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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 1 - 제1부 풍림화산의 깃발
이자와 모토히코 지음, 양억관 옮김 / 들녘 / 2004년 3월
평점 :
이 책은 일본의 전국시대를 다룬 역사소설이다. 아마<대망>이라는 명작을 읽어본사람은 익숙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전 7권에 달하지만, <대망>의 프롤로그라고 할 만하다. <대망>이 도꾸가와 이에야스를 중심으로 오다노부나가, 도요토미히데요시라는 세 영웅을 그리고, 일본의 전국시대의 통일을 다루었다면, 이 책 <무사>는 바로 그 전사를 다루고 있다.
다케타신겐, 우에스기겐신, 호조우지야스 등의 전통의 강국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오다노부나가 조차도 다케타 신겐의 죽음에 후일 크게 마음을 놓고, 수다스러워질 정도로 전국시대의 강력한 경쟁자들이었다.
이 책은 초반부는 가이라는 지역기반의 강자였던, 다케타 신겐이라는 여주와 그 군사인 야마모토 간스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다케타 신겐은 가이라는 조그만 지방의 영주였지만, 일본의 난세를 통일할 꿈을 꾸었고, 간스케라는 영악한 군사를 만나면서 뜻을 펼쳐나가게된다. 첫번째로 인접국인 시나노 평정을 하게되는데, 개별 전투에서의 군략도 아주 재밌고, 흥미롭게 묘사되지만,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고, 돈으로 매수하거나, 다양한 책략을 통해서 이웃국가를 복속해나가는 과정에서 군사인 간스케가 어떻게 자신의 영주를 교육하고, 다케다신겐이 역전의 명장, 명 군주로 거듭나게되는지 그려내고 있다.
특히, 다케타 신겐의 강력했던 점은 강한 군사력과 상대방에게 자신의 약점을 노출시켜서 먹이를 물었을때 공략하는 탁월했던 전쟁능력이다. 후일 미타카타하라 전투에서 도꾸가와이에야스는 이런 다케타신겐에게 당해서 홀홀단신으로 도망치다가 바지에 똥을 지렸다. 도꾸가와이에야스도 대단한 것이 전투상황에서 이미 패했음을 깨달았을 즉시 전군에 후퇴명령을 내리지 못하고 자존심을 지키느라 자신의 많은 장수와 병졸이 죽은 것에 깨달음을 얻고자 성에 복귀하자마자 바지 똥을 지린 자신의 모습을 화상에게 그리게 하였다. 후일 그림을 보면서 반성을 하고자 했던 것이다.
다케타 신겐은 세력기반을 착실하게 넓혀나가고, 간스케는 자신과 같은 뛰어난 군사를 키우기 위해서 노력한다. 겐고로라는 미남장수에게 군략의 요체를 교육한다. 여기서 두개의 눈 이야기가 나온다. 간스케는 항상 사물을 두개의 눈으로 보라고 교육한다. 자신의 이익과 상대방의 이익이라는 눈으로 보라는 것이다. 그렇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상대방을 움직이게 만들어야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다케타 신겐의 세력이 커지게 되자, 우에스기 겐신이라는 독특한 영주와의 격돌이 불가피해진다. 우에스기 겐신은 가정도 없고, 원래 불가에 귀의하려는 뜻을 가졌으나, 정의를 위해서 영주의 자리를 받아들인다. 욕심이 없기에 그의 군략을 탁월했다. 그러나, 그는 정의의 실현이라는 욕심을 가지고 있었고, 간스케와 주변의 경쟁국들은 겐신의 그러한 점을 이용한다.
책의 후반부로 가면서 오다노부나가와 도꾸가와 이에야스가 등장하면서 이야기의 중심이 오다노부나가로 이동한다. <대망>에서도 오다노부나가를 다루고 있지만, 오다노부나가가 천하를 통일하는 초반부의 주변국 복속과정이 자세히 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아주 흥미롭게 그런 내용을 다루고 있다. 오다 노부나가가 왜 카리스마의 리더인지 이 책을 통해서 살펴볼 수 있다.
오다노부나가는 부하들의 진언을 듣지 않는다. 스스로가 강력한 군사이자, 전략가 였고, 당신의 일본인이 생각하지 못했던 근대적인 사고방식의 소유자였고, 무지막지하게 잔인한 영주였다. 하나의 절을 통째로 불질러서 어린아이 할 것없이 몰살시켜서 3000명이상을 죽였고, 몇만명식 몰살하는 일이 다반수였고, 자신의 부하들도 줬다 뺐기를 일상사로 하여, 오다노부나가의 기분에 따라 부하들의 영욕이 결정되었다. 중신조차도 다들 오다노부나가앞에서는 전전긍긍했다.
이런 식의 리더가 어떻게 이렇게 뛰어나게 천하를 통일하는게 가능했던가 의심스러울 정도였지만, 오다노부나가는 군략에 대한 판단력이 전광석화와 같았다. 단지 자존심때문에 회군을 주저했던 적은 없었고, 보통사람들보다 판단이 빨랐고, 걱정거리가 되는 것들은 사전에 그 문제를 없애버리는 식으로 판단한 것 같다. 너무 머리회전이 빠르고, 많은 생각을 하다보니,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사고방식을 설명하는 것도 귀찮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호불호가 명확해서, 자신의 숙모조차도 자신이 적인 다케다가의 중신과 결혼해서 성을 빼앗기자 나중에 성을 탈환한 후에 노보나가의 아들이 말류하는데도, 잔인하게 처형시킨다. 다케다가문을 멸하는 전쟁 과정에서도 초반에 자신의 책략으로 넘어온 적들은 목숨을 부지시켜주었지만, 추후에 배신을 한 사람은 배신을 해도 봐줄 것처럼했다가 이미 세가 넘어온 후에 배신했기에 괘씸하다고 모두 죽여버린다.
물론 그렇게 뛰어난 오다노부나가도 자신의 중신이자, 역전의 용사인 아케치미쓰히데의 반란으로 죽음을 맞이하게된다. 자신의 중신이었지만, 다케타 가문을 멸한 후의 회식자리 비슷한 곳에서 사람들앞에서 면박을 주고 굴욕감을 느끼게하고, 게다가 아케치미쓰히데가 가진 것을 빼았고 변방으로 보내려하자, 아케치미쓰히데의 가신들이 부추겨서 반란이 일어난 것이다.
결국 다케타신겐은 도꾸가와의 전쟁에서 대승하고, 오다노부나가를 궁지로 몰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앞두고, 병으로 객사한다. 그리고, 그 자리를 물려받은 신겐의 아들 가쓰요리는 서서히 다케다가문을 망하게 만들게되는데, 그가 멍청해서가 아니라, 너무 의욕적이지만, 자신의 아버지를 앞서야겠다는 생각과 불한한 출생성분으로 가신을 장악하기가 어려운 상황, 그리고 군략에 밝지 못하고, 인내심이 부족한 것등의 결함이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거대한 대국도 서서로 망가져서 결국은 오다에게 쫒길때는 몇십명밖에 안되는 수행을 데리고 있었을 뿐이다. 가쓰요리는 전장에서 도망치다 할복하여 죽는다. 참으로 무상한 죽음이었다. 그리고, 강력했던 우에스기 겐신도 오다노부나가를 몰아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앞두고 뇌출혈로 갑작스런 죽음을 맞는다. 게다가 다케다가문을 멸하고, 일본의 전국통일을 눈앞에 둔 오다노부나가는 중신의 배신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결국 천하를 통일하려면 도꾸가와 이에야스처럼 오래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인인가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