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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낭소리를 보면 예전에 펄벅여사의 일화가 생각난다.
<대지>의 작가인 그녀가 60년대(70년대?)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당시 우리나라는 경제개발에 박차를 가하느라 모든 가치가 경제를 최우선으로 하던 시절이었다. 마침 이런 때에 이렇게 가난한 나라에 세계적 문호가 온다는 것은 우리나라를 알릴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였으리라! 수출을 생각해서라도 널리 우리나라를 알릴수 있는....
정부 관계자들은 그녀를 데리고 우리나라의 자랑스런 산업시설과 공업의 발전된 모습 그리고 새로 단장한 많은 현대적 모습을 구경시켜주며 극진히 환대를 하였다.
그녀가 떠나던 날 그녀에게 물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다녀가면서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이 무었이었습니까?'
예상 대답은 당연히 발전된 근대화의 여러 모습일거라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문학가인 그녀는 경주를 관람하던 때의 감성을 말하기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그것은 경주 관광을 하면서 어느 야산의 야트막한 산자락에서 쉬고 있을 때 였답니다. 마침 해가 뉘엿뉘엿 황혼녁에 길게 그림자를 남기던 때 였는데 저쪽 멀리 논두렁 벌판에 농부가 소 달구지를 이끌고 집으로 가고 있더랍니다.
아마 가을걷이의 추수계절 이었나봅니다. 소가 끄는 마차위에는 한가득 사람 키의 두세배 되는 짚단이 잔뜩 실려 있었고, 소를 끌고 가는 농부의 뒤짐에 진 지게 위에도 한가득 짚이 실려 있었다고 합니다.
소와 고락을 같이 하며 힘든 짐을 같이 지고 가며 생을 공유하는 농부와 소의 동행이 아마 이 노 작가의 여심을 사로 잡았지 않았을런지요?
오직 경제 개발에 매달리고 찌들며 살아온 역동의 대한민국을 돌아보며 웬지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슬픈 자화상이 이 영화에는 숨어 있습니다.
이 영화에는 밀란쿤데라의 <느림>의 철학이 들어 있고 베토벤의 op16번 5중주의 오보에가 흘러 나옵니다.
묵묵한 성실의 미덕을 보여준 소의 미학을 주제로 우리의 삶을 겸허히 되돌아 보고 성찰하게 만드는 영화의 시대성을 다시한번 되새기면서 진정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어디인가 자꾸만 되뇌어 보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