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 수급자가 평일 낮에 극장이나 영화관을 찾으면 구직활동을 게을리 하고 있다는 이유로 고용보험 지급을 중단해버리는 정책. 또는 생활보호세대의 구성원이 극장에 가면 뒤에서 손가락질을 당하는 사회 분위기.
백보 양보하면 여기에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고도경제 성장시대라면 경기변동의 기복이 있더라도 실업하고 반년만 노력하면 다시 한 번 확실하게 원하는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일본은 아직도 그런 경제상승 시대의 고용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 P210

일단 인간이 고립되면 행정은 말 그대로 손을 쓸 방법이 없다. 공적인 기관과의 접점이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립된 사람들 가운데 일정수가 어느 순간 생각지도 못했던 범죄를 저지르거나 또는 반사회적 행동을 저지른다. - P213

아이를 기르고 있는 어머니의 관심은 육아지원과 교육수준과 의료, 있을 곳(문화)이다. 이것을 깨달은 자치단체와 아직 깨닫지 못하고 공공사업과 기업을 유치하기만 하면 지역진흥에 성공한다고 생각하는 자치단체 사이에 지금 큰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 P22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사는 과거의 뛰어난 인재이자 지도자였다. 갑자기 필요 없어졌다고 추방할 수도 검을 빼앗을 수도 없었다. 그것은 일본이라는 온정 넘치는 사회의 장점일수도 있지만 동시에 귀찮은 점이기도 하다. 온정에서 시작된 일, 타성에서 시작된 일이 결국 사회에 큰 악영향을 미치고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경우가 일본에서는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 P185

무사는 최상위 계급으로서 존경받으며 대우를 받았다. 그러나 인간은 존경받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배출구를 상실한 무사의 과잉 에너지, 폭력성을 발산시키기 위해서 참근교대라는 대규모 행사, 대규모 낭비가 반복되었다. - P186

"죽는 것이라고 보았다"라는 폭력에 대한 미화, 집단주의는 메이지유신에서 무사계급이 부정당한 뒤에도 그대로 살아남았다. 제2차 세계대전 역시 무사도의 하나의 귀결이었다. - P186

미국에서 중후장대산업은 일찌감치 주역의 자리에서 내려와 조연이 되었다. 그러나 일본이라는 곳은 과거 시대를 선도한 주역을 언제까지나 대접해주는 미적지근한 곳이었다. 무사를 온존하는 풍토가 그대로 20세기가 되도록 잔존하고 있었다.
일본의 건설산업은 1970년대 이후에도 조연으로 밀려나지 않았다. 경제의 주역이었던 그들은 정치와의 결탁을 통해서 70년대 이후에도 주역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무사집단의 결속력과 집단주의는 강력한 득표장치로 기능하며 1970년대 이후의 일본정치에서 주역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러한 득표장치가 장기적으로 계속 가능하려면 건축공사를 끊임없이 발주해야만 한다. 이것이 1970년대 이후로 일본 정치의 숨겨진 목표가 되었다. - P189

무사를 확실히 성불시켜서 없애버리지 않으면 일본은 구원받을 수 없다는 것이 나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이다. 무사는 에도시대에도 성불하지 못했고, 실은 메이지시대에도 성불하지 못했다. 성불하지 못한 무사의 폭력성이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일본을 이끌었다. 건설업도 건축설계사도 모두 살아남은 무사다. 한시라도 빨리 성불시키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나는 어떤 폭력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 P192

고객(발주자)의 말을 듣는 것도 건설업계에서는 수준 낮은 사람의 행동으로 여겨졌다. 고상한 예술가인 건축설계사는 고객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예술을 추구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존재했다. 고객의 말을 듣지 않아 그 건축이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하는 것이 왠지 윤리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이상한 풍조가 존재했다. - P193

과거의 무사적 건축가는 오로지 건축잡지에 작품이 실리는 것을 목표로 일했다. 다른 사람의 돈을 들여서 그저 사진에 멋지게 찍히는 것이 전부인 건축을 설계했다. 그러나 무사를 버린 건축가는 사진에 어떻게 찍힐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손님이 올지, 어떻게 하면 품을 덜 들이고 개수할 수 있을지를 매일 고민하면서 그것을 디자인에 반영한다. - P19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건강격차도 확대되고 있다. 2015년의 통계에서 고급주택지와 빈곤지구에 사는 남성의 평균수명 차이는 잉글랜드 평균 9.2세, 여성은 7.1세였다. 이것은 긴축재정으로 인한 국민건강서비스의 인원 삭감 및 인프라 삭감과 분명히 연관이 있다.
전쟁이 사람을 죽이는 것처럼 경제정책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 - P164

외부에서 보면 일본이라는 어항은 계속 축소되고 있다. 일본의 축소는 오래전에 시작되었다. ‘가진 사람들‘이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디플레이션으로 축소하는 국가는 앞으로 무언가 손에 넣고 싶어하는 젊은 사람들이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국가가 아니다. - P18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본의 인구 감소는 누가 보더라도 명확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어째서 인구 감소가 일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인구 감소의 결과로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에 대해서는 전혀 명확하지 않다. 오히려 오해와 편견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술집 잡담과도 같은 ‘경향과 대책‘만 유포되고 있다.
완만하지만 확실한 변화에 대해서 일본인들은 그것이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거나 또는 마치 인류 역사의 종말이라도 되는 것처럼 과대망상을 부풀리고만 있다. 인구 감소를 역사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로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P137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한다는 대책 자체는 엉뚱하게 순서가 뒤바뀐것이다. 오히려 인구 감소에 맞춰서 사회 구조를 변혁시켜 나가야 한다. 사회 구조의 변혁은 다시 인구 감소에 제동을 거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정치정책과 경제정책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은 시장의 구조를 조정하는 정도다. 개인의 내면이나 장기적인 사회구조의 변화 앞에서는 거의 무력하다고 할 수 있다. - P142

시장화의 진전이야말로 가족 형태의 변화를 초래한 요인이었다. 시장화와 핵가족화는 결혼해서 가족을 만드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던 일본인의 가족관을 바꿔놓았다. 돈만 있으면 가족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가족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안전보장이었다. 그러나 시장화의 진전으로 많은 사람들은 돈이야말로 안전보장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반대로 말하면 시장화의 진전을 통해서 권위주의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진 개인이 활약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었다. 시장화는 일본 민주주의의 진전을 후원한 주역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만혼화는 자유와 발전의 대가라고 볼 수 있다. - P147

일본과 한국에서 인구 감소에 제동을 걸거나 또는 정상화된 사회로 연착륙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나는 그것이 육아지원이나 육아급부금처럼 대증요법적인 대처(이런 대처를 추진하는 자체는 두 팔 벌려 찬성하지만 그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다)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회 구조(가족구성)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윤리의 변화가 바로 그 열쇠다.
그렇다면 사회 구조와 윤리의 변화를 추진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나는 저출생이라는 현상 그 자체가 사회 구조를 바꾸고 윤리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 P152

현대사회의 문제는 원래 유통되는 것이 가장 중요했던 돈이라는 부가 한 곳으로 집중되어, 국가에 의한 분배기능이 작동하지 않게 된 것이다. - P15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은 여성과 남성의 공동작업이다. "여자가 아이를 낳지 않아서 아이가 감소한다"는 세간에 퍼져 있는 견해에 대해서 "남자가 결혼도 안 하고 육아에도 협력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가 감소한다"는 견해가 정확하다는 사실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 P129

모든 변화가 나쁜 것은 아니다. 종종 오해를 받는 부분인데 "여자는 결혼해야지"라는 사회적 압박 정도의 경우, 아키타현을 필두로 전통이 강하게 남아 있다고 여겨지는 동북지방은 출생률이 낮고, 결혼에 대한 압박이 적은 오키나와는 수치가 높다. 이런 사실에서도 추론할 수 있듯이 사회적 압박은 관련이 없기는커녕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 - P132

어떻게 해야 차세대를 재생할 수 있을까? 한마디로 말하면 해결책은 원하는 사람이 원하는 만큼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아이를 낳지 않아도 상관없다. 남의 아이를 자기 아이로 키우는 부모가 늘어나도 차세대 재생력은 올라간다. "모든 여성이 아이를 두 명씩 낳는다"가 아니라 세 명이라도네 명이라도 원하는 만큼 아이를 낳아 기르는 부모가 늘어나는 것이 평균 출생률을 끌어올린다. - P13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