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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경제학
세일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공황을 예견하는 책이다. 단순히 현상을 끌어모아서 공황의 조짐이 있다는 수준은 훨씬 뛰어 넘는다. 제목을 '화폐론'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자본주의에서 가장 당연하고, 누구나 알고 있는 화폐에 대해서 근원적인 질문을 하는 것으로 부터 시작한다.
돈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돈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자본주의 역사에서 화폐 시스템으로 존재했던 세가지를 설명한다. 금태환, 그린백, 신용화폐 시스템이 그것이다. 금태환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화폐의 발행을 금보유에 맞춰서 할 수 있는 화폐시스템이다. 하지만 그린백 시스템과 신용화폐 시스템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잘 구분하지 못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리뷰어 역시 정확히 모르고 있었음을 알게되었다.
그린백시스템은 그야말로 국가가 그냥 화폐를 찍어서 이 화폐가 공식적인 화폐라고 배포하는 식의 시스템이다. 역사상 그린백시스템을 채택한 국가는 거의 대부분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제도자체를 폐기해야했다. 그런 역사적인 교훈속에서 인류의 자본주의 화폐시스템으로 정착된 것이 신용화폐시스템이다.
신용화폐시스템하에서는 중앙은행, 혹은 중앙은행을 대신할 어떤 공식적인 기관이 은행에 돈을 빌려주고, 은행은 빌린 돈을 바탕으로 시중에 돈을 빌려줌으로써 화폐를 창출한다. 본원통화가 신용창출과정을 통해서 수십배로 불어나서 시중에 통화가 공급되는 식이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자본주의의 메기의 존재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데, 그것은 이자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빌려주는 입장에서는 빌리는 사람이 갚을 능력이 있는지 신용을 심사하고 그런 바탕위에서 통화(신용)이 창출된다. 그리고, 돈을 빌린 사람은 일정한 기간동안 원금과 이자를 상환해야한다. 하지만, 중앙은행은 이자의 현금까지 지급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창출된 통화의 원금과 이자를 갚기위해서 돈을 빌린 사람은 피튀기는 싸움을 벌여서 돈을 갚는다. 만약 갚을 수 없다면 파산해야한다. 이것이 경제를 굴러가게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즉 신용통화시스템하에서는 돈의 총량이 부채의 총량이되고, 소득(한 나라로써는 GDP)과 능력의 신용이 없으면 파산하도록 끊임없이 내몰리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배경지식하에서 사람들이 잘못알고 있는 금융지식을 지적하고 있다.
'미국은 기축통화국이라서 화폐를 마구 찍어낼수 있고, 금번의 신용위기에서 미국은 화폐를 마구 찍어내서 위기를 돌파했음으로 달러가치는 하락하고, 인플레이션이 올것이다" 라는 것이 사람들의 통념이고, 심지어는 언론에서도 이런 글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저자는 이것이 근본적으로 잘못된 시각임을 말하고 있다. 미국은 통화를 그린백시스템하에서 처럼 마구찍어서 공급하지 않았다. 은행에 돈을 빌려주어서 통화를 공급했고, 은행은 지급준비율을 지키면서 신용심사를 통해서 대출자에게 돈을 빌려준다. 심지어는 은행도 망하고 있기에, 은행은 대출의 상환여부를 걱정하며 돈을 빌려준다. 그렇기에 미국이 어마어마한 본원통화를 증가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은행이 지급준비율을 초과해서 돈을 가지고 있고 대출을 하지 않아서 신용창출 속도가 늦어져서 전체적인 통화량은 줄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리고, 미국이 기축통화국으로서 지난 수십년간 무역적자를 통해서 전세계에 통화를 공급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아시아국가들이 수출주도 경제가 가능했으나, 미국이 금번 금융위기를 계기로 무역적자폭을 줄이고 있어서 전세계적인 공황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중국은 겉으로 보이기에는 신용화폐시스템 국가처럼 보이나, 지방 정부들의 무분별한 건설업체에 대한 빚보증을 통해서 통화팽창이 가히 심각한 수준이고, 거의 그린백시스템 국가와 마찬가지로 상황이 전개되고 있어서 하이퍼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중국의 부동산 거품등이 너무 심하고, 통화량 증가가 심한 것이 문제인데, 미국의 소비감소로 인해서 전세계의 생산공장이 몰려있는 중국의 엄청난 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여러가지 상황을 종합해보았을때, 중국의 위안화가 강세로 가기보다는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오히려, 달러화는 전세계의 공황으로 인해서 강달러로 전개될 것으로 점치고 있고, 원화 약세도 피할 길이 없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너무 논리적이고, 책에서 제시된 자료들이 잘 뒷받침되어서 저자의 말을 부인하기가 힘들다.
저자는 앞으로 다가올 거대한 쓰나미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전세계 공황, 디플레이션, 환율하락, 달러강세 등 전혀 위기가 진정되었다고 믿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잘 받아들이기 힘든 이야기를 논리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대책도 말하고 있는데, 풀뿌리 외화예금 갖기 운동 등 꼭 한번쯤 생각해볼 좋은 행동지침을 주고 있다.
올해 읽었던 책중 <대한민국에서 집없는 부자로 살자> , <위험한 경제학 1>이상으로 좋은 책이라고 생각된다.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신문의 경제면이 전혀 다른 시각으로 읽히게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