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lp라는 것을 아주 귀한 보물이나 고상함의 상징처럼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일명 백판이라 부르는 부트렉(해적판)이라 하여 원반이 수입이 안되던 시절 미군부대 등지에서 흘러나온 원반(가수가 속한 나라의 소속 레코드회사에서 직접 찍어 낸 것)을 가져다 턴테이블을 통해 재 녹음해서 그 녹음본을 가지고 lp레코드를 만들어 팔던 시절이 있었다.


레파토리는 거의 대부분 미국 팝송이었으니 원반 하면 made in U.S.A 가 찍힌 LP반이면 원반이라 불리던 시절이었다

지금처럼 독일 Gramophon이나 영국 DECCA 같은데서 발매한 원반 보다 무조건 미제라면 인정받던 시절이었는데, 그런 시절 지방이나 웬만한 레코드 가계는 전부 이 백판을 팔고 있었고 장당 200원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 국내 굴지의 메이저 레코드 회사에서 파는 라이센스반(외국에서 정식으로 돈을 지불하고 녹음본을 사와 그걸로 찍어내는 방식의 lp)은 레파토리도 다양하지 못했고, 금지곡으로 곡명이 중간에 빠진 음반도 종종 있었으며, 음질도 오히려 백판이 좋다는 품평마저 있었다

백판의 단점은 사용한 원반을 녹음한 거라 잡음이 그대로 녹음되어 처음부터 잡음이 들리는 것이 흠이었다. 당시에 마니아 중에는 음에 심취하다 보면 이 소리를 마치 장작불 태울 때 나는 탁탁 소리로 들린다고 하여 현실과 상상을 혼돈하는 세계관에 빠지기도 하였다

술이나 마약이 온전한 판단의 정신을 가져다 주지 않기에 사회에서 비난을 받듯이, 이렇게 젊은 청춘들은 현실 도피적인 몽환의 상상 셰계를 동경하는 성향이 있어서 자기들끼리 자랑하거나 어떠한 멘탈의 척도처럼 재보는 도구로 가능하기도 하였다

 당연히 어른들은 그거 모아서 돈이 되냐 떡이 되냐 식으로 비판 하면서 잔소리를 하지만 산업 사회의 복잡한 시대가 깊어 갈수록 정신의 고향은 뭔가 도피처를 필요로 하는 듯 한데, 어째든 그렇게 모은 백판도 몇 백장을 넘어가면 또래들의 자랑거리이고 몇 천장 수준이 되면 탄성과 부러움 그리고 알 수 없는 신비함의 대상으로 올려 부치게 되는데, 어찌 보면 이제 막 인생을 시작한 인간에게 인생은 무한한 것처럼 보이고, 인생을 하직하려는 사람에겐 인생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페트라르카의 언급이 생각나게 한다

최초로 중세를 암흑시대라 일컫고, 흔히 최초의 르네상스 인간이라는 그의 언급이니 설득력도 있다 할 것이다. 누구에겐 소중하나 누구에겐 부질없는 것 이라는 ......


 

며칠전엔 세운상가 근처 레코드 상점을 돌아 볼 기회가 있었다. 세운상가 일대가 재개발 되며

먼저 아세아 극장 쪽 부분의 상점들이 세운상가와 대림상가의 빈곳에 다 들어 차다 보니 그나마 유지되던 가운데 통로의 수입 오디오 상가는 상당히 축소된 느낌이 들었다

금새 끝나는 아이쇼핑이 아쉬워 근처 레코드 가게에 들렀는데, 그 두곳의 상점은 J음악사와 S음반도 족히 40여년 이상은 넘은걸로 기억되는데, 요즘 들러보면 CD가 대세이나 리이슈된 LP반도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것 저것 둘러보다 팝LP가 놓인 라이센스를 들춰보니 기본이 만원이 가장 싼게 특징이다

웬만하면 모조리 2만원대이니 한편으론 기가 차기도 하고 한편으론 아쉬움도 들고, 들었다 놨다 몇 번을 반복하다 그냥 말고, 어쩌다 LP 가격이 - 그것도 국산 라이센스 가격이 - 이렇게 올라갔는지 도무지 그 원인을 정확히 찾아낼 수가 없다

그나마 짚히는건 수요가 없으면 공급의 가격이 정해지지 않듯이 한 장에 몇 만원씩 하는 반을 무슨 수집가 마냥 고상한 멋처럼 구입하는 수요자가 있어서 그런게 어닌가 추정을 하게 하는데

 

몇 년 전 강동구에 있는 지하 LP 가게에서 심포니록이라 불리던 Procul harum 반을 5만원에 서슴없이 사가는 청춘을 보고, 도대체 음원만 따지면 별 차이 없을 음반 한 장이 아날로그 반이란 타이틀로 저리 비싸게 팔리냐! 입맛이 쓴 경험을 하게 되니 LP 가격이 오르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정작 모니터 하면서 판이 미세하게 휘어져 바늘이 튀는걸 모르고 바늘만 열십히 가는 마니아나, 침압 주는 것도 모르며 판 위로 바늘이 주루룩 미끄러지는걸 질문하는 마니아들 보면

도대체 LP가 뭐라고 음을 듣는게 중요하지, 깨끗한 음원의 디지털 음원으로 풍부한 감성을 살리는게 좋지 굳이 LP로 감성을 채우려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리마스터 처리된 음원이면 디지털로 충분하다. 아니 뒤집어 썼다 벗었다 좌우로이동했다 갖다 놔도 꿀리지 않을텐데 무슨 멋이 들어 LP를 고집하는지, 아래 블로그처럼 저음만 강조해 빈약한 중고음의 음원이라면 몰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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