구금시설의 열악한 현실을 개혁의 대상으로 삼아 고민하기 보다는 현실적인 제약조건을 지나치게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밀수용의 문제라든가 의료권의 침해문제에 국가인권위가 매우 소극적으로 대응해 온 것은 이러한 경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검찰/경찰 등 수사과정에서의 인권침해 문제를 다룰 때에도 국가인권위는 주로 공무원 개인의 권한남용의 문제로 접근해 왔다. 집회현장에서의 과잉진압이나 긴급체포의 문제, 적법절차의 위반 등의 사례에서 기껏 내놓는 권고들은 권한남용 행위를 한 공무원의 징계나 인권교육을 권고하고 기관장에게 재발방지를 경고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반면에 경찰관의 과잉진압의 배후에 놓여 있는 잘못된 관행과 구조적인 맥락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이 없는 듯하다.


자유권 분야에서 이러한 경향은 한 마디로 말하면 법실증주의적 접근이라고 말할 수 있다. 국가인권위의 접근법이 지나치게 실정법 중심 혹은 법률주의 관점을 차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국가인권위의 결정이 실정법에 안주하는 태도로 나타난다. 실정법을 뛰어넘는 인권중심적 문제제기와 비판적 사고가 위축된다. 국가인권위는 점점 법원의 판결에 닮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법원의 판결문을 패러디한 「주문-이유(당사자 주장-판단)」의 형식을 취하는 인권위 결정문 자체도 그렇거니와, 실정법에 기대어 실정법을 그저 잘 준수하라는 식의 권고는 정책권고의 중심에 있어야 할 ‘인권의 문제’를 희석시키는 효과를 낳게 된다. 필자가 보기에, 국가인원위 제2기의 출범과 팀제 개편 이후 이러한 법률주의적 경향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인권위의 결정이 사법부의 그것처럼 실정법을 전제로 하는 것은 국가인권위가 사법부의 권리구제기능과는 다른 차원에서 기능하는 것임을 망각한 처사이기에 매우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기대와 역할

인권위의 출범은 시민사회·인권단체, 인권전문가 그리고 인권피해자의 목소리까지 포괄하는 인권공동체를 실현한다는 구상을 담고 있었다. 이것은 인권위가 시민사회의 제 진영과 함께 우리나라의 인권상황에 관한 인식을 공유하는 가운데 인권정책의 과제를 지속적으로 실천하도록 국가기관을 견인하는 구심점의 역할을 하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한편으로는 시민사회와 소통하지 못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기관의 실천을 견인해내지 못한다면 인권위가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국가인권위는 사법부의 판결과는 달리 모든 국가기관에 대하여 필요한 구제조치를 권고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이것은 인권침해를 유발하는 법과 제도, 관행, 물적 조건 등에 대하여 모든 필요한 방책을 강구하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국가인권위의 결정이 위와 같이 사법부의 판결을 닮아가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국가인권위의 독자적인 인권기준설정기능과 정책개선기능을 약화시키고 장기적으로는 국가인권위의 총체적인 기능에 의문을 갖게 만든다.


국가인권위가 제자리를 찾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국가인권위의 가장 중요한 책무와 역할은 인권위가 인권문제에 관하여 포괄적이고 다양한 접근을 통해 인권의 기준을 설정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적 담론의 영역에 인권법적 준거를 제시한다는 점에 그 핵심이 있다. 이 점에서 국가인권위의 정책권고는 헌법재판소나 법원의 결정과 차별화될 수 있으며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거스르는 도전이 가능해진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국가인권위는 현재처럼 실정법 중심의 규범적 가치판단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인권침해가 발생하는 사회구조적 맥락과 조건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고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분석을 토대로 할 때 국가인권위는 법령의 개정이나 제도의 개선에 기준이 되는 가이드라인을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적 담론의 장에 던져줄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국가인권위가 사회 각 영역에서 인권의 문제를 제기하는 인권단체 등과 긴밀한 협력관계 속에 위치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덧붙이는글
이호중 님은 한국외대 법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인권오름 제 32 호 [입력] 2006년 12월 06일 20: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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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호 승무원들 천막농성 돌입

“철도공사, 비정규직 저항 막으로 예고 없이 위탁화”

 

이꽃맘 기자 iliberty@jinbo.net
이정원 기자

새마을호 승무원, “철도공사 거짓말에 더 이상 당할 수만 없다”

철도공사가 KTX 승무원에 이어 새마을호 승무원에 대해서도 외주위탁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열차지부 소속 새마을호 승무원들은 15일, 총회를 진행하고 17일 오후 2시부터 서울열차승무사업소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새마을호 승무원들은 15일 기자회견을 갖고 “철도공사의 갖은 술수와 거짓말에 더 이상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라며 “반드시 고객의 안전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승무원으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힘차게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철도노조 투쟁 수위 높여가

철도공사는 지난 11월 28일부터 30일까지 새마을호 승무원들에게 계약만료통보서를 우편발송하고 “KTX관광레저에서는 현재 근무 중인 새마을호 승무원 전원에 대해 본인이 희망할 경우 정규직 승무원으로 고용할 예정”이라며 해고를 전제로 전적을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다.

철도공사는 지난 3월 자회사인 KTX관광레저로 새마을호 승무업무 위탁 협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기간은 1년으로 되어 있다. 결국 철도공사는 현재의 새마을호 승무원들을 위탁업체 정규직으로 재고용하겠다고 얘기하지만 위탁업무 자체가 1년 계약으로 되어있어 승무원들은 1년 마다 고용불안을 느껴야하는 상황인 것이다.

또한 KTX관광레저는 현 승무원들이 전적의사를 다 밝히지도 않은 지난 12월 1일 새마을호 승무원 채용공고를 낸 상황이다. 이에 대해 새마을호 승무원들은 “철도공사가 새마을호 승무원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승무업무를 외주화하겠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정원 기자

기자회견에서 새마을호 승무원들은 “비정규직들이 저항하지 못하도록 철도공사는 예고 없이 외주위탁을 시행하고 있다”라며 “새마을호 승무업무 외주화 저지 투쟁은 승무원들만의 투쟁이 아니라 철도노조 전체 노동자들의 투쟁이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철도노조 운수분과는 15일부터 본선열차승무 쟁의복 착용을 시작으로 17일 전동차 차장 쟁의복착용 등으로 투쟁수위를 높여갈 계획이다.

새마을호 승무원들은 17일,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철도노조
철도공사, 새마을호 승무원 외주위탁 강요
새마을호 승무원들도 외주위탁 반대투쟁 나섰다
철도공사, 새마을호 승무원도 외주위탁 방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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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뉴스] 2007년 행복하게 일하겠습니다!

KTX승무원 철도공사 직접고용 촉구 2700인 선언

 
 
이정원기자 samakeun@jinbo.net

12월19일 서울역 광장에서 KTX승무원 철도공사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2000인 선언대회가 열렸다.
당초 2000인 서명이 목표였으나 KTX승무원 직접고용과 연내 해결을 바라는 이들의 서명이 이어져 2700명이 훌쩍 넘었다.


이날 백기완 선생님은 "이철이 이곳에 나온적이 없지 않느냐! 이철은 빨리 나와서 빠른열차 승무원들의 염원을 들어줘라!"는 여는 말씀으로 참석자들의 환호와 큰 박수를 받았다.


이철 GET OUT! 개라우!

서울 KTX열차승무지부 이민숙 조합원이 '이철 사장님께'라는 편지를 읽는 동안 한 조합원이 두손을 꼭 잡고 듣고있다.

2007년 새해 우리의 일터에서 행복하게 일하겠습니다!
세밑 KTX승무지부 조합원들이 풍선에 띄어보낼 소망은 역시 ' 일하고 싶다' 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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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너지 도전"이란 제하로 《뉴욕타임즈》에 비정기적으로 연재되고 있는 기사들. 화석연료의 사용과 그에 따른 환경 오염의 위기를 다양한 분야에 걸쳐 비교적 자세히 분석하고 있다. 《뉴욕타임즈》 특유의 유용한 도표와 링크 등이 많은 것도 장점. 갈무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올려둔다. [UK]

 

 

The Energy Challenge

Articles in this series will periodically examine the ways in which the world is, and is not, moving toward a more energy efficient, environmentally benign future.

 

http://www.nytimes.com/ref/science/earth/energy.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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